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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카오 엔터사 IPO 로드맵

장윤중의 카카오엔터 vs 김준구의 엡툰엔터, 청사진은

⑥[CEO] '웹콘텐츠는 기본', K팝으로 성장활로 모색 vs 웹콘텐츠IP 기반 수익모델 개발

이지혜 기자  2024-02-15 16:01:04

편집자주

네이버와 카카오의 콘텐츠기업이 증시 입성을 정조준하고 있다. 네이버의 '웹툰엔터테인먼트', 카카오의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주인공이다. 콘텐츠사업의 시작은 웹툰 등으로 같았으나 성장을 위한 솔루션은 달랐다. '웹콘텐츠' 외길을 걸은 네이버와 달리 카카오는 K-pop(K팝)으로 보폭을 넓혔다. 이들의 도전은 어떤 결실을 맺을까. 네이버와 카카오 콘텐츠기업의 성장과 IPO 전략을 더벨이 살펴봤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네이버 웹툰엔터테인먼트의 출발은 같았다. 2003년 다음이 ‘만화속세상’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웹툰(WebToon)시장이 열렸다. 그로부터 몇년 뒤 네이버도 이 사업에 뛰어들면서 웹툰사업은 웹소설, 웹콘텐츠로 점차 확장되며 시장도 커졌다.

그러나 20여년이 흘러 IPO(기업공개)를 앞둔 지금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웹툰엔터테인먼트의 성장방식은 완전히 달라졌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웹콘텐츠 저력을 갈고 닦는 한편 K-Pop(K팝)을 중심으로 글로벌사업을 확대하겠다는 청사진을 그렸다. 반면 네이버는 웹콘텐츠 IP(지식재산권)을 기반으로 한 2차 창작물 제작 등으로 글로벌사업을 키우고 있다.

사업방향성의 차이는 대표이사(CEO)의 면면에서도 드러난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새 수장으로 장윤중 부사장을 내정했다. 글로벌 음악사업 전문가인 그를 중심으로 K팝 사업을 강화해 성장활로를 모색하겠다는 복안이다. 반면 네이버는 김준구 네이버웹툰 CEO를 20년 가까이 신임하며 웹콘텐츠IP를 활용한 수익모델을 만들고 있다.

◇장윤중 수장으로, 경쟁력 입증된 K팝으로 활로 모색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장윤중 부사장을 차기 CEO로 내정했다. 올 3월 이후 권기수 CEO와 공동 대표를 맡을 예정이다. 권 내정자가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재무정책 등 경영전반을 총괄한다면 장 내정자는 글로벌 음악사업 등을 적극 펼칠 예정이다.

장 내정자의 이력은 과거 CEO와 사뭇 다르다. 지금까지 카카오엔터테인먼트를 이끌어온 이진수와 김성수 공동 대표는 웹콘텐츠사업과 음악사업을 각각 이끌었다.


이진수 CEO는 2010년 웹소설과 웹툰 등 웹콘텐츠 플랫폼인 포도트리를 설립한 인물이다. 포도트리가 카카오에 인수된 뒤 콘텐츠사업부문 총괄 부사장, 카카오페이지 CEO 등을 거쳐 카카오엔터테인먼트 CEO까지 올랐다.

김성수 CEO는 CJ E&M에서 CEO를 지낸 인물로 카카오의 음원과 음반 유통, 음악콘텐츠 제작을 주력사업으로 영위하는 카카오M CEO를 거쳐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수장이 됐다. 다시 말해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사업포트폴리오가 웹콘텐츠부터 음악까지 다양하게 펼쳐져 있는 만큼 각 사업의 전문가를 공동 대표로 내세워 사업을 이끌어왔다는 의미다.

그러나 앞으로는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장 내정자는 웹콘텐츠사업과 관련한 경력이 없다. 대신 글로벌 음악 사업에 특화해 전문성을 쌓았다. 글로벌 3대 메이저 레이블인 소니뮤직에서 한국인 최초로 글로벌 C레벨, 최고위 임원 후보로 선정되어 양성 코스를 수료하며 실력을 인정받았다.

