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트리중앙(옛 제이콘텐트리)이 모기업과 자회사로 자금을 쏴주며 중앙그룹 유동성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 그룹 내 유일한 상장사로 주식시장을 이용한 조달 활동으로 곳간을 채워왔다. 중간지주사로는 이제 막 걸음마를 뗐다. 방송·영화사업을 전개하는 자회사에서 배당 수익을 거두는 자립 구조를 만들어야 조달 위주 현금흐름에서 벗어날 수 있다.
콘텐트리중앙이 중앙그룹 계열사로 자금을 풀고 있다. 지난 20일 자회사 메가박스중앙으로 300억원을 새로 대여했다. 같은 날 모기업 중앙홀딩스로 나갔던 대여금 200억원은 회수하지 않고, 만기를 내년 4월까지 1년 연장했다. 중앙홀딩스에 지급한 누적 대여금은 총 700억원이다. 계열사 대여금 이율은 모두 4.6%를 적용하고 있다.
콘텐트리중앙이 모·자회사 유동성을 두루 책임지는 모습이다. 영화관 운영사업을 영위하는 메가박스중앙은 코로나19 장기화로 극장을 찾는 발길이 줄며 최근 2년 적자를 냈다. 지분 투자를 활발하게 펼치는 중앙홀딩스는 영업활동보다 재무활동에 의존해 투자금을 만들어내고 있다.
콘텐트리중앙에는 현금이 쌓여 있었다. 지난해 말 개별 기준으로 들고 있던 현금성 자산은 897억원(단기금융상품 포함)이다. 지난 2월 500억원 규모 만기 1년 이하 전자단기사채(전단채)를 발행해 추가로 운영자금을 끌어왔다. 같은 달 콜옵션(매도청구권)을 행사해 취득한 권면총액 193억원 16회차 전환사채(CB)도 지난달 324억원에 재매각해 차익(127억원)을 남겼다.
유동성을 압박할만한 자금 소요도 없었다. 콘텐트리중앙은 자회사를 관리하는 지주사업을 수행해 개별 기준으로 운전자본 지출이 적은 편이다. 지난달 권면총액 199억원 15회차 교환사채(EB)도 전액 조기상환(상환금액 238억원)해 상환 기일이 임박한 차입금, 사채도 없다.
콘텐트리중앙은 그동안 외부 조달로 유동성을 확보해왔다. 최근 5년 개별 기준 영업활동현금흐름은 2020년 247억원 유입을 제외하고 줄곧 유출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투자활동현금흐름으로도 돈이 들어오지 않았다. 재무활동현금흐름이 주된 유동성 유입 경로였다.
주식 시장을 활용한 자금 조달 활동이 두드러졌다. 현재 전단채(500억원) 외에 권면총액 298억원 16회차 CB, 권면총액 1000억원 17회차 CB가 미상환 물량으로 남아있다. CB는 주식 전환 조건이 부여된 사채로 상장사들이 자주 활용하는 자금 조달 수단 중 하나다. 지난해 5월 납입된 17회차 CB 조달자금은 전액 미사용 상태다. 신규사업 진출 대금으로 안배해뒀다.
CB는 만기 상환보다 주식 전환에 무게가 실린다. 16회차 CB, 17회차 CB 전환가액은 각각 3만836원, 4만3821원이다. 25일 콘텐트리중앙 종가는 4만9550원으로 전환가액보다 높다. 전환청구권 행사로 수익 실현이 가능한 수준이다. 두 CB 모두 이자율이 0%라 주식 전환으로 매각 차익을 내야 원금 이상 수익을 거둘 수 있다. 16회자 CB는 이미 전환청구기간에 들어와 있다. 17회차 CB는 오는 5월부터 전환청구권 행사 기간에 진입한다.
잔여 CB가 전량 주식으로 바뀌면 최대주주인 중앙홀딩스 지분율은 38.86%에서 33.21%로 희석된다. 17회차 CB에는 콜옵션을 부여하지 않았다.
중장기적으로 콘텐트리중앙이 중간지주사로 자립 여건을 만드는 유동성 숙제도 풀어가야 한다. 외부 조달에만 의존한 현금흐름은 재무구조 악화나 지분 희석 등 후폭풍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돈벌이 없이 차입을 지속하는 것도 쉽지 않다.
자회사 배당금 등으로 자체 영업활동현금흐름을 창출하는 게 관건이다. 지난해 메가박스중앙에서 들어오던 배당이 끊기며 개별 기준 영업활동현금흐름은 24억원 유출로 나타났다. 메가박스중앙은 지난해 매출 1040억원, 당기순손실 603억원을 기록했다. 추후 메가박스중앙 배당 재개와 더불어 자회사 SLL중앙(옛 스튜디오룰루랄라중앙)이 배당 지급할 이익을 창출해야 콘텐트리중앙 영업활동현금흐름도 나아질 수 있다.
콘텐트리중앙은 2020년 중간 지주사로 지배구조 재편 작업을 마무리했다. 방송 프로그램 제작·구입 및 국내외 판매사업을 제이콘텐트리스튜디오(자산총계 590억원)으로 물적분할하면서 콘텐트리중앙에는 경영 자문업과 투자·투자자문사업만 남겼다. 지난해 3월 SLL중앙이 제이콘텐트리스튜디오를 흡수합병했다.
콘텐트리중앙 연결 기준 매출은 크게 두 축으로 나뉜다. 드라마 제작·부가 판권매출 등을 올리는 방송 부문과 영화 상영 및 관련 부가 매출, 영화 제작·배급·투자 수익 등을 거두는 영화 부문이다. SLL중앙(자산총계 9305억원)이 드라마·영화 제작사를 거느리며 방송 부문을, 메가박스중앙(자산총계 8808억원)과 필름몬스터(자산총계 101억원)가 영화 부문을 담당하고 있다. 콘텐트리중앙은 SLL중앙 지분 53.8%, 메가박스중앙 지분 90.8%, 필름몬스터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메가박스중앙 대여금은 영화 부문 실적 회복을 바라보고 집행했다. 지난해 콘텐트리중앙 연결 기준 매출 6771억원 중 방송 부문은 72%(4845억원), 영화 부문은 26%(1779억원)를 차지했다. 방송 부문에서 영업이익 144억원을 올렸지만, 영화 부문에서 영업손실 693억원이 발생해 연결 기준 영업손실은 574억원을 기록했다.
콘텐트리중앙 관계자는 "올해 2분기부터 영화 부문이 회복세로 전환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선제적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메가박스중앙으로 단기 대여를 결정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