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L디앤아이한라가 이사회 멤버를 새롭게 꾸린다. 눈에 띄는 변화는 최고안전책임자(CSO)인 이용주 전무 대신에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최형진 전무가 새롭게 이사회에 참여한다는 점이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태 확산에 따라 재무역량을 보다 강화할 목적으로 풀이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HL디앤아이한라는 오는 23일 열리는 주총에서 최 전무를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다룰 예정이다. 이와 함께 지난해 10월 새롭게 합류한 홍석화 HL디앤아이 사장과 HL그룹 경영지원실장인 권주상 부사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도 상정됐다.
최 전무는 지난해 5월 HL디앤아이한라에 합류한 인물이다. 오랜 기간 HL만도의 재무파트에서 경력을 쌓았다. HL만도 인도법인과 본사 기획실에서 각각 CFO, 원가관리팀장으로 근무했다. HL디앤아이한라로 적을 옮긴 이후에는 CFO로서 활동하고 있다.
최 전무가 이사회에 합류하면서 HL디앤아이한라는 본연의 이사회 구성으로 돌아가게 됐다. HL디앤아이한라는 오랜 기간 정몽원 회장을 포함한 HL그룹 인사 2명과 HL디앤아이한라 사장, HL디앤아이한라 CFO로 이사회를 꾸려왔다. CSO인 이 전무가 이사회에서 활동한 건 이례적인 사례였다.
중대해재처벌법이 지난해 1월 시행된 여파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자 HL디앤아이한라는 이사회 멤버이자 CFO였던 이 전무에게 CSO직을 맡겼다. 이로 인해 이 전무는 CSO로 보직을 변경했음에도 꾸준히 이사회에 출석해 회사의 주요 의사결정을 검토하는 역할을 병행해 왔다. 이제는 이사회 업무를 내려놓고 CSO 업무에만 집중하게 된다.
달라진 업황도 HL디앤아이한라의 이사회 구성에 변화를 야기한 원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지난해부터 이어져온 부동산 PF 사태로 인해 기발행했던 유동화증권의 차환 여부가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PF 우발채무 리스크 해소를 위해 증권사와 건설사간에 투자협약을 맺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원가율을 관리하는 게 중요해진 시점이기도 하다. 코로나19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원자재 수급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H형광 가격이 톤(t)당 126만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코로나19 이전 t당 가격이 100만원을 밑돌았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례적인 상승폭이다.
HL디앤아이한라가 지난해 부진한 실적을 거둔 배경에도 급등한 원가율이 있다. HL디앤아이한라는 지난해 매출액 1조4721억원과 영업이익 52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과 비교해 매출액은 0.2% 감소하는데 그쳤지만 영업이익의 경우 같은 기간 33% 급감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3분기 원자재비와 외주비 인상분을 개별 현장에 선제적으로 반영한 게 수익성 하락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원가율과 영업이익률은 96%, -1.9%다. 4분기에는 원가율 85.7%, 영업이익률 7.2%를 기록해 회복되는 모습을 보였으나 향후 전망을 예단하기 힘든 상황이다.
최 전무도 HL디앤아이한라의 CSO로서 안정적으로 원가율을 관리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해졌다. 최근 최 전무를 필두로 '현장관리 PI(Process Innovation)을 추진하는 배경에도 원가율이 있다. 현장관리 PI에는 모든 업무 프로세스를 일원화시켜 최소한의 인력과 시간으로 효율성을 극대화하겠다는 복안이 깔려있다.
HL디앤아이한라 관계자는 "회사는 오랜기간 CFO가 이사회에 꾸준히 참여해왔다"며 "이 전무가 CSO임에도 계속해서 이사회에 출석해왔던 만큼 CFO인 최 전무를 사내이사로 선임하기 위해 주총 안건을 상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10월 있었던 정기 인사도 일정부분 안건 상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