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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 패러다임 시프트

삼성생명의 제3보험 공략, 'CSM 확보'에 방점

마진 높은 건강보험 비중 60%로 확대 방침…일선 영업력 강화 매진

이재용 기자  2024-05-03 07:43:24

편집자주

새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으로 보험산업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보험부채를 시가평가하기 시작하고 이를 기반한 보험계약마진(CSM)이 핵심 수익성 지표로 떠올랐다. 보험사들은 하나같이 CSM 확보에 유리한 경영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상품 구성부터 조직 개편까지 대대적인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IFRS17이 도입된 지 1년, 변화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새로운 패러다임에 발맞춘 각 보험사의 경영전략 변화 전반을 조명해 본다.
삼성생명의 새국제회계기준(IFRS17) 맞춤형 변화는 현재 진행형이다. 사업전략의 중심에 보험계약마진(CSM) 확보를 두고 재구조화가 이뤄지고 있다. IFRS17 도입으로 인한 패러다임 전환을 성장 모멘텀으로 삼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임직원의 일하는 방식까지도 CSM 위주로 바꾸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영업부문에선 포트폴리오 재조정이 한창이다. 특히 마진율이 높은 건강보험 목표비중을 60%로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공을 들이는 중이다. 영업의 첨병 설계사를 지원하는 조직을 확대하는 한편 시책 및 핵심성과지표(KPI) 등의 당근책을 동원해 건강보험이 속한 제3보험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사업 전략 CSM 확보로 압축…핵심 키워드는 '건강보험'

삼성생명의 현재 사업 전략은 'CSM 확보'로 압축된다. 임직원의 일하는 방식 역시 CSM에 따라 전환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최근 전국 50개소 전체 임직원 5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전사적 CSM 교육이다. 전 임직원이 CSM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업무에 임하도록 하겠다는 구상이 엿보인다.

CSM은 보험사의 성과와 성장 가능성을 가늠하는 지표다. 크게 보유 CSM과 신계약 CSM으로 구성된다. 보유 CSM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동시에 새로운 보험계약으로 신계약 CSM을 확보하는 게 관건이다. 최근 생보사들은 CSM 기여도가 높은 제3보험, 특히 건강보험 판매에 집중하는 추세다.


삼성생명 역시 건강보험을 CSM 확보의 키워드로 삼았다. 건강보험에 집중하기 시작한 시기는 지난해 하반기부터다. 지난해 1분기까지만 해도 전체 CSM에서 건강보험이 차지하는 비중은 32%에 불과했지만 4분기에는 45%까지 늘었다. 4분기만 보면 건강보험 비중이 종신보험을 추월했을 정도다.

건강보험에 주력한 효과는 지난해 결산 실적에서 드러났다. 삼성생명은 지난해 연결기준 순이익으로 1조895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19.7% 증가한 수치다. CSM은 전년보다 14% 증가한 12조2000억원을 확보했다. CSM배수가 높은 건강보험을 중점적으로 판매한 영향이 컸다는 게 삼성생명의 설명이다.

삼성생명의 건강보험 CSM배수는 25.7배에 이른다. 사망보험은 12.7배, 금융은 3.2배다. CSM배수는 신계약 CSM을 월납환산초회보험료로 나눈 값이다. CSM배수가 높다는 건 같은 보험료를 받아도 판매이익이 더 높다는 뜻이다. 그만큼 수익성 측면에서 양질의 보험계약이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기여도가 높은 만큼 삼성생명은 건강보험 비중을 더 늘릴 방침이다. 최고재무책임자(CFO)인 이주경 삼성생명 경원지원실장은 지난해 실적 발표에서 "적정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해 종신시장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고 건강보험 판매에 전사 경영 자원을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험 포트폴리오에서 기존 4대6이던 건강보험과 종신보험 비중은 6대4로 재편할 방침이다. 종신보험 위주인 생보시장에서 본격적으로 건강보험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전환하는 셈이다. 삼성생명은 이를 통해 향후 연간 3조원 이상의 신계약 CSM을 확보할 계획이다.

◇KPI부터 시책까지…제3보험 판매 독려 당근책

CSM 확보에 대한 삼성생명의 열망은 KPI 설정에서 드러난다. IFRS17 도입으로 달라진 수익인식기준에 따라 KPI 설정을 변경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건강보험 M/S'가 추가됐다는 점이다. CSM 마진이 높은 건강보험 판매를 늘려 보험계약 이익률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현재 삼성생명은 CSM 확보를 위해 다방면으로 제3보험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업계 관심이 몰리는 부분은 설계매니저 확대다. 설계매니저는 설계사의 설계 업무를 지원하는 인력이다. 직영 대리점이나 GA에 파견돼 설계사가 고객 정보를 전달하면 적합한 상품을 추천·설계해 주는 역할을 한다.

설계매니저를 통한 설계 등 지원이 원활할수록 설계사들의 상품 판매도 수월하다. 설계매니저 수를 늘리는 만큼 영업매출이 증가한다는 인식이 있을 정도로 매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통상적으로 보험사들은 상품 설계가 복잡한 제3보험 등에 대한 교육 및 지원을 위해 설계매니저를 고용한다.

삼성생명은 최근 설계매니저를 대거 확보했다. 지난해 말 80여명이던 설계매니저 수는 지난달 말 210여명으로 확대됐다. 올해 연말까지 설계매니저를 점진적으로 늘려 500명 규모의 조직으로 확대하는 게 목표로 전해진다. 영업과 설계 분담을 통해 GA 채널 영향력을 제고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지원방안뿐 아니라 직접적인 당근책도 제시하며 영업 일선 설계사들의 삼성생명 제3보험 상품 판매를 독려 중이다. 연초 제3보험으로 분류되는 건강·상해보험 상품군에만 특별 추가 시책을 지급하는가 하면, 지난달 GA 소속 설계사를 대상으로 건강·상해보험 위주 시책이 제공됐다.

업계에 따르면 월납보험료 기준 최고 720%까지 시상하고 생애보장보험 10년납 이상 상품 유치 시 익월 300%, 13회차 도래 시점 420%까지 지급하기로 했다. GA는 여러 보험사 상품을 판매한다. 특히 건강보험은 생·손보 구별 없이 수수료 정책 등에 따라 보험사별 판매 실적이 달라지는 양상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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