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경영 열풍이 게임업계에도 들불로 번지고 있다. 지난해 초 엔씨소프트를 필두로 대형 게임사들이 잇따라 ESG위원회를 설치하고 나섰다. 지속경영 보고서를 앞다퉈 발간하며 변화에 동참하고 있다. ESG위원회에 핵심 경영진을 포진하고 실무조직을 키우는 곳도 늘고 있다. 주요 게임사별 ESG 경영 현황을 점검하고 전략을 살펴본다.
엔씨소프트는 국내 게임사 중 ESG 경영의 선봉장으로 꼽힌다. 재작년 네이버와 카카오를 비롯한 IT업계가 ESG 정비에 나선 이후 게임사로는 처음으로 바통을 이어받았다. 지난 8월 엔씨소프트가 업계 최초로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발간한 이후 타 게임사들도 변화에 동참하고 있다.
ESG 경영위원장인 윤송이 사장이 중심이 돼 드라이브를 건다. 특히 ESG 경영위원회를 이사회 산하가 아니라 사내 독립 조직으로 구성했다. 회사에 상근하는 실무진 중심으로 구성하면서 보다 빠른 ESG 전략 추진이 가능했다.
덕분에 국내 게임사 중 가장 높은 ESG 등급을 받았다. 지난해 보고서 발간 이후 국내외 ESG 점수가 잇따라 A등급으로 상향됐다.
◇내부 독립 조직으로 운영... 윤송이 CSO 중심으로 속도전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3월 ESG 경영위원회를 신설한 데 이어 8월에는 업계 최초로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발간했다.
ESG 경영위원장은 창업자 김택진 대표의 아내이자 엔씨소프트의 최고전략책임자(CSO)인 윤송이 사장이 맡았다. 구성원으로는 구현범 부사장(최고인사책임자·CHRO), 홍원준 부사장(최고재무책임자·CFO)과 서봉규 전무(최고법무책임자·CLO)가 있다. 서봉규 전무는 올해 3월 정진수 수석부사장이 회사를 떠나면서 멤버로 합류했다. 위원회 산하에는 김현주 상무가 이끄는 실무조직인 ESG경영실이 있다.
눈에 띄는 건 ESG 경영위원회가 이사회 산하 위원회가 아니라는 점이다. 통상 이사회 산하에 있을 경우 사외이사 등 외부 인물이 위원회에 합류할 수 있어 감시 기능이 강화된다는 장점이 있다. 반대로 엔씨소프트와 같이 독립조직으로 운영될 경우 상근직인 사내이사나 실무진들이 보다 그랩을 쥘 수 있어 일처리가 빠르다.
덕분에 윤 사장 중심으로 ESG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 수 있었다. 엔씨소프트의 2021년 기부금은 각각 71억원으로 넷마블(9억원), 넥슨코리아(57억원), 크래프톤(42억원) 등 비슷한 규모의 게임사에 비해 규모가 컸다. 이외에도 독립 법인인 엔씨문화재단을 중심으로 어린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빠른 정보공개로 국내 게임사 중 'ESG 1등'
국내 ESG 등급 평가기관인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엔씨소프트에 A등급을 부여했다. 지난해 1분기까지 만해도 B+ 였지만 한등급이 상향됐다. 세부적으로는 지배구조(G)와 사회(S) 부문은 A등급을, 환경은 B+등급을 줬다.
해외에서는 글로벌 ESG 평가기관인 MSCI가 지난해 11월 A로 등급을 상향했다. 엔씨소프트의 글로벌 ESG 등급은 수년째 BBB를 기록해 왔다. 비교대상인 글로벌 미디어·엔터테인먼트 분야 72개 기업 중에서 상위 28%에 들어갔다.
또다른 글로벌 ESG 평가기관 ‘서스테이널리틱스(Sustainalytics)’도 엔씨소프트의 ESG 위험도가 낮다고 평가했다. 지난 3월 발표한 ‘ESG 리스크 평가’에서 12.2점으로 낮음(Low) 등급을 받았다. 글로벌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 산업군에서 상위 1%에 해당하는 점수다. 국내 플랫폼·게임 기업 중에서 가장 낮고, 글로벌 게임회사 53개 중에서도 두번째로 낮았다.
ESG 평가기관은 통상 공개 데이터가 많은 기업에 점수를 높게 준다. 그간 ESG 보고서를 발간하지 않아 정보가 공개되지 않았던 만큼 점수 상향도 없었다. 지난해 3월 위원회 신설과 8월 보고서 발간으로 정보가 공개되면서 점수도 줄지어 오른 것으로 보인다.
◇지배구조(G) 강점, 환경(E)은 약점
부문별로는 지배구조(G) 분야에서 강점을 보였다. 상장한지 20년이 넘은 회사인 만큼 내부감시체계가 공고하게 구축된 덕분이다. 엔씨소프트는 2007년 보상위원회 설치를 시작으로 감사위원회(2010년), 사외이사추천위춴회(2015년)를 이사회 내에 설치해 선도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엔씨소프트의 사외이사 비율은 7명 중 5명으로 법적 기준(3인 이상이면서 이사총수의 과반수)을 훌쩍 넘는다.
IT회사인 만큼 정보보안 분야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MSCI는 프라이버시와 데이터 보안 측면에서 엔씨소프트가 우수(Leader)하다고 평가했다. 서스테이널리틱스도 엔씨소프트의 정보보안 능력을 글로벌 상위 1%수준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환경(E)분야에서는 미흡했다. MSCI는 느림보(Laggard) 등급을, 한국지배구조원도 한단계 낮은 B+등급을 매겼다.
게임사들은 통상 게임 운영을 위해 데이터센터 등을 돌리는 과정에서 다량의 탄소를 배출한다. 공사 등 물리적 방법을 제외하고는 개선하기가 어려워 대다수 게임사들이 낮은 점수를 받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판교에 2026년 3월 제 2사옥을 완공하는데, 이때 환경 부문 점수도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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