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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바이오메딕스, '유증' 잠식 아닌 '임상' 이유있는 베팅

상장 후 첫 조달, 자본잠식률 90% '환기종목'…메자닌 회계 '일시적 문제'

김형석 기자  2024-09-23 07:00:47
에스바이오메딕스가 코스닥 시장에서 자본잠식을 이유로 주의환기종목으로 지정된 가운데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그런데 이 자금 대부분을 재무개선이 아닌 임상에 투입한다는 점에 주목된다. 자본잠식 사유가 실질적인 재무 이슈가 아닌 회계상 부채 확대라는 데 따른 결단이다.

◇유증 70억 중 50억 임상 자금 활용 계획

에스바이오메딕스는 13일 이사회를 열고 70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신주 발행가액은 2만5800원으로 발행 신주는 27만1320주다. 납입일은 이달 25일, 신주 상장 예정일은 10월 15일이다.


신주를 인수하는 대상자는 에스와이에스홀딩스와 동국제약, 에스앤에이로지스틱 등 6곳이다. 가장 큰 규모의 출자를 단행하는 곳은 에스와이에스홀딩스다. 30억원을 출자해 신주 11만6280주를 확보한다.

동국제약과 에스앤에이로지스틱은 각각 15억원을 출자해 5만8140주를 확보한다. 동국제약의 경우 2018년 에스바이오메딕스의 하지허혈 치료제(FECS-Ad)의 판권을 매입한 전략적투자자(SI)다.

주목할 점은 조달자금의 활용처다. 에스바이오메딕스는 조달액 중 50억원을 임상자금에 활용하기로 했다. 나머지 20억원은 운영자금이다.

당초 시장에선 자본잠식 위기인 에스바이오메딕스가 유증을 통해 재무리스크를 개선할 것으로 봤다. 6월 말 기준 에스바이오메딕스의 별도기준 자본잠식률은 90.77%다. 전년도 1.90%였던 점을 감안하면 급작스러운 상승세다.

연결기준으로도 61.21%로 집계됐다. 이는 코스닥시장 공시규정의 환기종목 지정 요건인 자본잠식률이 50%를 상회하는 수치다.

이에 따라 코스닥시장본부는 8월 16일 에스바이오메딕스를 투자주의 환기종목으로 지정했다. 9월 13일에는 불성실 공시법인 지정을 예고했다. 불성실 공시법인으로 지정된 이후에도 해당 기업의 개선조치가 없을 경우 향후 상장폐지까지 이어질 수 있는 이슈다.

6월 말 기준으로 에스바이오메딕스가 자본잠식률을 50% 미만으로 낮추기 위해선 최소 24억원이 필요하다. 운영자금으로 구분한 20억원을 모두 자본으로 투입해도 당장 투자주의 환기종목 지정 해제 요건을 갖추기 어렵다.

◇3년 전 발행 BW, 주가 상승으로 파생상품 손실 발생

에스바이오메딕스가 조달자금을 재무리스크 개선에 투입하지 않는 데엔 이유가 있다. 부채가 늘어난 이유, 자본잠식이 나타난 이유가 실질적으로는 재무적 리스크가 아닌 장부상의 문제였을 뿐이기 때문이다.

자본잠식의 직접적인 이유인 부채 확대는 27억원 규모의 파생상품 평가손실 때문이다. 관련 부채는 2021년 9월과 12월 발행한 BW(신주인수권부사채)에서 비롯됐다.

코스닥 상장 이전에 발행된 두차례의 BW엔 리픽싱(행사가격 조정) 조항이 없었다. 그러나 올해 가파르게 주가가 상승하면서 관련 채권의 가치가 확대되며 부채 급증으로 이어졌다.

실제 올해 초 8000원 수준이던 에스바이오메딕스 주가는 6월 장중 한 때 5만원 선을 넘어섰다. 이에 따라 6억원대에 불과하던 관련 부채 규모는 32억원으로 5배 이상 늘었다.

결국 에스바이오메딕스는 과거 발행한 BW의 회계를 비유동성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추진했다. 그러나 이미 감사보고서 발행 및 공시가 이뤄진 시점이었기 때문에 이를 반영해 손실을 줄일 수는 없었다. 회계처리 방식을 바꾼만큼 자본잠식률이 줄어들고 관리종목에서도 해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홍기동 에스바이오메딕스 CFO는 더벨과의 통화에서 "상장 이전 발행한 BW를 시가 부채로 반영해오면서 주가 상승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것이 자본잠식률 급상승으로 이어졌다"며 "회계 정책을 변경하고 자본잠식률이 50% 미만으로 하락했다"고 말했다.

◇중증하지허혈 치료제·파킨슨병 치료제 자금 투입

재무개선 목적이 아닌 유상증자의 용처는 에스바이오메딕스의 연구개발이다. 주력 파이프라인 중증하지허혈 치료제 FECS-Ad, 파킨슨병 치료제 TED-A9에 투입한다.

에스바이오메딕스는 9월 말과 10월 각각 임상 1·2a상의 최종 결과와 파킨슨병 치료 후보 TED-A9의 고용량 투여군 3명에 대한 1년 추적관찰 중간결과를 발표한다.

FECS-Ad는 기능이 강화된 동종지방유래 중간엽줄기세포 스페로이드를 이용한 중증하지허혈 세포치료제다. FECS-Ad가 타깃하는 중증 하지허혈증은 아직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았다. 하지허혈증은 다리에 미세혈관이 새로 생기지 않아 조직 괴사를 유발하는 질환이다. 전 세계 환자 수는 약 750만명으로 미충족 의학 수요(언멧니즈)가 큰 희귀질환 중 하나다.

2020년 시작된 FECS-AD의 임상 1·2a상은 말초동맥 협착 및 폐색 질환에 의한 중증하지허혈로 진단받은 환자를 대상으로 치료제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평가하기 위해 진행됐다. 앞서 발표된 중간 결과에서는 약물 투여군 환자 13명에서 허혈성 통증의 유의미한 감소를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TED-A9은 파킨슨병 환자의 뇌에 직접 주입하는 치료제다. 배아줄기세포에서 분화한 중뇌 복측 도파민 신경전구세포를 이식해 소멸된 도파민 신경세포를 되살리는 콘셉트를 갖고 있다. 기존 파킨슨병 치료제가 증상완화적 치료에 머물렀다면 TED-A9은 환자 뇌에 죽은 도파민 세포를 새로운 도파민 세포로 교체한다.

홍 CFO는 "이번 유증은 재무리스크가 불거지기 이전부터 임상자금 확보를 위해 준비했던 조달"이라며 "일시적인 재무 이슈에 자금을 투입하기 보단 기존 계획대로 파이프라인 자금으로 활용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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