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주주 전성시대'가 열렸다. 지금까지 투자 규모가 작은 소액주주를 소위 '개미'로 불렀지만 지금은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이들은 기업 경영에 크고 작은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기업들은 기업공개(IR), 배당 강화, 자사주 활용 등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한 정책에 힘주고 있다. 더벨이 기업의 주주 친화력(friendship)을 분석해봤다.
기업의 주주 친화책이 실제 주주에게 어떤 성과를 안겼는지 알 수 있을까. 주가 상승률과 배당수익률을 바탕으로 주주들이 얼마큼의 경제적 이익을 얻었는지 측정할 수 있는 경제 지표가 하나 있다. 바로 '총주주수익률(TSR)'이다.
TSR이란 Total Shareholder's Return의 약자로 주주들이 일정 기간 동안 특정 기업 주식을 보유해 얻게 된 수익률을 의미한다. 주가 등락과 배당정책 등이 포괄적으로 반영돼 있다. 재계에서 주주 친화 정책에 모범생이란 평가를 받는 현대자동차 TSR은 등락을 거쳐 지난해부터 두자릿수를 기록하고 있다.
2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현대차의 TSR은 12%를 기록했다. 현대차 TSR은 2019년 이후 3년 동안 플러스(+)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2019년 7%, 2020년 60%, 지난해 12%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3년 새 시가총액이 25조원에서 45조원으로 80% 뛰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간 TSR을 현재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었다. 2014년 초 시총은 52조953억원에 이르렀으나 1년 만에 37조9976억원으로 27% 축소해 우하향하기 시작했다. 결국 현대차 시총은 2019년 초 25조1060억원까지 감소했다.
이에 TSR도 변화를 겪었다. 시총이 크게 떨어졌던 2014년 TSR은 -25%로 나타났다. 이듬해 시총은 하락세가 계속됐고 TSR도 마이너스(-) 상태를 면치 못했다. 다만 이듬해 2015년부터 마이너스 폭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TSR은 2015년 -8%, 2016년 0%, 2017년 9%로 점점 높아졌다.
TSR이 개선될 수 있었던 원동력으로 배당정책 강화가 꼽힌다. 현대차 시총은 2014년부터 2019년까지 6년간 지속해서 줄어들었다. 그러나 배당총액에는 거의 변화가 없었다. 주주 정책 강화를 발표했던 2015년 배당총액이 1조원을 돌파했다. 이후 5년간 1조500억~1조700억원 수준의 배당을 이어왔다. 주주 친화에 주력하겠다는 현대차의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현대차는 2020년 TSR 60%를 달성하며 2014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TSR을 큰 폭으로 개선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주가 상승이 뒷받침됐다는 분석이다. 2020년 3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현대차 주가는 장중 6만5000원까지 떨어져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1년 새 주가 반등에 성공해 시총은 40조7037억원으로 뛰었다.
2020년은 현대차가 주가 부양에 힘썼던 한 해다. 특히 자사주 매입 규모를 늘려 유통주식 수를 떨어뜨렸다. 2018년 자사주 소각으로 자사주는 932만9581주, 유통주식 수는 2억433만주가 됐다. 2년 뒤인 2020년 자사주를 매입해 자사주는 1309만1418주로 늘었고, 유통주식 수는 2억57만주로 2013년 이후 최저점을 찍었다.
무엇보다 미래 성장 전략을 발표한 덕분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2020년 12월 현대차는 'CEO 인베스터 데이'를 개최해 '2025 전략'을 선포했다. △전기차 부문 전 라인업 전동화 추진 △레벨 3 수준의 부분 자율주행 기술 적용 △수소연료전지 시스템 브랜드 'HTWO(에이치투)' 공개 등이 골자다. 또한 2025년까지 60조10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내용의 중장기 재무 목표도 밝혔다.
결국 기업가치 제고가 곧 주주 친화책이라는 해석이다. 재계 관계자는 "주주 친화책은 다른 게 아니라 주가 부양 효과가 있는 배당 확대와 자사주 활용이 해당된다"며 "미래 전략과 투자 계획 발표로 주가가 오르고 기업가치가 높아지는 것이야말로 주주 친화 정책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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