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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 일석이조 '자사주 활용' 정례화될까

②자회사 추가상장에 따른 주주 불안감 해소, 고배당정책 장기적 유지 도움

강용규 기자  2022-04-27 17:32:17

편집자주

바야흐로 '주주 전성시대'가 열렸다. 지금까지 투자 규모가 작은 소액주주를 소위 '개미'로 불렀지만 지금은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이들은 기업 경영에 크고 작은 영향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 기업들은 기업공개(IR), 배당 강화, 자사주 활용 등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한 정책에 힘주고 있다. 더벨이 기업의 주주 친화력(friendship)을 분석해봤다.
HD현대(현대중공업지주)가 자사주 매입 및 소각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계열사들의 상장으로 주주가치가 낮아질 것이라는 우려를 불식하기 위한 것으로 파악된다.

자사주의 매입 및 소각은 유통 주식수를 줄여 1주의 지분가치를 높일 뿐만 아니라 배당 부담도 완화하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HD현대가 자사주를 활용한 주주환원책을 정례화할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 자사주 소각 단 1차례, 현대삼호중 상장 관련 우려도 지울까

HD현대에 따르면 2022년 정기주주총회에서 배당성향 70% 이상(별도기준)을 유지하고 자사주의 매입 및 소각을 검토하겠다는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제시했다.

배당성향 70%는 HD현대가 처음 배당을 실시하던 2018년부터 한번도 변하지 않은 배당정책으로 ‘1주당 현금배당 3700원(액면분할 전 1만8500원)’과 함께 HD현대의 주주환원을 상징한다.

반면 자사주를 활용한 주주환원은 과거 한차례만 실시됐던 비정기적 이벤트다. HD현대는 2020년 2월~5월에 걸쳐 보통주 48만8000주(지분율 기준 3%, 액면분할 뒤 244만주)를 매입해 소각했다.

HD현대가 자사주 카드를 다시 꺼내려는 것은 계열사들의 상장이 지주사 기업가치의 할인 요인이 될 수 있어서다. 자회사들 중 핵심인 현대오일뱅크는 이미 한국거래소의 상장예비심사를 받고 있으며 손자회사 현대삼호중공업도 2017년 프리IPO 당시 맺은 5년 내 상장의 약정 탓에 올해 안에 상장 시도가 이뤄질 공산이 크다.

현대오일뱅크의 상장은 지난 2012년부터 추진돼 이번이 3수째다. 투자자들에 익숙한 이슈다. 반면 현대삼호중공업의 상장은 투자자들의 인식이 좋지 않다. 현대삼호중공업은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 중간지주사이자 상장사인 한국조선해양의 4대 자회사(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현대에너지솔루션) 가운데 유일한 비상장사라는 의미가 크기 때문이다.

현대삼호중공업마저 상장하면 한국조선해양은 모회사와 자회사가 동시 상장했을 때 중복으로 상계된 기업가치를 덜어내는 과정에서 모회사의 기업가치가 저평가되는 ‘더블 카운팅’의 조건에 완벽하게 부합한다. 한국조선해양의 가치가 저평가되면 그 모회사인 HD현대의 기업가치는 더블 카운팅을 넘어 트리플 카운팅으로 저평가될 수 있다는 것이 투자자들의 인식이다.

HD현대는 2017년 출범 이후로 자사주 보유량 832만4655주(액면분할 전 166만4931주, 지분율 10.54%)를 유지하고 있다. 배당가능이익만 충분히 낼 수 있다면 매입한 분량 이상의 자사주를 소각하는 것도 검토가 가능할 만큼 자사주를 넉넉히 보유하고 있다.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HD현대 관계자는 “정치권에서 모회사와 자회사의 동시상장과 관련해 주주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취지의 법안이나 규정 신설이 논의되고 있는 만큼 현대삼호중공업의 상장도 급하게 추진하지는 않겠다”며 “때문에 자사주 매입과 소각의 규모 및 시기와 관련해서도 아직은 검토 단계”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법안 신설과 관련한 논의가 지연된다면 선제적으로 자사주를 활용한 주주가치 제고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 자사주 활용 주주환원책, ‘정기 이벤트화’ 가능성은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HD현대의 자사주를 활용한 주주환원이 또다시 비정기적 이벤트로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현대중공업그룹의 계열사 IPO가 현대삼호중공업으로 끝나지 않기 때문이다.

현대로보틱스와 현대글로벌서비스도 프리IPO를 통해 투자를 유치한 만큼 언젠가는 상장을 추진하게 된다. 이들은 HD현대가 직접 거느린 자회사라는 점에서 더블 카운팅에 따른 HD현대 기업가치 저평가 가능성도 직접적으로 반영된다. 투자자들의 우려가 재차 불거질 공산이 크다.

매입 자사주에는 배당을 실시하지 않아도 된다는 데에서 자사주를 활용한 주주환원책의 정례화 가능성을 찾는 시선도 있다. 배당 대상 주식의 수를 줄여 장기적으로 1주당 배당금을 유지하면서도 배당총액을 줄일 수 있다는 말이다.

HD현대는 2018~2020년 3년 동안 1주당 1만8500원의 배당금을 유지했는데 2018~2019년 2705억원이었던 배당총액이 2020년 2615억원으로 감소했다. 그 해 실시한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의 효과다. HD현대는 70%의 높은 배당성향을 약속하고 있다. 배당 관련 부담을 완화하는 것은 의미가 작지 않다.

HD현대 관계자는 “앞으로도 상황만 맞는다면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을 통해 주주가치를 제고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면서도 “자사주를 활용한 주주환원책을 정례화하는 방안까지는 아직 논의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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