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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경영분석

KB국민은행, '홍콩H ELS' 손실 가시화…비이자이익 영향은

판매량 압도적 1위, 연초 손실 사태 '직격탄'…'효자' 신탁수수료 감소 불가피

최필우 기자  2024-01-15 15:06:38
KB국민은행이 올들어 가시화 된 홍콩H ELS(주가연계증권) 손실 사태로 직격탄을 맞게 됐다. 은행권 판매 ELS에서 연초에만 1000억원을 웃도는 규모로 손실이 발생했는데 KB국민은행은 국내 금융권을 통틀어 최대 판매사다.

홍콩H ELS 손실로 비이자이익 확대 전략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KB국민은행이 리딩뱅크 지위를 공고히하고 있는 배경에는 타행 대비 강한 비이자이익 창출 능력이 자리한다. 비이자이익 중에서도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는 홍콩H ELS 신탁 판매에 빨간불이 켜지면서 수수료 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들어 5대 은행에서 1067억 손실…KB국민 최대 추산

15일 은행권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 12일까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판매 홍콩H ELS에서 1067억원 규모의 손실이 발생했다. 이 기간 만기가 도래한 홍콩H ELS 금액 2105억원에서 50.7%의 손실이 발생한 셈이다.


ELS는 통상 3년 만기 상품으로 6개월 마다 조기상환 기회가 부여된다. 3개 안팎의 기초자산 가격이 조기상환 가능 시점 또는 만기 전에 일정 수준 밑으로 하락하지 않으면 수익을 낼 수 있다. 하지만 홍콩H 지수가 지난 3년 간 우하향하면서 손실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홍콩H 지수는 3년전 1만1000선을 웃돌았으나 최근 5400선 안팎을 오가고 있다.

홍콩H ELS 손실이 가시화되면서 홍역을 치르고 있는 판매사는 KB국민은행이다. KB국민은행은 은행권 ELS 판매량의 절반 이상을 소화하고 있는 최대 판매 창구다. 손실이 확정되고 있는 ELS 중 상당 물량이 KB국민은행에서 판매됐을 것으로 추산된다.

윤한홍 의원실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기준 KB국민은행의 홍콩H ELS 판매랑(신탁 편입 기준)은 7조6695억원이다. 이어 신한은행 2조3701억원, NH농협은행 2조1310억원, 하나은행 2조856억원, 우리은행 408억원 순이다. 신한·NH농협·하나·우리은행의 판매량을 합쳐도 KB국민은행 1곳에 미치지 못한다.

*KB국민은행 순수수료이익 현황, 출처=KB금융 2023년 3분기 경영실적 자료

◇깨져버린 홍콩H ELS 불패신화…신탁 전략 원점 검토해야

KB국민은행이 1위 판매사가 될 수 있었던 건 소매금융 고객 사이에서 홍콩H ELS 선호도가 높았기 때문이다. KB국민은행은 옛 국민은행과 주택은행 합병으로 탄생해 리테일 고객 기반이 타행 대비 탄탄하다.

홍콩H ELS 불패신화가 이어진 것도 판매량을 지속해서 늘릴 수 있었던 요인으로 꼽힌다. 2006년 국내에 ELS가 첫 선을 보인 이래 홍콩H 지수는 급락과 반등을 반복했다. 지수가 급락할 때마다 홍콩H ELS 손실 사태에 대한 우려가 이어졌으나 만기인 3년 내에 반등하면서 고객들에게 수익을 안겨줬다.

홍콩H ELS를 주력으로 내세우면서 KB국민은행은 비이자이익의 한 축을 세울 수 있었다. 지난해 3분기 KB금융 경영실적에 따르면 신탁 분야에서 발생한 순수수료이익은 1840억원이다. 이는 순수수료이익 항목 중 외화수수료(2790억원) 다음으로 높은 금액이다. KB국민은행이 비이자이익 분야를 강화하고 리딩뱅크로 입지를 다지는 데 홍콩H ELS 편입 신탁이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한 것이다.

하지만 홍콩H ELS 판매 이래로 첫 대규모 손실이 발생하면서 불패신화가 깨지게 됐다. 홍콩H ELS는 물론 기초자산에서 홍콩H 지수를 제외한 ELS 판매도 앞으로는 녹록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또 KB국민은행 고객들이 지수 기반 금융상품에 불신을 갖게 되면서 상장지수펀드(ETF) 편입 신탁 판매에도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향후 신탁 수수료수익 감소가 불가피해진 만큼 판매 전략을 원점에서 검토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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