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사 라이벌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는 대부분 사업영역에서 비슷한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다. 영업전략에서도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각 회사별 조직과 인력 구성도 대동소이한 모습이다. 최고재무책임자(CFO) 역할에서도 변별력이 크지 않다.
신한지주와 KB지주 모두 은행을 중심으로 십여 개 비은행 자회사로 구성된 금융지주사다. 그만큼 지주 CFO의 역할은 단순한 자회사 CFO보다 더 확대돼 있다. 단순히 곳간지기에 머무르는 CFO를 넘어 그룹 내 모든 자회사의 재무와 회계, IR을 총괄하는 모습이다.
CFO 산하 조직도 대동소이하다. 신한지주와 KB지주 모두 CFO 산하 재무팀, 회계팀, IR팀을 두고 있다. 인력 구성에서도 큰 차이는 없다. 더불어 각 자회사 이사회 및 소위원회 등으로 넓혀 지주 CFO의 역할이 확대된다는 점도 비슷하다.
두 금융 지주사는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대와 대출자산 증대를 위해 꾸준한 조달이 필수다. 이를 통해 보통주자본(CET1)비율을 안정화하는 것이 CFO의 주요 책무다. 또 지주사 및 자회사의 재무·회계와 자본적정성 관리도 CFO 몫이다. 최근엔 주가부양과 주주환원책 강화 등도 주요 이슈로 부상했다.
다만 CFO의 이력에서 두 그룹은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인다. 신한지주는 전통적인 은행원 출신의 재무 전문가를 CFO로 기용했다. KB지주는 IB업계 출신 외부 전문가를 영입해 지주 CFO란 중책을 맡겼다. 내부와 외부 출신 전문가로 서로 다른 면보를 보이는 신한지주와 KB지주 CFO간 경쟁에서 한발 앞선 쪽은 누구일까.
◇KB금융, 첫 외부인 출신 CFO 서영호 부사장
서영호 KB금융지주 부사장(CFO,
사진)은 KB금융지주 출범 후 첫 외부출신 CFO다. 보통 CFO직은 일종의 CEO 등용문 역할을 한다. 이에 역대 금융지주 CFO들은 은행 내에서 오랫동안 이력을 쌓은 인물이 많다.
실제 서 부사장의 전임자였던 인물 가운데 CEO로 발돋움한 대표적 인물은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과 이재근 KB국민은행장 등이 있다. 대부분 역대 KB지주 CFO들은 모두 국민은행 출신으로 내부에서 성장한 인물들이 도맡아왔다.
서 부사장은 KB금융과 인연을 맺은 기간이 짧다. 2016년 KB증권 리서치센터장으로 부임하며 KB금융과 첫 만남을 가졌다. 그는 KB증권에 몸 담은지 약 5년 만에 금융지주 CFO에 임용됐다. CFO 발탁 당시인 2022년 1월 전무였고 약 1년여 임기를 수행한 뒤 2022년 12월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서 부사장은 KB지주에 합류하기 전에는 JP모간 등 국내외 금융회사에서 리서치 경력을 쌓았다. 1990년 신영증권 애널리스트를 시작으로 대우증권 등 국내사에서 활약했다. 이 밖에 도이치모건그렌펠증권, ABN AMRO증권, JP모건 등 해외 금융사를 거쳤다. 관리자 역할은 2004년 JP모건의 한국지점 리서치 헤드가 시작이다.
KB지주가 서 부사장을 CFO 선임한 배경에는 자본시장과의 호흡과 조달 전문성 확보 등 이유가 있다. KB금융의 자본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자본시장에 대한 이해가 상대적으로 더 높고 전문성도 갖춘 IB 출신 CFO를 기용하며 시장 친화적인 모습을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더불어 최근 KB금융 차원의 비은행 포트폴리오 다각화 전략도 서 부사장의 CFO 기용의 배경으로 풀이된다. KB금융은 국내 은행업 성장성이 한계에 다다른 상황에서 충실하게 비은행부문 강화 전략을 수행 중이다.
