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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용사 의결권 톺아보기

느슨한 이사회 운영 천보에 투자자 뿔났다

⑥출석율 낮은 이사 재선임에 반대표 몰려

윤종학 기자  2022-05-24 10:30:58

편집자주

스튜어드십 코드는 피투자 기업의 성장과 수익자의 이익 증진을 위해 수탁자가 책임져야하는 의무다. 다수의 펀드를 운용하고 있는 자산운용사들의 스튜어드십 코드 활동도 활발해지고 있다. 올해 200여개 운용사들은 같은 안건에 대해서도 다양한 의견을 피력하며 의결권을 행사했다. 더벨은 이들의 주주 활동을 점검해보고 기업과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살펴본다.
2차전지 소재기업 천보에 의결권을 행사한 다수의 자산운용사들이 이사회 멤버 재선임 과정에서 다수의 반대표 냈다. 출석율이 낮은 이사를 다시 선임하려는 천보의 이사회 운영을 적극적으로 반대했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천보는 올해(2021년 4월초~2022년 3월말) 주주총회에서 다수의 운용사들에게 총 28개의 반대 의견을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국내 운용업계가 의결권을 행사한 353개 법인 가운데 안건 반대 수 기준 최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셀트리온, 에스엠, KB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에 이어 6번째로 반대 의견이 많았다.

천보는 올해 주주총회에 △재무제표 및 연결재무제표 승인의 건 △정관일부 변경의 건 △이사 선임의 건 △감사위원 선임의 건 △이사보수한도액 승인의 건 등 의안을 올렸다.

다수의 운용사들이 반대표를 던진 의안은 이사 선임의 건 중 '강동욱 사외이사 재선임', '김평열 사외이사 재선임'과 감사위원 선임의 건 중 '강동욱 감사위원 선임', '김평열 감사위원 선임' 등이다.

KB자산운용, 대신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삼성자산운용, 유리자산운용, 한국투자신탁운용 등 6개 운용사가 위 안건들에 반대표를 던졌다. 반대표 행사 이유는 이사회 참석률이 저조한 점을 꼽았다.

강동욱 사외이사와 김평열 사외이사의 지난 3년간 평균 이사회 참석율은 각각 60.98%, 62.19%로 집계됐다. 이사회 보고 사항을 성실히 청취하고 검토하며 의견을 제시하는 것은 경영감시를 담당해야 할 사외이사의 가장 중요하고도 기본적인 책무의 하나다.

미래에셋자산운용도 "불성실한 이사회 참석은 사외이사로서 결격사유에 해당되며 감사위원으로서도 충실한 업무감사를 수행할 수 있을지에 상당한 우려의 여지가 있다"며 반대표 행사 이유를 밝혔다. 다만 주주총회 결과 강 후보와 김 후보는 사외이사에 재선임됐다.

실상 의결권 반대 사유가 명확했음에도 반대 의견을 내지 않은 운용사들도 많았다. 나눔자산운용과 더블유더블유지자산운용, 브이앤에스자산운용, 비케이피엘자산운용, 씨케이골디락자산운용, 이든자산운용, 쿼터백자산운용, 퀸즈가드자산운용, 트레스자산운용, 프라핏자산운용, 피델리스자산운용 등은 펀드 손익에 중대한 영향이 없다는 사유로 의결권을 불행사했다.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했음에도 이번 천보 이사회 멤버 재선임 안건에 적극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은 셈이다.

JB자산운용, 밸류파트너스자산운용, 우리자산운용, 트리니트운용자산운용, 플랫폼파트너스자산운용, 하나UBS자산운용, 하이즈에셋자산운용 등은 강 후보와 김 후보의 재선임에 찬성표를 던지기도 했다.

불행사와 찬성 의견을 낸 대부분의 운용사들은 의결권 행사 내부 가이드라인에 이사회나 이사회의 주요 위원회에 4분의3 이상 출석을 하지 못한 경우 일반적으로 반대한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찬성 의견을 낸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내부 가이드라인이 강제성을 띄는 것은 아니라며 차후 개선 가능성 여부 등을 반영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천보 관계자는 이사회나 주요 위원회 참석을 독려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 관계자는 "2020년 상장 초기에 이사회 운영에 서툰 부분이 있었지만 이듬해부터 꾸준히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두 이사 모두 2019년 41% 2020년 33% 2021년 85% 출석률을 기록했다.

대구가톨릭대학교 교수인 강동욱 사외이사는 티에이치 대표도 맡고 있다. 김평열 사외이사는 국가정보원 전문위원으로 활동한 인사다. 두 사외이사는 이번 재선임 성공으로 3년 임기를 부여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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