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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오티베큠, 삼성전자 힘 못쓰자 '내리막'

지분 7% 보유 핵심 고객사 1년 최저가, 태양광 산업 공급 과잉 영향

이우찬 기자  2024-11-12 14:14:49

편집자주

"10월은 주식에 투자하기 유난히 위험한 달이죠. 그밖에도 7월, 1월, 9월, 4월, 11월, 5월, 3월, 6월, 12월, 8월, 그리고 2월이 있겠군요." 마크 트웨인의 저서 '푸든헤드 윌슨(Puddnhead Wilson)'에 이런 농담이 나온다. 여기에는 예측하기 어렵고 변덕스러우며 때론 의심쩍은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주가의 특성이 그대로 담겨있다. 상승 또는 하락. 단편적으로만 바라보면 주식시장은 50%의 비교적 단순한 확률게임이다. 하지만 주가는 기업의 호재와 악재, 재무적 사정, 지배구조, 거시경제, 시장의 수급이 모두 반영된 데이터의 총합체다. 주식의 흐름에 담긴 배경, 그 암호를 더벨이 풀어본다.
◇How It Is Now

코스닥 상장기업 엘오티베큠 주가가 부진합니다. 주요 고객사인 삼성전자가 부진하자 엘오티베큠도 힘을 쓰지 못하는 형국입니다. 삼성전자는 엘오티베큠의 주요 주주이기도 하죠. 지난해까지 꾸준히 성장하며 호실적을 기록해왔는데 올해는 글로벌 태양광 산업 부진으로 실적도 아쉽습니다. 엘오티베큠은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미만의 저평가주이기도 합니다.

엘오티베큠 주가는 최근 3개월 동안 13% 하락했는데요. 같은 기간 코스닥 지수가 3% 빠진 점을 고려하면 지수보다 낙폭이 큰 셈입니다. 반도체, 태양광 등 전방산업이 전반적으로 좋지 않은 상황에서 엘오티베큠도 영향을 피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1년 전 주가는 지금의 2배인 2만원을 상회했습니다. 지난해 11월10일 종가는 2만200원이었습니다. 52주 최고가는 2만4450원, 최저가는 8940원입니다. 12일 1년 신저가를 기록했습니다. 52주 최고가대비 63% 빠졌네요.

1년 동안 개인이 매수한 반면 외국인과 기관은 매도 물량을 쏟아냈습니다. 개인이 155만3660주를 순매수했고 외국인은 111만9569주를 순매도했습니다. 기관도 50만주 이상 순매도했습니다.

주가 하락 속에 시가총액은 크게 줄어들었는데요. 1전 전 이맘때 몸값은 3600억원에 달했습니다. 지금 시총은 1600억원가량입니다. 역대 최고가는 지난해 9월 기록한 3만5150원입니다. 시총으로 약 6000억원이었습니다.


◇Industry & Event

엘오티베큠은 2002년 설립됐고 코스닥에는 2005년 10월 상장됐습니다. 반도체·디스플레이·태양광을 비롯해 첨단산업용 건식진공펌프를 제조·판매하는 기업입니다. 진공펌프는 반도체·디스플레이 생산, 글라스·웨이퍼를 비롯한 표면처리 공정에서 진공 클린룸을 만드는데 쓰이는 필수 장비입니다. 밀폐된 공간을 진공으로 만들기 위해 기체를 제거합니다. 엘오티베큠의 주력인 건식진공펌프 방식이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세계 최초 진공펌프 회사인 독일 오릴콘 라이볼트 베큠(Oerilkon Leybold Vacuum)에서 미국 피츠버그 소재 건식진공펌프 사업부문을 2002년 6월 인수했습니다. 처음 한 개 모델의 영구 사용권을 바탕으로 사업을 시작했으나 지금 10여개 모델과 90여종 제품을 자체적으로 국산화 개발했습니다.

