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주주 전성시대'가 열렸다. 지금까지 투자 규모가 작은 소액주주를 소위 '개미'로 불렀지만 지금은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이들은 기업 경영에 크고 작은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기업들은 기업공개(IR), 배당 강화, 자사주 활용 등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한 정책에 힘주고 있다. 더벨이 기업의 주주 친화력(friendship)을 분석해봤다.
HD현대(현대중공업지주)는 ‘예측 가능한 배당’을 실시하는 데 주주환원의 중점을 둔다. 1주당 3700원 수준의 배당을 매년 실시한다는 기조를 세우고 이보다 낮은 금액을 배당한 해가 없다.
HD현대가 순수지주사에서 투자형 지주사로의 전환을 천명한 만큼 앞으로 배당성향은 낮아질 수도 있다. 그러나 1주당 3700원 수준을 지급하는 예측 가능한 배당은 흔들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 예측 가능한 배당으로 증명한 주주환원 진심
HD현대는 2021년 별도기준 순이익 5021억원 가운데 3922억원을 배당해 배당성향 78.1%를 보였다. 이전에는 배당성향이 2018년 207.1%, 2019년 45.8%, 2020년 302.5%로 들쑥날쑥했다. 이는 배당 규모가 달라진 것이 아니라 HD현대의 순이익이 연도별로 요동치는 모습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HD현대는 자체사업이 없는 순수 지주사로 자회사들의 배당과 상표권 사용료에서 이익이 나온다. 그런데 주요 자회사들은 실적이 업황에 크게 좌우되는 정유업(현대오일뱅크)과 선박서비스업(현대글로벌서비스), 전기설비업(현대일렉트릭) 등을 주력으로 하고 있어 이익 창출능력이 일정하지 않다. 이들이 HD현대에 밀어올리는 배당 역시 일정하지 않다는 점이 HD현대의 순이익 변동에 영향을 미쳤다.
이런 가운데서도 HD현대는 2018~2020년 3년 동안 1주당 1만8500원의 배당금을 유지했다. 5분의 1 액면분할 실시 후 기준으로 환산하면 주당 3700원이다. 2021년에는 중간배당과 결산배당을 합쳐 1주당 5550원을 배당했는데 이는 자회사 현대글로벌서비스의 프리IPO를 통해 확보한 자금의 일부를 ‘특별이익’으로 배당에 투입했기 때문이다.
2021년까지 HD현대의 배당정책은 △투자자들의 배당 예측가능성 제고 △배당성향(별도기준) 70% 이상 추진 △순이익의 상당부분을 배당 등 3개 조항으로 이뤄졌다. HD현대는 이 중 배당성향 70%에 매몰되지 않고 주당 3700원 배당 기준점을 제시해 주주들에게 예측 가능 편의성을 제공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HD현대가 2019년 배당성향 45.8%를 보였다는 것만으로 배당성향 약속을 지키는 데 소홀했다고 볼 수만도 없다. 2018~2021년 4년 평균 배당성향은 91.2%로 약속한 배당성향 70%를 훨씬 웃돌았다. 이익의 대부분을 주주에 환원하는 대규모 배당에 전우제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HD현대는 정말 주주환원에 진심이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 투자형 지주사로의 전환과 예측 가능한 배당 수호 의지
HD현대가 앞으로도 순이익의 90%에 이르는 배당성향을 유지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그동안 HD현대가 이익의 대부분을 배당할 수 있었던 것은 순수 지주사로서 투자활동 등 자금소요가 없었던 덕분인데 투자형 지주사로의 전환을 통해 자금소요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권오갑 HD현대 대표이사 회장은 앞서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HD현대는 투자형 지주사의 역할을 강화해 미래사업분야에서 그룹의 신성장 동력을 적극 발굴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맞춰 HD현대는 디지털, 미래선박, 수소연료전지, 헬스케어 등 4대 미래사업과 청정수소, 화이트바이오 등 자회사의 신사업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이에 앞서 2월 HD현대는 2022년부터 실시하는 새 3개년 배당정책을 발표했다. 기존 배당정책의 적용기간이 1년 남은 상황에서 정책을 변경해 ‘순이익의 상당부분을 배당’ 조항을 제외하고 ‘연 1회 중간배당 실시 예정’ 조항을 신설했다. 투자활동을 강화하게 되면 배당성향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HD현대는 새 배당정책과 별도로 1주당 3700원 수준의 배당을 이어가겠다고 공언했다. 주주의 배당 예측 가능성을 제고하겠다는 기조에는 변함이 없다는 뜻이다.
HD현대 관계자는 “투자형 지주사로 전환하더라도 배당성향 70%의 약속을 지키며 1주당 3700원 수준의 배당을 지속하는 데는 무리가 없을 것”이라며 “기존 현대오일뱅크와 현대글로벌서비스의 배당에 현대제뉴인과 한국조선해양 등 호실적이 예상되는 자회사들의 배당을 더해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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