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주주 전성시대'가 열렸다. 지금까지 투자 규모가 작은 소액주주를 소위 '개미'로 불렀지만 지금은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이들은 기업 경영에 크고 작은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기업들은 기업공개(IR), 배당 강화, 자사주 활용 등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한 정책에 힘주고 있다. 더벨이 기업의 주주 친화력(friendship)을 분석해봤다.
SK그룹의 근본적 혁신인 '딥체인지(deep change)'에는 지주사 SK㈜의 변혁이 빠질 수 없다. 배당금과 상표권 수수료가 매출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기존 지주사 사업모델에서 탈피해 투자전문 지주사로 자리를 잡았다는 평가다.
SK㈜ 딥체인지의 중심에는 장동현 부회장(사진)이 있다. 특히 장 부회장은 SK㈜의 변화를 이끄는 과정에서 주주들에게 회사의 발전방향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공개 가능한 자료를 늘리는 등 소통이 보다 투명하게 이뤄지도록 했다.
주주 소통 정책과 관련된 시장의 평가는 호의적이다. SK㈜의 주주인 글로벌 투자회사 A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담당 임원은 "SK㈜ 이사회의 지속가능경영에 대한 이해도, 공개 자료의 수준 등 모든 면에서 매우 긍정적"이라며 "ESG 강화 노력은 한국 기업 중에서 선구자 역할을 하는 것으로 간주돼 기업 가치 상승에도 좋은 영향을 줄 것으로 생각한다"고 호평했다.
◇지배구조 헌장 제정, 투명한 주주소통 명문화
주주 소통에 대한 SK㈜의 의지는 지난해 12월 실시한 '지배구조헌장' 개정에서 엿볼 수 있다. 헌장의 제 47조인 '주주 및 이해관계자와의 직접 소통' 첫번째 항목을 보면 회사의 이사회와 경영진이 주주를 포함한 이해관계자의 요구 및 우려에 주의를 기울이도록 돼있다. 소통 범위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전반으로 확대한 점이 눈에 띈다.
주주소통위원이 이사회에 활동 결과를 보고하도록 하는 규정도 47조에 추가했다. SK㈜는 지난 2018년 3월 주주의 권익보호 활동을 강화하기 위해 주주소통위원 제도를 신설했는데, 이번 지배구조헌장 개정을 통해 이사회 보고 의무가 생긴 것이다.
현재 이찬근 사외이사가 주주소통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 사외이사는 주주소통위원으로 위촉된 후 미국 블랙록, 네덜란드 공적연금(APG) 등 SK㈜에 투자한 세계 유수 투자사들과 10여차례에 걸쳐 별도 미팅을 진행했다.
지배구조헌장 제 48조 '정보공개'와 관련해서는 △모든 주주에 대한 동등한 정보 제공 △법령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이해관계자(주주 포함)의 정보 제공 요청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 등의 내용이 추가됐다.
◇동영상으로 전략 설명…구체적인 목표도 제시
경영진의 주주 소통 행보도 강화됐다. 장 부회장은 2019년과 2020년 정기 주주총회에 앞서 주주들에게 서한을 보내 소통했는데, 지난해에는 동영상을 통해 주주들과 만난 것이다. 장 부회장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공개된 투자 설명회에서 회사의 중장기 성장전략인 '파이낸셜 스토리' 이행방안을 설명했다.
장 부회장이 이 과정에서 '2025년 주가 200만원 달성'을 목표로 제시한 점도 눈여겨볼만하다. 기업들이 구체적인 숫자를 들어 목표치를 공개하는 경우는 드문 일이다.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을 경우의 부담을 피하기 위해서다. 그럼에도 장 부회장이 '2025년 주가 200만원' 목표를 제시한 것은 주주들과의 소통 강화 차원으로 해석된다.
장 부회장 외에 다른 SK㈜ 경영진들도 각 부문별로 사업 진행 경과와 구체적 계획을 동영상 형태로 공개하며 소통 행보에 동참했다.
◇그룹사 이사회 진입, 기업가치 제고 이끈다
SK㈜가 투자를 '본업'으로 하는 지주사가 되기는 했지만, 계열사로부터 받는 배당금은 여전히 큰 수익원이다. 그룹사의 실적 개선이 여전히 SK㈜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중요한 이유다.
이에 장 부회장을 비롯한 SK㈜의 임원들은 SK이노베이션·SK텔레콤·SK네트웍스 등 그룹사에서 기타비상무이사를 맡고 있다. 기타비상무이사는 통상적으로 이사회에서 대주주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역할을 한다.
SK㈜ 임원들은 그룹사 이사회에서 주주로서 주주가치 제고 등의 목소리를 낼 것으로 예정된다. 또 그룹사와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SK㈜ 사업과 주파수를 맞추며 시너지를 도모하고, 시너지가 기업가치 향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한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