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부동산신탁이 KB금융지주의 지원을 바탕으로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지난해부터 신탁계정대여금이 빠르게 증가하며 영업용순자본비율(NCR)이 급격하게 떨어지자 그룹의 도움을 받아 자본을 확충하기로 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KB부동산신탁은 지난달 27일 자로 사모 신종자본증권 1700억원을 발행했다. 발행 시점으로부터 5년 이후 매 분기 단기로 상환할 수 있다. 최초 만기일은 2054년 6월 27일로 만기일 이후 다음 만기일까지 30년간 자동연장이 가능하다.
KB부동산신탁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KB금융지주가 해당 신종자본증권 대부분을 인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KB부동산신탁은 올해 초부터 KB금융그룹과 자금 조달과 관련해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논의를 진행해 왔다. 지난 2월 단기차입금 한도를 늘리고 지주로부터 350억원을 빌리기도 했다. 대출기간은 1년으로, 금리는 약 4.1%다.
KB부동산신탁은 자본확충을 통해 영업용순자본비율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PF시장 손실흡수능력을 키우기 위해 이번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결정했다. 설립 이후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NCR은 영업용순자본을 총위험액으로 나눈 비율로, 부동산신탁사의 재무안정성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다. 금융당국은 해당 비율을 150% 이상으로 관리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올해 2월 부동산신탁사 대표를을 불러모아 유동성 관리를 특별히 주문하기도 했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KB부동산신탁의 NCR은 272.7%다. 금융감독원 권고치는 살짝 웃돌지만 국내 14개 부동산신탁사 가운데 가장 낮은 수치다. 한국신용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는 자본완충력 저하를 이유로 지난달 KB부동산신탁의 신용등급을 A2+에서 A2로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KB부동산신탁의 NCR이 낮아지기 시작한 건 지난해 초부터다. 신탁계정대여금이 빠르게 증가함에 따라 영업용순자본이 2022년 말 3264억원에서 2023년 말 1423억원으로 감소했다. 이후 대손준비금도 추가로 적립하며 올해 1분기 말 기준 영업용순자본은 624억원을 기록했다.
신종자본증권은 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되는 만큼 이번 발행으로 KB부동산신탁의 NCR도 대폭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1분기 말 영업용순자본에 이번에 발행한 1700억원을 단순 합산할 경우 NCR은 약 1015%로 높아진다.
앞서 KB부동산신탁을 제외한 타 금융지주 계열 신탁사들도 그룹 지원을 통해 유상증자, 신종자본증권 등의 형태로 자금을 조달한 바 있다. 우리자산신탁은 지난 3월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2100억원을 확보하고, 신한자산신탁은 사모 신종자본증권 1000억원을 발행해 자본을 확충했다.
KB금융지주 관계자는 "올해 초부터 KB부동산신탁과 자금 지원에 관한 논의를 꾸준히 진행해 왔다"며 "이번에 발행한 신종자본증권 대부분을 KB금융지주가 인수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