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CFO

thebell note

5년전 'CJ CGV 베트남홀딩스'가 상장했다면

이정완 기자  2024-02-05 07:25:11
연초부터 CJ그룹이 오랜만에 한국물 발행을 추진 중이라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CJ가 공모 외화채 시장을 찾은 건 2011년이 마지막이다. 당시 홍콩 시장에서 11억위안(약 2000억원)을 조달했다. 만약 발행에 성공한다면 13년 만의 공모 한국물인 셈이다.

갑자기 글로벌 기관투자자를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원화로 원하는 만큼 조달이 어려우니 외화 시장을 찾으려는 것 같다." CJ를 바라보는 한 IB(투자은행)업계 관계자의 평이다.

가장 돈이 급한 계열사는 CJ CGV다. CJ그룹의 외화 조달도 CJ CGV에 대한 지원안을 찾던 중 나온 아이디어다. 2020년 닥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이 해 순손실이 7500억원에 달했다. 차입을 이어가다 보니 같은 해 말 부채비율은 1000%를 훌쩍 넘었다.

이 무렵 CJ CGV는 신종자본증권을 주된 조달 루트로 삼았다. 부채로 인식되지 않아 재무비율에 미치는 영향을 줄일 수 있었다. 겉으로 드러난 만기는 30년이지만 신종자본증권도 회사채처럼 일정 기간이 지나면 갚아야 한다. 투자자와 약속한 시점에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으면 신뢰를 잃으니 돈을 마련해야 한다. 지난해 12월 상환한 신종자본증권만 1800억원이다.

설상가상으로 6월이면 해외 사업을 위해 받았던 투자금을 반납해야 한다. CJ CGV는 2019년 중국·베트남·인도네시아 법인을 통합한 자회사 CGI홀딩스를 만들어 MBK파트너스와 미래에셋증권PE로부터 약 3300억원을 유치했다. 재무적투자자는 29%의 지분을 얻었고 IPO를 완수하지 못하면 동반매도청구권(드래그얼롱)을 행사할 수 있다. 원래 약속대로라면 작년 6월까지 홍콩 시장에 상장해야 했으나 기한을 1년 연장했다.

상장까지는 4달 남짓 남았는데 CGI홀딩스는 여전히 적자다. 상장 가능성을 높게 보는 이는 많지 않다. CGI홀딩스에게 상장 기회가 없었던 건 아니다. 해외사업이 하나의 법인으로 합쳐지기 전인 2018년 CJ CGV 베트남홀딩스가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추진했다. 순조롭게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하고 수요예측에 나섰지만 같은 해 11월 상장을 철회했다.

수요예측에서 목표 물량은 채웠는데 공모가가 기대에 못 미쳤다고 전해진다. 이 가격으로는 상장할 수 없다는 경영진의 의사가 강했다. 그 때 상장했더라면 어땠을까. 해외 사업 성장성을 인정 받지 못했다는 CJ CGV의 아쉬움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이래저래 5년 전 의사결정이 나비효과로 돌아왔다. 물론 결과론적인 얘기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