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의 ESG위원회는 지난해 4월1일 신설됐다. SK㈜가 밝히고 있는 역할은 '회사 주요 의사결정 사항에 관한 사전 심의기구'다. ESG와 관련된 전략 및 주요사항을 검토 및 분석해 회사가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있도록 한다는 목적에서 만들어졌다.
SK㈜의 ESG위원회는 한마디로 이사회 역량을 한 데 모았다는 말로 정리될 수 있다. 이사회에 있는 4개 위원회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고 가장 자주 열렸다. 이사회 전체 인원이 9명인데 6명이 ESG위원회 소속이다. 사외이사 5명 전원과 장동현 대표이사가 소속돼 있다. 다른 주요 기업들과 비교해도 ESG위원회 규모가 큰 편이다.
위원장은 장용석 사외이사가 맡고 있다. 기존에는 거버넌스위원회 위원장을 맡았었으나 ESG위원회가 신설되면서 자리를 옮겼다.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로 SK그룹이 사회적 가치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두기 시작한 2017년부터 SK㈜의 사외이사로 활동해왔다. 이전에도 기업의 사회적 가치와 지속가능경영 등에 대해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등 ESG 분야의 전문가로 꼽힌다.
ESG위원회는 올 3월까지 모두 12차례 열렸다. 구성원 6명의 출석률은 모두 100%다. SK㈜의 모든 위원회 가운데 가장 많이 열렸다. 거버넌스위원회의 경우 2020년 13차례 열렸으나 지난해에는 8차례 열리는 데 그쳤다.
SK㈜ ESG위원회의 가장 큰 특징은 다른 기업의 ESG위원회와 달리 회사의 투자 및 재무와 관련된 주요 의사결정 사항을 사전에 검토하는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기존 거버넌스위원회에서 맡던 투자 안건 검토 기능이 ESG위원회로 이관됐다. 단순 ESG 활동을 넘어 기업의 모든 의사결정 과정에 ESG 관점을 적용한다는 취지에서다. 회사의 설립, 합병, 분할, 해산, 상장뿐만 아니라 지분 투자 등의 안건이 ESG위원회를 거쳐야 한다.
기존 거버넌스위원회가 사외이사들로만 채워져 독립성에 초점을 맞췄다면 ESG위원회에서는 장동현 사장이 포함돼 회사의 경영 전략이나 계획 등에 대해 한층 심도있는 논의가 가능해졌다. 실행력 역시 높아졌다는 평가다.
SK㈜가 투자 전문회사를 표방하고 있는 만큼 ESG위원회는 회사 경영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1년에 여러 차례 대규모 투자가 이뤄진다는 점을 볼 때 ESG위원회의 무게감이 상당하다.
SK㈜의 ESG위원회 규정에 따르면 ESG위원회에서 다루는 내용은 상당히 방대하다. 회사의 설립, 합병, 분할, 해산, 상장을 비롯해 자기자본 100분의 1 이상의 법인에 대한 출자 및 지분의 처분, 자기자본 100분의 1 이상 규모의 자산 취득, 신규 시설 투자 및 증설 등을 모두 사전에 검토한다.
이밖에 배당과 신주 발행, 주식의 액면분할 및 병합, 자기주식의 취득 및 처분, 주식의 포괄적 교환 및 이전, 특수사채의 발행사항 등의 결정도 ESG위원회에서 사전에 들여다보도록 했다.
그렇다면 실제 ESG위원회에서는 어떤 안건들이 올라왔을까. 지난해 사업보고서를 살펴보면 S사 지분 투자, 해외 계열사 증자 참여, 자회사 출자 및 상장 추진, 중간배당 지급, H사 추가 투자, P사 추가 투자, SK머티리얼즈와의 소규모 합병, 피투자회사 지분 매각, 자기주식을 활용한 스톡그랜트 부여 등이 검토됐다.
보고된 안건으로는 M사 투자, 미국 투자법인 설립 계획, Sustainable Food(지속가능 식품) 투자 추진 현황, H사 경영 진단 및 향후 투자 방안, P사 추가 투자, S사 투자 계획, J사와의 공동 협력 펀드 진행 사항, F사 투자 검토 등이 있다.
같은 기간 SK㈜의 투자 내역을 살펴보면 전기차 충전기 제조사 '시그넷EV' 지분 55.5% 인수, '솔리드에너지시스템(SES)' 추가 투자, 청록수소 제조 스타트업 '모놀리스' 투자, 대체 단백질 기업 미국 '퍼펙트데이' 추가 투자, '네이처스파인드' 투자 등이 있다. 중국 조이비오 그룹과 조성한 1000억원 규모 펀드로 중국에서 대체식품 스타트업 발굴에도 나섰다.
'옥에 티'가 없는 건 아니다. ESG위원회의 역할이 '검토' 혹은 '보고'로 제한됐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첫 위원회가 열린 날 위원장을 선임한 걸 제외하면 모든 안건이 검토와 보고로만 다뤄졌다. 이는 ESG위원회 규정에도 나와있는 사안이다. SK㈜는 ESG위원회를 '사전 심의기구'로 명확하게 못박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