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계열 인공지능 반도체 설계전문 기업(AI 팹리스) 사피온이 이달 중 투자유치를 마무리한다. 딜 클로징에 임박했는데 모집된 투자규모는 목표한 유치금액 500억원을 웃도는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한국법인(사피온코리아)에 우선적으로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사실상 투자금이 들어오는 것을 가정하고 사피온코리아에 450억원을 수혈한 셈이다. 사피온 미국 본사(SAPEON Inc.)의 밸류는 5000억원, 한국자회사는 1175억원 정도로 가늠되고 있다.
◇사피온코리아 유증 후 밸류 1175억 책정
사피온코리아는 전일 450억원 규모의 유증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주주배정증자 방식으로 신주 22만5000주를 전액 보통주로 주당 20만원에 발행했다. 신주는 사피온코리아의 100% 지분을 가진 미국 사피온에 배정됐다.
기발행된 주식(보통주) 36만2500주와 이번에 발행될 신주를 더하면 총 발행주식은 58만7500주다. 여기에 주당 발행가액인 20만원을 적용할 경우 1175억원이 나온다. 사피온코리아의 100% 기준 지분가치가 이 정도라는 뜻이다.
해당자금은 AI에 특화된 반도체인 '신경망처리장치(NPU)' 개발과 인건비 등으로 쓰일 예정이다. 지난해 말 기준 사피온코리아의 자본총계는 428억원, 현금성자산 190억원을 보유했지만 영업손실 102억원을 내는 등 아직 돈을 벌지 못해 자본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
사피온코리아는 지난해 1월 SK텔레콤의 AI 반도체 사업을 양도받아 별도법인으로 출범한 뒤 작년 9월(325억원)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 증자다. SK텔레콤, SK스퀘어, SK하이닉스 등 SK ICT 3사가 작년 초 62.5%, 25%, 12.5% 지분으로 공동 출자해 미국에 사피온 법인을 세운 뒤 사피온코리아는 완전자회사로 편입됐다.
◇사피온 본사 투자유치 완료 전에 한국자회사 증자
이번 유증의 특징은 주금 납입일이 지난 5일로 미국 사피온 본사의 투자유치가 종료되기 전에 앞서 이뤄졌다는 점이다. 사피온은 올 3월부터 포스트머니 밸류(투자완료 후 기업가치) 5000억원을 목표로 투자유치를 진행 중이다.
전략적 투자자(SI)로 사모펀드 어센트에쿼티파트너스와 GS그룹 내 계열사, 대보그룹 등이 참여했다. 목표금액은 500억원 정도인데 이달 중에 딜 클로징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투자유치가 완료되지 않아 정확한 금액을 얘기할 수 없지만 달러로 조달하고 있어 목표금액을 조금 넘는 규모로 예상 중"이라고 말했다.
사피온은 투자유치가 완료되기 전에 한국자회사에 450억원을 미리 쏴준 셈이다. 사실상 투자유치 관련 작업이 거의 확정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끌어온 자금의 대부분을 한국법인에 할당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사피온이 개발한 AI 반도체 첫 상용화 제품 'X220'은 지난해 AI 분야의 대표 성능 테스트 대회인 '엠엘퍼프'에서 엔비디아의 데이터센터용 'A2칩'보다 4.6배 높은 성능을 기록하며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또 서버용 반도체 'X330', 자율주행 및 모빌리티를 위한 'X340', 스마트폰 등 엣지 디바이스를 위한 'X350' 등을 준비 중이다. 아울러 SK하이닉스가 개발한 차세대 고성능 메모리를 적용한 X430도 내놓을 계획이다. 이를 통해 2027년까지 누적 매출액 2조원, 기업가치 10조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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