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북미 C2C(소비자간 거래) 플랫폼 업체인 포쉬마크(Poshmark)를 품는다. 지분 100%를 16억 달러에 인수하는 형태다. 5일 오전 환율로 대략 2조2700억원 규모다. 네이버 역사상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 투자다.
어느 때보다 달러가 강세이기 때문에 시장에선 투자 시기가 적절한지에 의구심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포쉬마크 주가가 지난해 1월 나스닥 상장 때와 비교해 80% 가까이 떨어진 상황(83.2달러→17.61달러)이라 네이버는 투자 금액과 시기 모두 적정하다는 입장이다.
더불어 지난 4일 열린 임시 컨퍼런스콜에서 김남선 네이버 CFO는 포쉬마크의 높은 조정에비타(Adjusted EBITDA)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조정에비타는 임직원에게 주식보상을 많이 하는 기업이 주로 사용하는 현금창출력 평가지표다. 네이버도 사용한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따르면 포쉬마크의 지난해 조정에비타는 730만달러(103억원)였다. 전년 대비 감소했지만 흑자 흐름을 이어가며 안정적인 현금창출력을 보였다. 단 올해 2분기 조정에비타가 적자로 전환한 점은 향후 네이버가 주의해야 할 대목이다.
포쉬마크는 안정적인 재무구조도 갖고 있다. 올해 6월 말 기준 부채비율은 52%다. 지난해 말보다 약 5%포인트 상승했지만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는 평가다.
하지만 낮은 부채비율은 상장으로 대거 유입된 자본 때문이라는 점에서 마냥 긍정적으로만 평가하긴 어렵다. 상장 직전인 2020년 12월 말 포쉬마크의 부채비율은 386%였다. 이보다 1년 전인 2019년 12월 말에도 부채비율은 384%로 높은 수준이었다.
지금보다 약 7.5배 높은 부채비율이 상장 덕분에 자본잉여금(Additional paid-in capital)이 2830만달러에서 6억4197만달러로 증가하면서 크게 떨어진 셈이다. 조정에비타는 흑자와 적자를 오고가고 있지만 연간 순손익은 적자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에 추가로 자본을 투입하지 않으면 부채비율은 계속해서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
단 네이버가 지분 100%를 매입하는 까닭에 향후 비상장사로 바뀌면 상장 유지 비용 등이 발생하지 않아 실적 향상에 도움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김남선 CFO는 "중복된 연구개발 부문을 정리하고 라이브 커머스와 검색 기능 등 IT 기술을 활용하면 연간 3000만달러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3000만달러는 포쉬마크의 올해 상반기 순손실(3690만달러)과 맞먹을 정도로 큰 규모다.
부채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항목은 '고객에게 지급해야 할 자금(Funds payable to customers)'이다. 올해 6월 말 기준 2억1026만 달러 부채 가운데 70%가 이 자금이다. 고객들이 향후 포쉬마크에서 물건을 구매할 것에 대비해 미리 예치해둔 자금으로 풀이된다. 고객이 사용하지 않으면 돌려줘야 하기 때문에 부채다.
아울러 포쉬마크 자산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항목은 '현금및현금성자산(Cash and cash equivalents)'이다. 올해 6월 말 기준 총자산의 95%가 현금및현금성자산으로 5억8115만달러에 달한다. 지난해 상장하며 유입된 자금의 대부분을 사용하지 않고 현금으로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네이버의 인수자금 마련에 도움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올해 6월 말 별도기준으로 네이버는 단기금융상품을 포함해도 보유 현금은 1조원이 되지 않는다. 추가 자금 조달이 필요하다. 김 CFO는 "미국 상법에 따라 포쉬마크의 현금도 인수자금의 일부로 사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네이버는 내년 1분기에 딜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