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주주 전성시대'가 열렸다. 지금까지 투자 규모가 작은 소액주주를 소위 '개미'로 불렀지만 지금은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이들은 기업 경영에 크고 작은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기업들은 기업공개(IR), 배당 강화, 자사주 활용 등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한 정책에 힘주고 있다. 더벨이 기업의 주주 친화력(friendship)을 분석해봤다.
포스코(현 포스코홀딩스)는 주가가 늘 고민이다.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리고 신사업 추진에 드라이브를 거는데도 도통 올라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2007년 주당 80만원까지 바라봤지만 지금은 30만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회사의 주인' 주주들은 이런 포스코를 바라보며 끊임없이 답답함을 토로하고 있다.
시가총액은 기업의 가치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다. 그래서 기업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주가 관리에 나선다. 포스코 역시 미래지향적 사업구조를 갖추고 자사주를 대거 매입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뚜렷한 효과를 보지 못했다. 이도저도 통하지 않자 결국 '자사주 소각' 카드를 꺼내들었다.
◇시장에서 저평가 공감대…지주사 체제 전환 위한 '당근책'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은 지난달 포스코홀딩스 정기 주주총회에서 "회사가 보유 중인 자사주 중 일부를 올해 안에 소각할 것"이라며 "최적의 규모와 시기를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사회 논의를 거쳐 다른 주주친화 정책을 추가 시행할 가능성도 내비쳤다. 그의 말처럼 연내 자사주 소각이 현실화 되면 지난 2004년 이래 18년 만이다.
해당 내용은 연초 지배구조 개편 계획을 발표하며 이미 한차례 밝혔던 것이다. 이후 두달간 별다른 진전이 있진 않았다. 무엇보다 포스코그룹의 지주사 체제 전환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 물적분할에 반대하는 주주들을 설득하기 위해 제시한 당근책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포스코 사측과 주주간엔 회사가 시장에서 저평가되고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이차전지소재 등 친환경 신성장 사업들을 두루 펼치고 있지만 철강사 이미지에 가려 잠재력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데 이견이 없다. 근거가 바로 '주가'다. 이는 포스코그룹이 창립 54년 만에 처음으로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한 배경이 됐다.
주가는 7일 종가 기준 28만500원으로 올해들어 20만원 후반대에서 오르내리고 있다. 작년 5월 장중 41만3500원을 찍었을 때보다 30% 가량 빠졌다. 1988년 상장 이래 전반을 살펴보면 2007년 10월 75만5000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회사 측은 "시가총액이 지난 2007년 최고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저평가돼 있다"고 설명한다.
정리하면 포스코는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기 위해 경영체제 전환을 추진했고, 이를 위한 주주 설득의 일환으로 자사주 소각을 결정했다. 주주를 최우선에 놓고 각종 의사결정을 한 셈이다. 회사는 '지주사 디스카운트' 우려를 덜기 위해 자회사 포스코를 재상장하지 않겠단 내용을 정관에 못박기도 했다.
재계에는 포스코홀딩스가 2020년 이후 사들인 자사주들을 소각 대상으로 삼을거란 시각이 우세하다. 회사는 2020년 4월 자사주 신탁계약을 체결하고 1년에 걸쳐 약 1조원 어치(449만69주)를 매입하기 시작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주가가 13만~14만원 수준까지 떨어졌을 때다. 13년 만에 실시한 자사주 매입의 목적은 주가 방어와 주주가치 제고였다.
이로 인해 자사주 보유량이 기존 707만1194주(8.11%)에서 1156만1263주(13.26%)로 늘었다. 특히 이 기간 주가가 꾸준히 오른 것으로 파악된다. 신탁기간 첫날(2020년 4월13일) 18만1000원에서 마지막날(2021년 4월12일) 32만9500원으로 1년새 82% 가량 뛰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떨어지기 시작했다. 소각을 검토하게 된 배경이다.
자사주 매입·소각은 유통주식 수를 줄여 1주당 가치를 높이는 방법이다. 기업가치는 그대로지만 자본항목에서 자본금이나 이익잉여금이 감소해 자본총계(자기자본)가 줄어든다. 따라서 소각 후 자기자본수익률(ROE)이 높아지고 주당순이익(EPS)이 증가하는 효과가 있다.
◇2022년까지 '배당성향 30%' 약속, 이행 여부 '시각차'
기업이 흔히 시행하는 주주친화 정책에는 자사주 매입·소각 뿐 아니라 배당도 있다. 특히 배당은 효과가 확실하고 체감도도 높아 주주들이 선호하는 방식이다.
이에 기업들은 앞다퉈 배당정책을 발표하고 그에 맞춰 수익을 공유하고 있다. 최근 몇년 새 ESG경영 확대 등으로 주주권리 보장에 대한 관심이 늘어난 분위기도 이를 부채질한다. 물론 배당기준 설정 등은 기업이 자유롭게 정하는 사안으로 법적 의무가 없다.
포스코 역시 2020년 초 중기 배당정책을 발표했다. 배당금 책정 과정의 투명성을 보장하고 시장의 예측가능성을 제고하겠다는 이유였다. 2022년까지 3년간 연결 배당성향 30%를 목표로 삼되 현금유출이 없는 일회성 비용을 가산해 경영실적과 연계성을 강화하기로 했다. 첫해인 2020년 주당 8000원을 지급하며 배당성향 38.72%를 기록했다. 조정 배당성향은 34.2%다.
지난해엔 배당 규모를 두배 이상 확대했다. 시황호조에 따른 국내외 철강 실적 개선과 글로벌인프라 실적 호조로 사상 최대 영업익을 달성한 데 따른 것이다. 주당 1만7000원을 배당금으로 책정했다. 최 회장은 "전년보다 2배 넘는 배당을 결정했다"며 "배당수익률(6.2%)이 국내 다른 대기업의 2% 내외와 비교할 때 아주 높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주주들의 시각은 달랐다. 주총에 참여해 약속한 '배당성향 30%' 기준이 지켜지지 않았다고 이의를 제기했다. 지난해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은 6조6172억원으로 단순 계산한 배당성향은 19.43%다. 조정을 거치면 오히려 이보다 낮아진다.
이에 최 회장은 "배당은 중기전략과 배당수익률, 미래현금흐름, 다음년도 배당여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한다"며 "정확하게 배당성향 30%를 지급한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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