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은 전지사업부를 분할하기에 앞서 주주들을 달래기 위해 환원정책을 도입했다. 연결재무제표 당기순이익(일회성 비경상 이익 제외)으로 잡아 LG에너지솔루션의 이익까지 배당기준으로 잡힐 수 있도록 했고, 배당성향은 30% 지향을 목표로 하겠다고 밝혔다. 정책이 발표 당시부터 3년간 보통주 1주당 최소 1만원 이상의 현금배당을 집행하겠다고도 공표했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LG엔솔 기업공개(IPO) 이후 후폭풍을 막지 못했다. 가파른 주가 하락을 상쇄하기에는 부족했다. 결국 2020년 '역대급' 수치를 기록한 총주주수익률(TSR·Total Shareholder Return)은 고꾸라졌다.
◇160% 넘었던 TSR, 엔솔 상장하자 마이너스 전환TSR이란 주주들이 일정기간 특정 기업 주식을 보유해 얻게 된 수익률을 의미한다. 주가등락은 물론 배당, 자사주 정책 등도 포괄적으로 반영된다. 배당이 매년 집행되는 점을 감안해 LG화학의 TSR을 1년 단위로 쪼개 살펴봤다.
LG화학 TSR에 기념비적인 수치가 나온 해는 2020년이다. 주식시장에서 2차전지 테마가 주목받기 시작하며 기업가치가 급등하며 TSR 상승을 이끌었다. 시가총액 상승세가 매서웠다. 2020년 연초 22조원대였던 LG화학의 시총은 연말에는 58조원까지 치솟았다. 여기에 같은해 10월 전지사업부 분사를 알리며 주주들의 반발에 대비해 배당을 대폭 확대하기도 했다.
이전까지는 마이너스였던 LG화학의 TSR이 166%로 대폭 올랐다. 2020년 연초 LG화학의 주유를 보유했다면 연말에는 주식가치, 배당 등을 통해 166%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이듬해인 2021년에는 TSR이 다시 마이너스로 되돌아갔다. 하반기부터 IPO를 본격화하며 더블카운팅에 대한 우려로 주가가 빠진 점이 영향을 미쳤다. 보통주 주당 1만2000원으로 사상 최대 배당을 했음에도 효과는 미미했다.
올해가 아직 끝나지는 않았지만 10월 중순인 현재까지 TSR은 마이너스에 머무르고 있다. 올초 시가총액이 43조원이었던 시총이 40조원 수준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만약 올해 안에 시총이 42조원 수준까지 오른다면 TSR이 중립 수준을 회복할 수 있다. 보통주 1주당 1만원의 배당금을 지급하겠다는 가이드라인에 따라 올해도 최소 7000억원 이상의 배당을 집행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TSR 개선 핵심 기업가치…전지소재 사업에 주목기업의 시가총액이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된다면 주주환원정책이 TSR을 좌우하는 주요한 요인이 될 수 있다. LG화학은 최근 몇 년간 주가의 변동폭이 큰 편이었다. 수십조가 되는 시총이 요동치며 수천억원 수준의 배당정책은 TSR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못했다. 원론적이지만 TSR 개선의 해답은 주가 상승에 있다는 결론으로 귀결된다.
최근 주가부양을 위해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을 결정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시장에서 유통되는 주식의 숫자를 줄이는 인위적인 방식으로 주식의 1주당 가치가 상승하는 효과를 노리는 정책들이다. LG그룹의 지주사인 ㈜LG도 지난 5월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5000억원의 자사주를 취득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LG화학의 경우 자사주 정책에 대해 꽤 단호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올초 컨퍼런스콜에서 자사주 매입·소각 계획이 없다고 공개적으로 밝혔고, 사업보고서/반기보고서에 명시된 주주환원정책을 통해서도 "자사주 매입 및 소각 등 현재 구체화된 계획이 없다"고 명시해놨다.
매년 4조원의 투자를 집행해야 하는 처지인 만큼 여윳돈이 많지 않다는 점이 가장 큰 배경으로 보인다. 현재로서는 신사업에 대한 적기 투자로 충분한 성장성을 확보하는 일이 가장 시급하다는 것이다.
결국 주가를 움직이는 가장 큰 힘이 사업에서 나온다는 점에서 LG화학이 택한 방식은 정공법이라고도 할 수 있다. LG화학이 점찍은 신사업은 전지소재와 친환경소재, 혁신신약이다. 이중 주목되는 분야는 전지소재다. 미래 성장성이 클 뿐 아니라 전지소재 사업의 확대로 LG엔솔과의 시너지로 더블카운팅 문제를 일부 해소하는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