엘오티베큠 자회사 6곳 중 엘오티티에스가 있습니다. 반도체·디스플레이 공정 라인에 건식진공펌프를 제조·공급하면 사후 관리를 엘오티티에스가 전담하는 구조입니다. 엘오티티에스는 2021년 물적분할로 설립됐죠. 엘오티베큠의 사업부문은 진공펌프 부문, 장비 부문, 기타 부문으로 나뉘는데 올해 반기 매출 기준 진공펌프 87%, 장비 13%, 기타 0.2%의 비중입니다.

주요 주주로 삼성전자가 눈에 띕니다. 삼성전자는 2020년 190억원의 유상증자에 참여했는데요. 올해 6월 말 기준 지분율 7.12%입니다. 삼성전자는 엘오티베큠의 반도체 공정용 건식진공펌프를 구매하는 핵심 고객사이기도 합니다.

가장 최근 공시는 지난 9월에 나왔는데요. 30억원의 자기주식 취득 신탁계약을 체결했다는 내용입니다. 주가 안정과 주주가치 제고를 목적으로 내세웠습니다. 2년 전인 2022년 10월에도 30억원의 자사주를 취득했습니다. 자사주 취득은 1~2년마다 한 번 진행하고 있네요.

지난 8월 반기 실적 공시도 있습니다. 최근 몇 년 중 가장 좋지 않은 성적표였습니다. 반기 연결기준 매출은 1420억원, 영업이익은 27억원이었습니다. 지난해 동기보다 매출은 39% 감소했고 이익은 90% 줄었습니다. 회사의 매출은 2021년~2023년 2600억원, 3740억원, 4730억원 매년 성장했는데 올해 역성장이 예상됩니다. 10%를 웃돌던 영업이익률도 올해는 2%에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Market View

가장 최근 리포트는 올해 3월19일 나왔는데요. 8개월가량이 흐른 지금 기준으로 보면 예측에서 많이 빗나간 분석으로 평가됩니다. 유진투자증권의 임소정 연구원은 이 리포트에서 "매출 대부분이 전공정에서 발생하나 식각과 증착 공정 내 활용 비중이 높다는 점에서 향후 미들 엔드(Middle-end) 영역의 실리콘관통전극(TSV) 공정 도입이 확대되면 추가 매출 발생을 기대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올해 예상 실적으로 매출 6643억원, 영업이익률 22%를 전망했습니다.

◇Keyman & Comment

엘오티베큠의 키맨은 오흥식 대표이사 회장입니다. 1962년생으로 수원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했습니다. 1991년부터 2002년까지 라이볼트베큠코리아에서 일하며 사업의 토대를 익혔습니다. 2002년부터 엘오티베큠 대표로 재직하며 경영권을 공고히 하고 있습니다. 올해 6월 말 기준 지분율은 24.11%입니다. 최대주주·특수관계인 지분 합계는 25.5%입니다.

더벨은 오 회장에게 주가에 관해 문의하기 위해 연락을 시도했습니다. 12일 오전 사업보고서에 나온 대표번호(031-8036-5761)를 눌렀습니다. 당장 오 회장과 통화를 하지는 못했습니다. IR관계자는 "오 회장에 관한 공식적인 답변에 관해서는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즉답을 피했는데요.

전반적인 시장 상황과 주가 흐름에 대해서는 설명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IR 관계자는 "지난해 중국향 태양광용 건식진공펌프 매출이 큰 폭으로 증가했고 관련 시설투자도 활발해 최대 실적을 달성할 수 있었다"며 "올해는 수요대비 공급이 급증한 가운데 장치산업 특성상 일정 기간 투자가 또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국면이다"고 말했습니다.

주가 흐름은 주요 주주이자 최대 고객사 중 한곳인 삼성전자 영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삼성전자는 HBM(고대역폭메모리) 시장에서 SK하이닉스에 주도권을 내주며 주가가 5만원 중반대까지 떨어졌죠. IR 관계자는 "SK하이닉스가 거래처인 점은 맞다. 매출 비중은 큰 편은 아니다"며 "반도체용 건식진공펌프는 SK하이닉스를 제외하면 대부분 삼성전자향이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주가도 52주 최저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저PBR에 관해서는 "자사주 취득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아직 소각에 대해서는 결정된 부분이 없다"며 "배당 정책도 구체적으로 확정된 내용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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