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주주 전성시대'가 열렸다. 지금까지 투자 규모가 작은 소액주주를 소위 '개미'로 불렀지만 지금은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이들은 기업 경영에 크고 작은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기업들은 기업공개(IR), 배당 강화, 자사주 활용 등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한 정책에 힘주고 있다. 더벨이 기업의 주주 친화력(friendship)을 분석해봤다.
현대자동차그룹 내 계열사들은 그룹의 경영 기조에 발을 맞추는 특징이 있다. 주주 친화책에서도 마찬가지다. 배당 강화라는 그룹 공통 목표를 두고 계열사마다 저마다의 정책을 내놓고 있다. 각자 경영 환경에 따라 현대자동차는 잉여현금흐름(FCF)을, 기아는 배당성향을 기준으로 배당을 실시한다.
현대모비스의 배당정책은 둘 중 어느 쪽을 따르고 있을까. 2018년부터 FCF를 배당정책의 기준으로 삼아왔으나 최근 배당성향으로 그 기준을 변경했다. 현대차 식의 배당정책에서 기아 쪽으로 방식을 튼 것이다. 이번 배당정책 수정으로 주주가치 제고에 성공할지 주목된다.
◇배당정책의 기준 'FCF', CAPEX 확대에 '반비례'
지난해까지 현대모비스는 배당정책의 기준으로 FCF를 활용해왔다. 2018년부터 FCF의 20~40%를 배당하는 정책을 추진 중이다. FCF란 순영업활동현금흐름(NCF)에서 자본적 지출(CAPEX)을 빼고 남은 현금흐름을 의미한다. 기업의 현금 여력을 보여주는 지표로 주주 환원이나 차입금 상환 등에 활용할 수 있는 재원이다.
현대모비스는 배당정책을 수립한 이후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FCF 대비 배당 비율은 2018년 25.2%, 2019년 26.5%를 기록했다. 배당정책 목표의 최하단 점인 20%보다 5.2~6.5%포인트(p) 웃돈 수준이다. 다만 2019년까지 FCF의 30%를 넘진 않았다.
2020년부터는 이전과 다른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FCF 대비 배당 비율은 2020년 36.9%로 나타났다. 전년과 비교해 10.4%p 증가하며 30% 선을 넘었다. 지난해에는 배당 비율이 123.3%를 기록하며 배당 목표의 최상단 점인 40%를 크게 웃돌았다.
FCF 대비 배당 비율이 가파르게 상승한 배경에는 FCF 감소가 있었다. 현대모비스의 배당총액은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주당 4000원으로 일정한 모습을 보였다. 이에 따른 배당총액 역시 3700억원 수준을 유지했다.
실제 배당 규모는 변함이 없었으나 기준이 되는 FCF가 줄면서 비율이 상승했다. 2018년 1조5009억원이었던 FCF는 2020년(1조3억원) 33.4%, 지난해(2954억원) 80.3% 급감했다. 반대로 CAPEX는 매년 증가했다. 2018년 5431억원이었던 CAPEX는 2020년 1조189억원으로 증가했다. 지난해에는 9407억원으로 나타났다. CAPEX가 증가하면서 FCF는 줄었다.
◇새로운 배당정책 기준 '배당성향'...최대 '8조' 투자 고려한 정책 수정
현대모비스는 최근 배당정책 기준을 변경했다. 지난달 22일 공시를 통해 '2022년 주주가치 제고정책'을 발표하면서 배당정책 기준을 기존 FCF에서 배당성향으로 전환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FCF의 20~40%'를 배당으로 사용하겠다는 기존 정책에서 '배당성향 20~30%' 수준에서 배당하는 것으로 재설정했다.
현대모비스의 대규모 투자 계획이 배당정책에 반영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자동차산업에서 투자란 CAPEX를 의미하는데, CAPEX가 커지게 되면 배당의 재원이 되는 FCF가 줄어들게 된다. 앞으로 FCF가 줄어드는 상황에 대비해 당기순이익을 기준으로 삼는 배당성향으로 정책을 수정했다는 분석이다.
현대모비스는 주주 환원 정책을 발표하면서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미래투자 계획을 함께 밝혔다. 미래투자는 △전동화 및 핵심부품 증가에 따른 안정적 공급 기반 구축(3조~4조원) △반도체, S/W, 자율주행 등 미래성장 투자(3조~4조원) 등 두 갈래로 이뤄질 계획이다. 앞으로 3년간 미래 경쟁력 강화에만 최대 8조원을 투입한다는 구상이다.
투자 확대와 주주 환원을 함께 실행해야 하는 현대모비스가 FCF보다는 배당성향을 기준으로 삼는 것이 적합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자동차업계는 보고 있다. FCF를 기준으로 배당하는 것은 지속 성장을 위한 자금을 지출한 뒤 배당에 나서는 것이기 때문에 보다 유연한 배당 결정이 가능하다. 다만 투자 규모가 커져 FCF가 마이너스(-)로 떨어지면 목표 달성에 제약이 생긴다.
이와 반대로 배당성향을 기준으로 삼으면 미래 투자에 영향을 비교적 덜 받으면서 배당정책을 펼칠 수 있다. 당기순이익 규모를 바탕으로 배당액을 설정하기 때문에 영업실적이 좋으면 그만큼 배당이 확대되는 구조다. 주주 입장에서도 CAPEX 등을 제하고 산출되는 FCF보다 순이익을 직관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특히 현대모비스는 다른 기업과 달리 지분법 이익을 제외한 당기순이익을 활용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올해 주주가치 제고 정책 특징은 주주들의 투자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추가로 보완했다는 점"이라며 "이는 현대모비스가 지난 3년간 추진해온 중장기 주주 환원 정책의 연장선"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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