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언제·어떤 방식으로 지배구조 개편을 다시 시작할 지는 미지수다. 재계나 시장 관계자 누구도 확언을 하지 못한다. 하지만 중론이 있다. 재시동을 걸기에 앞서 현대글로비스 기업가치를 최대한 끌어올릴 것이라는 예상이다. 기업가치 제고는 주가상승과 일맥상통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정의선 회장의 핵심 자금창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배구조 개편 숙제를 끝내려면 수조원대 자금이 필요하다. 정 회장은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준에 맞춰 두 차례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팔았지만 여전히 최대주주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꾸준한 배당과 주가 부양이 중요한 이유다.
기업가치 제고와 그에 기반한 주가상승은 정 회장 뿐 아니라 모든 주주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차익 실현 등을 통해 자산 확대 기회를 엿볼 수 있다. 그렇다면 현대글로비스 주주들은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을까. 이를 확인하기 위해선 총주주수익률(TSR)을 살펴보면 된다.
TSR은 주주가 일정 기간 동안 특정 기업의 주식을 보유해 거둔 총 수익률을 의미한다. 통상 주가등락률에 배당수익률을 더해 계산한다. 기업에 따라 자사주 매입·소각분을 추가하기도 한다. 주가흐름과 주주환원 규모를 바탕으로 주주가 얼마만큼의 경제적 이익을 얻었는지 측정하는 개념이다.
현대차그룹에선 현대모비스가 선제적으로 TSR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지난 2월 발표한 '중장기 주주환원 정책'에서 TSR을 기반으로 주주가치 극대화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미래성장을 통한 장기 주가수익률을 제고하고 적극적인 주주환원을 병행하겠다는 계획이다.
기본적으로 현대글로비스는 매년 배당을 실시하고 있다. 올해(사업연도 기준 2021년)까지 19년 연속 주주환원을 했다. 금액도 꾸준히 늘렸다. 이익 규모와 무관하게 단 한 차례도 주당배당금을 줄인 적이 없다. 최근 10년간 추이를 살펴보면 최소 동결, 최대 1000원을 증액한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연도별 TSR은 들쑥날쑥했다. 2012년부터 2014년까지 매년 플러스였지만 2015년 음(-)전환했다. 그것도 -35.9%로 최근 10년 내 최저를 기록했다. 이후 4년 연속 마이너스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2019년 16.3%, 2020년 34.8%로 2년 연속 개선됐으나 지난해 다시 -9.4%로 악화됐다.
이는 주가 변동성이 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시가총액에 따라 TSR이 오르내림 궤도를 그린 것이다. 10년 동안 시가총액이 등락을 반복했지만 결과적으로 현재 2012년 초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
이 기간 배당수익률은 0.7~2.5% 사이에 위치하며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반면 주가등락률은 -37.4%~32.9% 사이를 오갔다. TSR이 마이너스로 기록된 해는 배당수익률이 주가하락률을 상쇄하지 못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배당보단 주가흐름이 TSR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얘기다.
실제로 2015년 한해 동안 현대글로비스의 시가총액은 연초 11조5688억원에서 연말 7조2375억원으로 37.4% 낮아졌다. 그해 주당배당금을 전년 대비 50% 증액(2000원→3000원)했으나 TSR 악화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이후 2018년까지 3년 동안 배당을 그대로 유지했지만 주가는 계속 빠졌다. 그나마 서서히 하락세가 둔화되다 2019년 초 반등이 시작됐다.
현대글로비스는 지배구조 개편 시도가 무산된 2018년 주당배당금을 10% 상향 조정했다. 그리고 주주권익 보호를 담당하는 사외이사를 별도 선임하는 등 주주와의 소통 강화에 나서기 시작했다. 심지어 해당 이사는 일반주주 추천으로 후보를 선정했다.
2019년(사업연도 기준)부턴 중기 배당정책에 따라 배당금을 책정하고 있다. 주주의 예측가능성을 높이는 차원이다. 그외의 다양한 신사업에도 진출하며 내부거래 비중을 낮추고 있다. 이에 힘입어 주가가 상승세에 올라탔다. 다만 지난해엔 사상 최대 규모의 배당(1425억원)에도 불구하고 TSR이 다시 음(-)전환했다.
현대글로비스는 앞으로 연말 배당을 지속 확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주가가 TSR을 좌우하는 주요 요인이 될 전망이다. 회사는 최근 액화천연가스(LNG) 해상운송 사업에 본격 뛰어드는 등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한 미래 먹거리 발굴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올 초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 칼라일그룹이 주요주주로 합류한 만큼 사업 다각화 등에 더욱 속도가 붙을 지 주목된다. 지분 10%를 보유한 칼라일그룹은 최종 목표가 성공적인 엑시트인 만큼 주가부양에 신경을 쓸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