장 내정자는 소니뮤직에서 음원·콘텐츠 디지털 라이선싱, 신사업, 파트너사 관리, 대외협력 부장·팀장으로 일했을 뿐 아니라 마케팅과 A&R, 사업개발, 디지털사업부문까지 두루 맡아 이끌었다.

이에 따라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웹콘텐츠사업은 내실을 다지고 K팝을 중심으로 글로벌사업을 강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K팝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투자한 금액이 더 많아졌다.

카카오그룹은 과거 조 단위 자금을 들여 로엔엔터테인먼트를 인수,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인 멜론을 운영하고 있을 뿐 아니라 스타쉽엔터테인먼트 등을 거느려 직접 가수를 키우고 있다. 여기에 더해 지난해 초에는 1조원이 훨씬 넘는 자금을 들여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지분까지 사왔다. 음악사업에 들인 돈만 3조원이 훨씬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앞으로도 투자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장 내정자가 강력한 네트워크를 확보한 북미를 거점으로 SM엔터테인먼트와 함께 글로벌 음악시장을 공략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투자시장에서 그나마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분야는 K팝”이라며 “K팝 경쟁력이 전세계적으로 입증된 만큼 이 분야에서 성과를 내야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제 가치를 인정 받으며 증시에 입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웹콘텐츠 외길 판 김준구, IP 활용 2차 창작물 생산으로 활로 모색

반면 네이버의 웹툰엔터테인먼트는 다르다. 네이버에서 웹툰사업을 20여년간 이끈 김준구 CEO를 계속 신임하고 있다. 현재 김 CEO는 한국 네이버웹툰뿐 아니라 미국 웹툰엔터테인먼트 CEO도 겸하고 있다.

김 CEO는 2004년 네이버 개발자로 입사했지만 웹툰사업으로 눈길을 돌린 뒤 이쪽에서 경력을 쌓았다. 1만권 이상 만화책을 보유했을 정도로 만화광으로 유명한 그는 2005년 네이버가 웹툰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때부터 사업을 이끌어왔다.


김 CEO가 주목받기 시작한 건 2015년 2월 네이버가 웹툰&웹노블이라는 이름의 사내독립기업(CIC)을 세우고 그에게 지휘봉을 맡기면서다. 웹툰&웹노블 CIC는 2017년 네이버CIC 가운데 최초의 독립기업으로 홀로 섰는데 수장은 물론 김 CEO였다.

네이버웹툰의 CEO에 오른 그는 포화 상태에 접어든 국내 대신 해외로 눈길을 돌렸다. 만화의 종주국인 일본은 물론 미국, 유럽까지 진출하며 네이버의 웹툰서비스를 전세계 1등 웹툰 플랫폼으로 세우기에 이르렀다.

네이버웹툰 관계자는 “지금은 보통명사처럼 쓰이지만 실상 웹툰이라는 용어는 네이버가 가장 처음 만들어 사용하기 시작한 단어”라며 “글로벌 빅테크가 앞다퉈 이 시장에 진출하고 있지만 네이버가 그동안 웹툰시장에서 쌓은 아성을 흔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네이버는 카카오와 달리 웹콘텐츠 IP를 활용해 수익모델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 카카오가 수익성을 위해 K팝사업을 병행했다면 네이버는 웹콘텐츠IP를 활용해 새 시장을 개척하는 식으로 성장활로를 모색했다.

인기를 끈 웹툰을 웹소설로 만들거나 웹소설을 웹툰으로 제작하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보이스 드라마, 일반 드라마, 애니메이션 등 2차 저작물을 만들면서 사업을 다각화했다. 미국 웹툰엔터테인먼트가 왓패드 스튜디오 등 글로벌 콘텐츠 제작사를 거느린 배경이다.

김 CEO는 이와 관련해 지난해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IP 비즈니스에서 작가 수익을 담보하려면 웹툰이 출판되고 보이스 드라마와 일반 드라마, 애니메이션 등 2차 창작물과 병행해서 나오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며 "2차 창작물이 나오면 원천 콘텐츠 자체의 수익이 증대되면서 창작자와 상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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