비은행 금융사 인수합병(M&A)과 지분투자 등 과정에서 필요한 외부 자본조달은 서 부사장에게 부여된 과제다. 이와 연계한 주가 관리와 주주환원책 등 IR 역량도 금융지주 CFO로서 필수적으로 갖춰야 하는 덕목이다.
서 부사장은 최근 CFO로서 적극적으로 시장과 소통하며 주주환원책을 이끌고 있다. KB금융은 지난해 총주주환원율을 전년 대비 7% 포인트 높은 33%로 끌어올렸다. 3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도 의결했다.
KB금융은 풍부한 수익 창출력과 CET1비율 13.3%를 바탕으로 적극적인 주주환원책을 들고 나올 수 있었다. 그 배경에는 서 부사장의 철저한 재무·회계 관리와 자본적정성 제고를 위한 효율적 자본관리가 뒷받침됐다는 평가다.
◇전통적 은행원 출신 신한지주 이태경 부사장
신한지주는 전통적으로 은행 출신 임원을 CFO로 기용해왔다. 역대 CFO들은 대부분 자회사 CEO로 성장해왔다. 그만큼 CFO직은 향후 요직으로 뻗어나갈 수 있는 핵심 이력 중 하나다. 신한지주 CFO는 전 자회사에 걸쳐 CFO와 재무 조직을 총괄하는 역할도 하는 중책이기 때문이다.
이태경 신한지주 부사장(CFO,
사진)은 전통적인 은행원이다. 오랫동안 재무와 회계 관련 부서에서 경력을 쌓았다. 1992년 신한은행에 입행했다. 재무전략과 회계 등 CFO 산하 조직인 종합기획부에서 행원 초년을 보냈고 1999년 리스크관리팀에서 경험을 쌓았다.
국내외 영업점을 돌며 영업 최전선에서 활동했다. 대부분 은행 임원들이 그렇듯 은행 업무 전반을 경험하며 입지를 다져왔다. 특히 2016년 신한은행 글로벌전략부장으로 발탁돼 본격적으로 글로벌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2019년 신한캄보디아은행 법인장(부서장급)을 거쳐 2021년 신한베트남은행 법인장으로 보직 이동했다.
CFO로서 역량을 높인 계기는 2001년이다. 신한금융지주를 만드는 과정에 창립 멤버로 발탁돼 파견됐다. 당시 신한지주 CFO 산하 전략기획팀 부부장으로 지주사 설립 및 기업공개(IPO)에 공을 세웠다. 신한지주 IPO 과정에서 실무 책임자로 사전 준비에서부터 상장에 이르는 전 과정을 챙겼다.
이 부사장은 2022년 1월 신한지주 CFO로 선임됐다. 동시에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2기 체제 반환점을 돌고 3연임 도전에 나선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은 임원들을 재정비했다. 이 과정에서 이 부사장을 전격 발탁했다.
이 부사장이 갖춘 탁월한 국제감각과 유연한 자금관리 능력, IR 전략 등이 CFO 선임의 배경으로 꼽힌다. 기대에 부응하듯 이 부사장은 취임 뒤 주주 친화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치며 시장과 교감을 넓히고 있다.
특히 이 부사장은 선임 이후 줄곧 고배당 정책 확대와 자사주 매입 및 소각 등을 통해 투자자 유치 및 관리에 매진하고 있다. 굵직한 IR 활동을 확대하며 글로벌 투자자들과 친밀감을 높이는 모습이다.
자본적정성 관리에서도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신한금융의 CET1비율은 12.7%를 기록 중이다. 이러한 자본 안정화를 바탕으로 신한금융은 지난해 총주주환원율을 30%로 끌어올렸다. 올해 15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을 약속했다.
다만 지난해 신한지주는 순이익 면에선 KB금융을 넘어서며 리딩금융으로 올라섰지만 자본적정성과 배당정책 등에선 KB금융에 한발 뒤쳐진 모습이다. 총주주환원율 측면에선 33%를 기록한 KB금융에 비해 다소 저조했다. CET1비율에서도 0.6% 포인트 차이가 벌어진 영향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