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이 올해 안에 갚아야 할 은행권 차입금은 2조원이 넘는다. 올해 11월 만기 도래하는 단기차입금 1조1463억원과 외화대출로 빌린 유동성장기차입금 1조339억원이다. 이 둘을 합하면 2조1802억원이다. 여기에 유동성리스부채 일부를 더하면 약 2조2000억원이 나온다.
숫자로는 이렇게 나타나 있지만 이 돈을 모두 갚을 가능성은 작다. 일부는 차환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하고 필요한 부분은 상환할 가능성이 크다. LG에너지솔루션 역시 올해 만기 도래하는 차입금 대응 방안을 묻는 질문에 "시장 상황에 따라 차환·상환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즉 이 2조원이라는 단기성 차입금이 LG에너지솔루션에 큰 문제라고 보기는 힘들다. 작년 말 보유 현금성자산이 1조2839억원이 있고, 최근에 기업공개(IPO)를 통해 10조원이 넘는 현금이 유입됐다. 여기에 단기성 차입금을 전부 상환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에 2조원이라는 숫자가 주는 압박감에서는 자유롭다고 봐야 한다.
단기성 차입을 넘어 총차입금 대응력도 뛰어나다. 작년 말 LG에너지솔루션의 연결 총차입금(회사채 포함) 잔액은 6조9692억원이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이에 대한 이자비용은 670억원이다.
그런데 작년 LG에너지솔루션은 연결 영업이익으로 7685억원을 기록했다. EBITDA는 무려 2조2202억원이다. 이자비용보다 영업이익은 11.47배, EBITDA는 33.14배 많다.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으로만으로도 이자비용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셈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재무적 관건은 올해 이뤄질 대규모 투자와 재무상태·현금흐름 간의 균형이다. 작년 LG에너지솔루션은 자본적지출(CAPEX)로 약 4조원을 기록했다. LG에너지솔루션에 따르면 올해는 이 금액이 약 80% 늘어나 6조3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재무상태표 상에는 문제 소지가 적어보이지만 작년 LG에너지솔루션은 3조원이 넘는 CAPEX로 잉여현금흐름(FCF) 면에서는 마이너스(-) -2조5378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영업활동과 더불어 IPO로 FCF에서 큰 개선세가 예측되지만 CAPEX 규모가 만만치는 않다.
특히나 회사 안팎으로 올해는 2023년을 위한 '발판 단계'로 인식하고 있다. 중국 전기차 판매량 급등으로 리튬·니켈·망간 등 원재료 가격의 상승에 성장통이 있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증권가는 올해 LG에너지솔루션의 매출과 영업이익으로 각각 19조5112억원, 7700억원대를 예상하고 있다. 매출은 작년보다 소폭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비슷한 수준이다.
대신 2023년부터는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의 합작 법인인 '얼티엄 셀즈' 1공장이 가동돼 고속성장이 이뤄지는 때로 업계는 바라본다. 고속 성장의 신호탄이 울리기 전까지는 최고재무관리자(CFO)를 비롯해 재무 라인이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