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가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에 따른 서비스 장애 피해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카카오는 연간 영업활동으로 6000억~8000억원의 현찰이 유입되기 때문에 이번 피해보상에도 현금흐름에 큰 부담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카카오 측은 당장의 피해보상 비용보다는 신뢰 회복이 먼저라는 입장이다.
다만 피해수습 등으로 카카오의 수익성은 떨어질 수 있다. 카카오의 핵심사업인 톡비즈 사업은 광고시장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내년도 경제 상황이 녹록치 않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라 카카오의 사업환경도 쉽지 않을 수 있다. 이 때문에 내년에는 비용 절감이 중요한 화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직접 보상 규모는 최대 10억 안팎…간접 보상은 수천억카카오는 지난 29일 '1015 피해지원 협의체'에서 수립한 서비스 장애 피해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카카오의 피해지원은 국내 일반 이용자와 비즈니스 파트너로 구분해 진행한다. 일반 이용자를 대상으로는 이모티콘 총 3종(영구 사용 1종, 90일 사용 2종)을 지급하고 카카오메이커스에서 사용할 수 있는 감사 쿠폰(각각 2000원, 3000원 상당), 톡서랍 플러스 1개월 이용권(300만명) 등을 추가로 제공한다.
소상공인 대상으로는 매출 손실 규모액에 따라 지원금을 지급한다. 매출 손실 규모액이 30만원 이하인 경우 3만원, 30만원 초과 50만원 이하인 경우 5만원을 지원한다. 이는 소상공인의 영업이익률과 대체 서비스 유무, 해당 서비스에 대한 카카오 점유율 등을 반영해 고려한다. 50만원 초과 피해사례는 협의체가 검토, 피해 입증과정을 통해 추가 지원을 하겠다는 방침이다.
카카오의 피해지원책 중 현금으로 지급되는 금액은 미미하다. 협의체에 따르면 카카오 공식채널을 통해 접수된 10만5116건 중 카카오 본사 사례는 8만7195건이었다. 이 가운데 유료 서비스 피해접수 건수는 1만4918건(17.1%), 무료 서비스 중 금전적 피해를 언급한 내용은 약 1만3195건(15.1%)였다.
유료 서비스 및 무료 서비스 중 금전적 피해를 봤다고 주장한 소상공인은 총 8461명이었다. 지원금의 중간 값인 4만원을 대입하면 총 3억원이 나온다. 개인이용자까지 확장하면 총 11억원으로 집계된다. 이 밖에 카카오메이커스 감사 쿠폰으로 지급되는 부분이 향후 카카오의 현금소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쿠폰 규모는 2400억원 정도다.
올 3분기 말 카카오 별도기준 순영업활동현금흐름(NCF)은 5815억원으로 보상이 무리가 되는 수준은 아니다. 2020년, 2021년의 NCF는 각각 6306억원, 8152억원이었다. 현금성자산은 7251억원(현금및현금성자산), 610억원(단기금융상품) 등 총 7861억원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 10월말 교환사채(EB) 상환까지 고려하면 현금성자산은 4000억원선일 것으로 추정된다.
◇화재 수습으로 수익성·성장성 둔화…내년 위기 경영카카오는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 수습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피해 복구에 많은 인력이 투입됐고 신사업 속도가 더뎌진 측면이 있다. 이 때문에 당장 올 4분기 수익성은 다소 떨어질 수 있다는 평이다. 그간 카카오의 별도 분기별 영업이익은 1000억원 안팎이었다.
배재현 카카오 수석부사장은 화재 이후에 열린 3분기 컨퍼런스콜에서 4분기 매출손실과 일회성 보상 비용이 약 400억원 규모로 추정된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4분기부터 진행됐던 카카오톡 내 비즈보드 지면 테스트가 중단됐고 이용자 피해 접수창구로 활용했다. 이에 따른 매출 손실도 해당 수치에 포함된 것으로 추정된다.
또 카카오는 올 초만 하더라도 카카오식 메타버스와 글로벌 진출 등 사업 확장 계획을 공표한 적 있다. 카카오식 메타버스는 오픈채팅의 확장판으로 기존 지인 중심에서 비지인으로 확장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화재로 인해 신사업을 총괄하던 남궁훈 대표가 물러나게 됐고 사고 수습과 재발방지책에 집중해 왔다. 서비스 출시는 자연스레 밀려났다.
결국 피해보상 자체는 재무부담이 크지 않지만 내년에 대한 대비는 필요하다. 정부가 제시한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1.6%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가 2.5%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큰 폭으로 둔화된 것이다. 카카오의 핵심사업인 톡비즈, 특히 광고사업의 경우 경제상황에 따라 비용이 집행되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내년 성장률이 둔화될 수 있다.
실제 카카오는 성장 둔화를 보완하기 위해 비용 절감에 나서고 있다. 신규 채용 속도도 조절하고 있다. 본사 인건비 인상률은 올해 15%에서 내년 6%로 하향 조정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