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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위원회 중간점검

도입 1년, 아직은 기대 반 우려 반

주요 기업 대부분 ESG위원회 설치...역할은 여전히 애매

조은아 기자  2022-05-20 10:08:16

편집자주

ESG 열풍 2년차. 이제 주요 기업 가운데 ESG위원회가 없는 곳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다만 여전히 그 역할은 물론 구성원의 전문성을 놓고 안팎에서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지금까지 ESG위원회의 설치에 초점을 맞췄다면 앞으로는 위원회의 구성 현황, 안건 상정 범위, 승인 권한 등 기능에 더 집중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더벨이 주요 기업 ESG위원회의 1년 활동을 점검한다.
ESG 경영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놓고는 별다른 이견이 없다. 기업들이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 내부에 ESG위원회를 신설했다는 점에서도 ESG 경영을 과거의 단순 사회공헌활동처럼 부수적 활동으로 여기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지난해 국내 주요 기업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이사회 안에 ESG위원회를 만들었다. 그렇다면 내실은 어떨까. 주요 기업의 ESG위원회를 살펴보면 신설 속도에 비해 내실은 한참 부족하다는 평가다. ESG위원회의 역할이 애매하고 구성원의 전문성도 부족하다는 지적이 여전히 따라붙는다.

특히 ESG위원회 설치가 가장 손쉬운 'ESG 워싱'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 이사회 안에 위원회 하나를 더 만드는 일이 크게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더욱 면밀한 ESG위원회 운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주요 기업, ESG위원회 설치 완료

지난해 삼성그룹, 현대차그룹, SK그룹, LG그룹 등 10대 그룹의 주력 계열사들이 대부분 ESG위원회 설치를 마무리했다. 10대그룹 상장사 99곳 가운데 이사회에 ESG위원회가 설치된 곳은 70여곳에 이른다.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은 이름은 다르지만 ESG위원회 역할을 하는 위원회를 두고 있다. 삼성전자에서는 거버넌스위원회가 ESG위원회 역할을 담당한다. 현대차와 기아, 현대모비스는 지속가능경영위원회를, 현대제철은 투명경영위원회를 각각 두고 있다.

SK그룹에선 SK㈜,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SKC, SK네트웍스 등이 지난해 상반기 ESG위원회를 신설했다. LG그룹은 10개 상장사 모두 ESG위원회를 설치했다. 한화그룹은 7개 상장사 모두에 ESG위원회를 설치한 데 이어 그룹 차원에서 ESG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각 계열사의 ESG 경영을 지원하고 자문을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위원장 선임에도 공을 들였다. 대부분 기업들이 사외이사 가운데 중량감 있는 인물을 ESG위원장으로 선임했다. ESG위원회에 대표이사를 비롯한 사내이사가 한 명씩 꼭 이름을 올리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위원회의 실행력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역할 애매, 위원회 전문성도 부족

그러나 여전히 역할이 애매하다는 꼬리표를 떼어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각 기업들이 ESG위원회를 만들 때부터 이사회 내 다른 위원회와 달리 무엇을 해야하는지 역할이 불분명하다는 지적이 나왔는데 1년이 지나도 여전히 정답을 찾지 못한 모양새다.

ESG라는 개념이 널리 알려지긴 했지만 아직 이를 실제 경영에 어떻게 적용해야 하는지 명확하고 구체적인 기준이나 계획, 선례가 없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는 각 기업 ESG위원회의 지난해 운영 현황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이 지난해 10월 발간한 KCGS 리포트에 따르면 ESG위원회에서 가장 많이 다뤄지는 안건은 위원장 선임, 대규모 내부거래 승인 등이었다. 위원장 선임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안건이 경영과 관련한 일반적 사항으로 ESG위원회가 아닌 다른 위원회 혹은 이사회에서 논의돼도 무방한 내용이었다는 설명이다.

ESG위원회를 통해 ESG 경영체계를 수립하고 관련 이행사항을 점검하거나, 구체적인 ESG 활동을 논의한 곳도 소수에 그쳤다. ESG위원회에 상정된 안건의 대부분이 결의가 아닌 보고 또는 논의의 형태로 부의됐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받았다.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에서 직접 ESG 경영을 챙기고 관련 계획을 수립한다는 당초 취지와 달리 내부 경영진 위주로 주요 결정이 이뤄지고 이사회는 사후 보고만 받는 역할에 그쳤다는 설명이다.

ESG위원회의 전문성과 관련한 우려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기업이 사외이사를 선임할 때 매우 중시하는 기준 중 하나가 바로 전문성이다. 그러나 워낙 ESG 범위도 넓고 의미도 애매하다보니 ESG 전문가라고 부를 만한 전문가가 없거나 혹은 너무 많다.

ESG위원회는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 혹은 감사위원회(감사위) 등과 달리 기업이 어떤 산업군에 속해 있는지에 따라 구체적 운영 방식이 달라져야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조선업이나 건설업의 경우 노동집약적 산업이고 산업재해 우려가 높은 만큼 노동 쪽에 무게추가 기우는 편이 자연스럽다. 화학 등 환경 문제와 관련이 있는 기업의 경우 ESG 중에서도 E(환경) 문제에 관심을 더 기울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 점을 면밀하게 검토해 위원회를 꾸린 곳은 사실상 없어 보인다.

실제 주요 기업의 ESG위원회를 살펴보면 ESG위원장을 맡고 있는 사외이사들의 경력이 ESG와 무관한 곳이 많다. SK㈜는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인 장용석 사외이사가, ㈜한화는 서울대 인문학부 교수인 이석재 사외이사가 각각 ESG위원장을 맡고 있다. 장차관 등 관료 출신도 여럿 찾아볼 수 있다. 전문성보다는 누가 더 화려한 인물을 위원장으로 선임하느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비판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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