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은 주식에 투자하기 유난히 위험한 달이죠. 그밖에도 7월, 1월, 9월, 4월, 11월, 5월, 3월, 6월, 12월, 8월, 그리고 2월이 있겠군요." 마크 트웨인의 저서 '푸든헤드 윌슨(Puddnhead Wilson)'에 이런 농담이 나온다. 여기에는 예측하기 어렵고 변덕스러우며 때론 의심쩍은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주가의 특성이 그대로 담겨있다. 상승 또는 하락. 단편적으로만 바라보면 주식시장은 50%의 비교적 단순한 확률게임이다. 하지만 주가는 기업의 호재와 악재, 재무적 사정, 지배구조, 거시경제, 시장의 수급이 모두 반영된 데이터의 총합체다. 주식의 흐름에 담긴 배경, 그 암호를 더벨이 풀어본다.
◇How It Is Now
코스닥 상장사 이노시뮬레이션의 주가가 언제쯤 회복될까요. 최저점으로 떨어지고 나서 잠잠합니다. K-방산 수혜주로 꼽히는 확장현실(XR) 기업인데 시장의 평가는 아쉽기만 한 것 같습니다.
지난 10일 이노시뮬레이션의 종가는 전 거래일(7일)보다 1.88% 하락한 8880원을 기록했습니다. 거래량이 2만2681주였습니다. 하루 거래량이 2만~3만주에 불과한데요. 지난 4월30일 10만주를 넘었을 뿐 거래량을 보면 시장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주가 흐름은 올해 들어 좋지 않은데요. 최근 3개월 동안 25.38% 하락했습니다. 지난 4월19일 8610원을 기록했는데요. 지난해 7월 상장한 뒤 기록한 최저 주가입니다. 지난해 상장 당시 주가는 3만원을 넘기도 했는데요. 이후 주가는 주춤한 편입니다.
지난 10일 기준 시총은 694억원까지 내려갔습니다. 상장 당일 종가 기준 시총은 2737억원이었습니다. ◇Industry & Event
2000년 설립한 XR기업 이노시뮬레이션은 지난해 7월 코스닥에 입성했습니다. 코스닥 상장사 중 XR 산업에 속하는 기업으로 버넥트와 맥스트가 있는데요. 버넥트와 맥스트가 각각 산업용 XR 소프트웨어, B2C향 메타버스 솔루션 사업을 전개한다면 이노시뮬레이션은 시뮬레이터 장비를 제조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현재 가장 많은 매출이 발생하는 사업부문은 가상훈련 시스템인데요. 'XR 가상훈련' 부문이 지난해 전체 연결기준 매출(195억원)의 64%를 차지했습니다.
자동차·중장비·철도·국방 훈련에 쓰이는 가상훈련 제품은 고위험, 고비용의 현장훈련을 대신해 실제와 유사한 가상환경에서 안전하게 교육, 훈련할 수 있는 시스템인데요. 비용을 절감하는 동시에 현장 적응과 기술 습득에 소모되는 시간을 줄이는데 기여하고 있습니다.
이노시뮬레이션의 미래 먹거리는 자율주행 자동차와 도심항공 모빌리티(UAM)에 달려 있는데요. 회사도 스마트 모빌리티 쪽 XR 시장의 성장 잠재력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이노시뮬레이션의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은 가상 주행 환경을 구축해 디자인하고 제품 설계와 개발, 평가·검증까지 할 수 있는 제품입니다. 올해 스마트 모빌리티 쪽 수주가 XR 가상훈련 시스템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지난달 24일 현대로템과 52억원의 솔루션 공급 계약을 체결했는데 스마트 모빌리티 쪽 사업입니다. 무인전투차량 자율주행 고도화를 위한 VILS(Vehicle-in-the-Loop Simulation)를 공급했는데요. VILS가 실제 차량의 기능안전성을 평가하기 위한 시스템입니다.
◇Market View
가장 최근 리포트는 이달 3일 상상인증권에서 나왔습니다. 리포트는 이노시뮬레이션을 방산·자율시장 확대 수혜주로 평가했습니다. 이소중 애널리스트는 "최근 방산 업체들의 고성장으로 XR 가상훈련에 대한 니즈가 높아지고 있다"며 "고객사가 제품을 수출할 때 계약상 시뮬레이터 납품이 포함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노시뮬레이션이 고객사와 동반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습니다.
이 연구원은 "국내 주요 방산 업체를 고객사로 이미 확보하고 있다"며 "탱크, 기차, 자동차 등에 대한 구조, 동작에 대한 이해도는 유사한 프로젝트를 반복적으로 수행하면서 높아지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선점효과도 기대된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는 중장기 성장동력으로 스마트 모빌리티 시뮬레이터 사업부문이 주목받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지난 4월3일 한국IR협의회 기업리서치센터가 공개한 리포트도 있습니다. 백종석 애널리스트도 방산 수혜주로 이노시뮬레이션을 평가했습니다. 백 연구원은 "주로 방산 기업 고객의 XR 가상훈련시스템 주문 증가가 기대된다"며 "국내 완성차 기업향 스마트 모빌리티 시뮬레이터 사업 성장을 기대한다"고 했습니다.
다만 백 연구원은 "XR 가상훈련시스템 사업 실적은 각국 정부 정책, 국제 정세 등에 영향을 받는 것이 불가피하다"며 "자율주행 본격화가 전반적으로 지연될 가능성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Keyman & Comments
이노시뮬레이션의 키맨은 최대주주인 조준희 대표입니다. 지난 3월 말 기준 지분 19.92%를 보유하고 있어요. 1968년생으로 국민대 기계공학과 출신입니다. 국민대에서 자동차공학으로 석사와 박사학위를 얻었는데요. 2005년 이노시뮬레이션을 창업했습니다.
조 대표가 국민대에서 자동차공학을 전공할 때 이운성 최고운영책임자(CSO·부사장)가 그의 지도교수였습니다. 이 부사장과 조 대표는 사제지간으로 당시 현대차 공모전에 참여했고 당선작으로 내놓은 시뮬레이터가 채택되면서 이들은 기업가의 길을 선택하게 됐습니다. 이 부사장은 미등기임원으로 지분 6.05%를 소유하고 있는 2대 주주입니다.
조 대표와 이 부사장은 경영 안정성을 강화하기 위해 상장 당시 의결권 공동행사 약정을 맺기도 했습니다. 이 부사장은 상장일부터 3년 동안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때 조 대표와 합의하고 의결권을 공동 행사하는 내용입니다.
더벨은 조 대표에게 주가와 하반기 경영 전략에 관해 물어보려고 접촉을 시도했으나 닿지 못했습니다. 10일과 11일에 걸쳐 IR 쪽 담당자에게 연락하고 문자를 남겼으나 회신이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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