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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은 급변하는 사업 환경과 시장선도를 위해 상당한 비용을 연구개발(R&D)에 투입한다. 이 가운데 미래수익 창출 가능성이 인정된 부분은 자산으로, 그렇지 못한 부분은 비용, 수익창출 효과가 기대 이하인 부분은 손상 처리된다. 더벨은 R&D 지출 규모와 회계처리를 통해 기업의 연구개발 전략 및 성과를 들여다봤다.
게임사는 개발비를 회계 처리하는 과정에서 종종 딜레마에 놓인다. 개발비를 비용과 자산 중 하나로 계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게임사는 대체적으로 비용 처리하는 경향이 강하다. 하지만 다른 길을 걷는 게임사도 존재한다. 개발비를 비용 대신 자산으로 잡는다는 이야기다. 최근 코스닥 입성을 준비하는 블루포션게임즈가 그렇다.
◇블루포션게임즈 기대작 <에오스블랙> 20일 출격 블루포션게임즈는 오는 20일 신작 모바일게임 <에오스블랙>을 정식 출시한다. 자체적으로 개발한 작품이다. 퍼블리싱(배급)까지 직접 도맡는다. 핵심 지식재산권(IP)인 '에오스'를 기반으로 제작해 기대감은 더욱 남다르다. 사전예약자수가 무려 200만명을 돌파했다는 점이 시장의 뜨거운 관심을 방증한다.
눈에 띄는 대목은 블루포션게임즈가 회계상 <에오스블랙>을 제작하기 위해 투입한 개발비를 무형자산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말 무형자산으로 잡은 <에오스블랙> 개발비는 장부가액 기준 53억원으로 집계됐다. 총자산의 17.7%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개발비 대부분은 게임 개발자 인건비다.
개발비를 굳이 무형자산으로 잡은 이유는 당장의 수익성 악화를 방지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만약 개발비를 자산으로 잡지 않는다면 모두 비용으로 얹어지게 된다. 매출은 똑같은 상태에서 영업비용만 늘어난다는 이야기다. 자연스럽게 영업이익이 감소하면서 각종 수익성 지표가 나빠진다.
지난해 블루포션게임즈 매출은 209억원, 영업손실은 12억원이었다. 만약 개발비를 모두 비용 처리했다고 가정하면 매출 209억원, 영업손실 65억원으로 눈에 띄게 달라진다. 영업이익률로 비교하면 -5.7%에서 -31.1%로 악화된다. 하지만 개발비를 무형자산으로 계상한 덕분에 개발비 증가에 따른 수익성 둔화를 방어했다.
◇앞으로 무형자산상각비 발생 예정 하지만 <에오스블랙> 출시 이후로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때부터는 무형자산으로 인식한 개발비에 대한 상각이 이뤄진다. 영업비용 항목 중 하나인 무형자산상각비가 발생한다는 이야기다. 무형자산상각비가 발생하면 영업비용이 늘어나면서 수익성은 악영향을 받는다. 만약 개발비를 비용으로 처리했다면 마주하지 않았을 상황이다.
블루포션게임즈가 무형자산으로 잡은 개발비는 내용연수에 따라 짧게는 2년에서 길게는 5년에 걸쳐 상각될 것으로 보인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적게는 10억원대에서 많게는 30억원 이상의 무형자산상각비가 매년 발생할 것으로 분석된다. 게임이 흥행하지 못하면 무형자산을 일거에 손상차손 처리할 수도 있다.
무형자산상각비 부담을 최소화하는 지름길은 <에오스블랙> 흥행이다. 게임이 흥행하면 신규 매출 발생으로 이익이 쌓이면서 무형자산상각비 부담을 상쇄할 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 게임이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하고 실패한다면 무형자산상각비 부담으로 적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현금흐름 영향은 없어…회계적 차이 현금흐름 측면에서는 차이가 없다. 개발비를 비용과 자산 중 무엇으로 처리하든 블루포션게임즈가 실제 개발비로 지출한 현금은 동일하기 때문이다. 그저 회계적으로 개발비를 게임 출시 전에 비용 처리하느냐 혹은 게임 출시 후에 비용으로 처리하느냐 차이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그런데도 블루포션게임즈가 굳이 개발비를 자산으로 잡은 배경에는 기업공개(IPO)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블루포션게임즈는 내년 코스닥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만약 개발비를 모두 비용으로 처리했다면 수익성이 들쭉날쭉한 흐름을 보이게 된다. 상대적으로 투자자의 신뢰를 얻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우려다.
블루포션게임즈는 웹툰·웹소설 플랫폼으로 유명한 코스닥 상장사 '미스터블루'에서 탄생한 게임사다. 미스터블루는 2018년 10월 미래 성장동력이었던 게임사업부의 원활한 성장을 위해 물적분할 방식으로 블루포션게임즈를 출범시켰다. 미스터블루는 블루포션게임즈 최대주주로서 지분 99.5%를 보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