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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동그룹의 적자 줄이기 지배구조 개편, 오너 힘 빌렸다

루텍-일동히알테크 합병, 윤웅섭 부회장 루텍 CB 전액 인수 전망

김형석 기자  2024-05-08 07:49:32
일동그룹이 재무부담이 됐던 계열사 합병 등 지배구조 개편으로 재무개선 효과를 봤다. 잉여현금흐름(FCF)과 영업활동현금흐름(OCF)이 개선됐다. 다만 지배구조 개편과정에서 오너가 참여하면서 그룹 핵심 계열사의 지배력이 더욱 강화됐다는 점은 눈에 띄는 지점이다.

◇루텍·일동히알테크 합병 후 일동홀딩스 계열사 지분 확대

일동홀딩스가 공시한 사업보고서 등에 따르면 지난해 연말 께 루텍 주식 64만7549주를 20억원에 인수했다. 이에따라 일동홀딩스의 루텍 지분율은 46.36%에서 57.43%로 확대됐다. 일동홀딩스가 루텍 지분을 추가로 확보한 건 2011년 경영권을 인수한 이후 처음이다.

해당 지분거래는 지난해 추진된 계열사 지배구조 개편의 일환이다. 지난해 4월 루텍과 일동히알테크가 합병했다. 루텍이 일동히알테크를 흡수합병하면서 기존에 일동홀딩스가 일동히알테크의 운영자금으로 대여한 20억원을 합병법인인 루텍의 지분으로 전환했다.


일동히알테크는 히알루론산 필러 등 미용성형 의료기기 제조와 판매를 담당하는 회사다. 의약품 바코드 등 전자태그(RFID)와 소프트웨어개발 및 공급을 주력으로 한 루텍과의 접점은 없다.

그럼에도 양사의 합병을 추진한 데에는 일동히알테크의 자본잠식 상태가 수년간 지속된 탓이다. 2022년 기준 일동히알테크의 당기순손실은 92억원이다. 부채는 281억원으로 자산 72억원을 크게 뛰어넘은 '자본잠식' 상태였다. 합병 직전인 2023년 3월에도 4억원 이상의 순손실을 냈다.

반면 루텍은 계열사 내에서도 우량한 곳으로 꼽힌다. 2022년 125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루텍은 8억원의 당기순이익과 9억원가량의 총포괄손익을 냈다. 재무상태도 안정적이다. 자산과 부채는 각각 75억원, 18억원이다.

루텍은 그룹의 알짜 회사로 오너인 윤웅섭 부회장이 2012년부터 10년 이상 루텍의 사내이사로 재직하고 있다. 비상장사이기 때문에 확실한 지분 내역은 알 수 없다. 다만 윤 부회장 등 오너일가와 그룹 핵심 임원들도 지분 일부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사의 합병은 표면적으론 성공적이다. 일동홀딩스가 대여한 20억원을 변제하는 등 재무 부담을 축소했다. 실제 루텍의 매출은 1년 새 77.04% 증가한 221억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이익과 총포괄손익은 각각 1억6365만원, 16억원으로 집계됐다. 당기순이익은 감소했지만 총포괄손익은 1년 새 2배 늘었다.

그룹의 재무건전성도 일부 개선됐다. 지난해 말 기준 일동홀딩스의 연결기준 내부순현금흐름(IFC)은 754억원 순유출로 전년보다 순유출 규모를 329억원 줄였다. 영업적자폭도 984억원에서 795억원으로 줄이면서 OCF도 순유출 규모를 전년 대비 170억원 줄이는 데 성공했다.

◇윤웅섭 부회장 루텍 CB 인수권자로…2대 주주 등극 가능성

일동그룹 내 루텍의 가치는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합병 과정에서 루텍이 발행한 전환사채(CB)의 인수권자가 오너3세인 윤 부회장이었다.

루텍은 지난해 합병을 추진하면서 일동히알테크가 2019년에 발행한 22억원 규모의 CB 전액을 승계받았다. 이 중 지난해 5월과 11월 각각 2억4500만원과 4000만원을 상환했다. 나머지 19억1500만원의 만기는 2025년 11월로 연장했다.


CB 만기연장으로 사채 인수권자는 윤 부회장으로 명시됐다. 지난해 9월에 발행한 10억원의 CB 역시 사채 인수권자는 윤 부회장이다. 2년 뒤 만기까지 루텍이 CB를 상환하지 못할 경우 윤 부회장이 루텍 지분을 대거 확보하게 된다.

각각 CB의 주식 전환가액이 5000원, 3,090원인 점을 감안하면 윤 부회장이 확보할 수 있는 루텍 주식은 41만5362주다. 지분율로 보면 18%가 넘는다. 윤 부회장이 이미 루텍 지분 일부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실제 확보할 지분율은 더욱 높을 것으로 보인다.

루텍 입장에선 1년 반만에 자체 여력으로 30억원가량의 CB를 상환키는 어렵다. 일동히알테크의 부채를 대거 인수한 탓이다. 지난해 말 기준 루텍의 부채는 375억원으로 1년 새 357억원 급증했다. 281억원에 달하는 일동히알테크의 부채를 모두 승계받은 영향이다. 이에 따라 자산 260억원보다 부채가 115억원 많은 자본잠식 상태다.

일동홀딩스 관계자는 "지배구조 개편은 그룹의 재무구조 강화와 적자기업 해소를 위해 추진된 사안"이라면서도 "우량한 루텍이 적자기업 일동히알테크를 합병하면서 그룹의 재무구조 건전성이 확보됐다"고 말했다.

다만 오너일가가 보유한 루텍 지분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앞선 관계자는 "루텍의 경우 비상장사로 세밀한 지분구조를 알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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