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용 부품 제조기업 '케이피에프'가 재무전략 수정에 나설 전망이다. 지금까지 주로 금융기관 대출을 조달 전략으로 활용했는데, 최근 고금리 환경에서 이자비용 부담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실제 내부적으로 차입금을 줄이는 방향으로 여러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케이피에프 관계자는 18일 "올해 금리 인상 기조에 따라 금융비용도 함께 늘어나는 추세이다 보니 대출 상환이 주요 재무 과제로 떠오른 상황"이라며 "아직까지 구체적인 방법이나 일정 등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여러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선 케이피에프는 차입금 규모를 줄여나가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기본적으로 영업에서 발생하는 현금으로 차입금을 상환하고 필요 자금을 충당하는 방법이 거론된다. 불용자산 매각을 통한 유동성 확보도 가능하다고 보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논의하는 것은 없는 상황이다.
다만 유상증자 등 주식의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은 배제하고 있다. 총 주식수 증가에 따른 대주주 지분 희석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최대주주 송현홀딩스는 올 3분기 지분율이 36.31%에서 32.28%로 4.03%p 하락한 상태다. 작년 7월 발행한 8회차 전환사채(CB)의 전환청구기간이 도래하면서 3분기 동안 총 220만8483주가 전환된 탓이다.
케이피에프의 이 같은 전략 변화는 올해 고금리 환경에서 비용 부담이 커진데서 비롯됐다. 구체적으로 금융기관에서 대출받은 자금에 대한 이자비용이다. 올 3분기 이자비용은 97억5500만원으로 작년동기대비 80% 가량 증가했다. 3분기 개별로만 보면 약 40억원이 이자비용으로 잡혔다. 규모로 따지면 전체 금융비용 가운데 가장 비중이 크다.
이 같은 이자비용 증가는 순이익 감소로 이어졌다. 케이피에프는 올 3분기 당기순이익이 215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311억원) 대비 100억원 가량 낮다. 금융비용이 영업외비용으로 잡혀 전체 이익을 갉아먹은 탓이다.
케이피에프는 그동안 금융기관 차입을 주요 조달 정책으로 활용했다. 올 3분기 말 기준 일반 자금, 운영 목적으로 총 975억원을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받은 상태다. 구체적으로 산업은행이 710억원으로 가장 많고, 하나은행에서도 145억원을 차입 중이다. 최근 몇 년 간의 차입 현황을 봐도 꾸준히 1000억원대의 대출금을 쌓아두고 있다.
여기에 2금융권까지 모두 고려하면 차입 규모는 더 커진다. 3분기 말 기준 케이피에프는 총 5건의 자산유동화대출(ABL)을 안고 있다. 하나캐피탈, 우리금융저축은행 등과 체결한 대출 상품으로 총 150억원 규모다. ABL은 자산 등을 금융기관에 담보로 맡기고 대출받는 것을 뜻한다.
금융기관 차입분은 전체 현금 흐름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3분기 케이피에프 영업활동현금흐름은 마이너스(-) 28억원을 기록했다. 이 기간 영업을 통해 97억원의 현금이 유입됐다. 하지만 이자 비용으로 91억원이 유출되며 전체 현금 흐름을 위축시키는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케이피에프가 금융기관 대출을 활발히 이용할 수 있었던 배경으론 그룹사간 끈끈한 연결고리가 꼽힌다. 송현그룹 내 지분관계로 묶인 23개의 계열사를 확보하고 있어 재무융통성이 높은 편이기 때문이다. 실제 최대주주인 송현홀딩스는 한국수출입은행의 포괄수출금융 관련 132억원 규모의 지급보증을 서고 있다. 최상위 지배자인 송무현 대표도 KB국민은행, NH농협은행의 무역어음대출에 대해 57억원의 지급보증금을 걸었다.
케이피에프는 건설, 장비, 플랜트 산업에서 두루 사용되는 볼트와 너트 등 파스너 제품 제조를 핵심 사업으로 영위하고 있다. '한국볼트' 사명으로 1963년 10월 설립됐다. 2006년 자동차 부품으로 사업 범위를 확장하면서 현재의 사명으로 변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