최근 미국의 강도 높은 긴축 통화정책으로 달러 강세가 이어지면서 환율이 1300원대를 돌파했다. 이에 따라 환리스크 관리가 산업계 최대 이슈로 부상한 가운데 일단 상대적으로 어려움이 더 클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수입 기업이다. 동일한 가격(달러화)의 동일한 물건을 사는 데 전보다 많은 돈(원화)를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반면 수출 기업은 환율 상승 수혜를 입는다. 동일한 물건을 동일한 가격(달러화)으로 판매하지만 판매대금을 원화로 환산하면 전보다 돈의 양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실제 올해 2분기 실적을 발표한 현대자동차와 포스코 등은 전년동기 대비 증가한 이익을 기록했다. 물론 수출 기업도 달러 강세로 수요에 변화가 생기면 이익 증가를 장담하긴 어렵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환리스크 관리 수단은 크게 세 가지다. 통화선물과 선물환, 환변동 보험 등이다. 많은 기업이 택하는 수단은 통화선물과 선물환이다. 두 수단은 미래 특정 시점에 인수도할 달러화를 현시점에 약정된 환율로 미리 사거나 파는 상품이라는 점에서 골격이 유사하다.
단 통화선물은 주로 선물회사와 시장에서, 선물환은 은행과 장외에서 계약이 이뤄진다는 차이가 있다. 통화선물은 증거금을 내야 한다는 점에서도 선물환과 다르다. 일반적으로 거래 규모가 작아 협상력이 상대적으로 낮은 중소·중견기업은 통화선물을 선호하고 거래 규모가 큰 대기업은 선물환을 택한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말 한국거래소로부터 '2021년도 환위험관리 최우수 (중소)기업'에 유일 선정된 팜스코가 새삼 주목된다. 국내 공장 4곳과 인도네시아 공장 1곳에서 사료를 만들어 주로 국내에 판매하는 팜스코는 원재료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환리스크 관리가 회사의 수익성을 결정하는 요인 중 하나인 셈이다.
팜스코의 주된 환리스크 관리 수단은 통화선물이다. 올해 3월 말 기준 삼성선물 및 브이아이금융투자와 총 2900만 달러 규모의 선물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이는 올해 2월과 3월 추가 계약으로 600만 달러가 증가한 수준이다. 600만 달러 모두 통화선물 가운데 선물 매도 상품과 계약한 규모다.
선물 매도는 기초자산 가격이 향후 내려갈 것을 예상하고 택하는 전략이다. 통화선물은 계약 시점으로부터 보통 1년 내외에 손익 여부가 결정된다. 올해 환율은 현 1300원 초반대에서 중반대까지 오른 뒤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연내에 팜스코의 계약환율인 1200원 초반대까지 떨어질지가 관심사다. 그렇지 않을 경우 회사는 손해를 보게 된다.
많은 기업이 팜스코처럼 파생상품을 활용한 환리스크 관리를 선호하지 않는다. 파생상품의 입증된 효과에도 복잡한 상품 구조와 증거금 납부, 그리고 이를 전담해야 할 인력을 추가로 확보해야 하는 점 등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따라서 팜스코의 적극적인 통화선물 활용은 경영진의 높은 관심 없이는 불가능하다.
한국거래소 측은 "최고경영자(CEO)와 임직원의 환위험 관리 마인드가 확고하다"며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중심으로 환리스크 관리 전담 인력을 육성하고 그룹사 차원의 회의를 구성하는 등 전사적 차원의 환리스크 관리 체계를 구축"했다고 평가했다.
팜스코 CFO는 이정구 재무경영정보실장(이사)이다. 1969년생으로 목원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이 실장은 앞서 팜스코 재무팀장을 역임하는 등 재무 부문에서 20년 가량 경력을 쌓았다. 이 실장이 중심인 관리위원회는 환헤지 포지션과 규모 등 관련 중요사항을 의결할 정도로 권한이 적지 않다.
팜스코 관계자는 "이 이사가 직접 파생상품을 관리한다"며 "관리위원회도 원활하게 운영되고 있다"고 전했다.
단 최근 환율 급등에 따른 당장의 실적 악화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올해 1분기 팜스코는 원재료 가격과 환율 상승으로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영업이익이 전년동기 대비 67.3% 줄어든 71억원을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환리스크 관리 목적은 실적 확대가 아닌 환율 변동에 따른 실적 변동을 최소화하는 것"이라며 "환율 급등으로 환리스크 관리가 더 중요해졌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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