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가 미국 첨단제조생산 세액공제(AMPC) 효과를 처음 누리면서 전방산업 부진을 최소화했다. 하지만 다가오는 시간이 녹록지 않다. 배터리 주요 응용처인 전기차, 전동공구 등 수요가 2분기는 물론 하반기까지 낙관할 수 없는 탓이다.
외부 변수가 상존하는 가운데 삼성SDI는 소극적인 투자 기조를 벗어던지고 적극적인 움직임에 나선다. 전기차 시장의 중장기적 성장성이 유효하다는 판단에서다. 이전 대비 보수적으로 투자하는 경쟁사와 대비된다. 삼성SDI의 전략 변화가 어떤 결론을 내릴지 이목을 끈다.
◇수익성 하락 불구 배터리·양극재 라인 '동반 증설' 삼성SDI는 30일 실적 컨퍼런스콜을 열고 2024년 1분기(연결기준) 매출 5조1309억원, 영업이익 2674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매출은 전기 대비 7.8%, 전년 동기 대비 4.2% 줄었다. 영업이익은 전기 대비 14.2%, 전년 동기 대비 28.8% 감소했다.
표면적인 수치는 좋지 않았다. 전기차 캐즘(대중화 직전 수요 침체) 여파가 삼성SDI까지 닿은 것으로 풀이된다. 경쟁사 대비 선방했다는 점은 위안이다.
앞서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삼성SDI의 올해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을 5조1911억원, 2281억원으로 추정했다. 매출은 큰 차이가 없었고 영업이익은 상회했다. 이는 중대형전지 내 AMPC 역할이 컸다.
김윤태 삼성SDI 상무는 "작년 말 미국 재무부가 AMPC 관련 신청대상 세부지침을 발표했고 외부 전문가 도움을 받아 검토를 진행했다. 삼성SDI가 현재 미국법인에서 생산하는 제품이 AMPC 대상이 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면서 "지난해부터 올해 1분기까지 생산량에 해당하는 AMPC 금액이 467억원"이라고 전했다.
AMPC 가세는 반갑지만 뒤집어보면 AMPC 제외 시 수익성은 더욱 나빠진다는 뜻이다. 2분기부터 매분기 발생하는 AMPC 금액을 인식할 예정이다. 다만 5개 분기 몫이 467억원임을 고려하면 5분의 1 토막나는 셈이다. 스텔란티스와의 합작법인(JV)이 본격 가동하는 내년부터는 AMPC 수혜가 대폭 커질 수 있다.
각형 배터리 5세대(P5) 확판과 6세대(P6)의 미주 공급 개시 등이 에너지저장장치(ESS) 비수기 영향을 상쇄하기도 했다.
소형전지 역시 모빌리티 중심 고객 재고 영향으로 매출 축소가 불가피했으나 전동공구가 장기공급계약 기반으로 선방했다. 파우치는 삼성전자의 '갤럭시S24' 시리즈 등 신규 플래그십 스마트폰 판매 호조로 매출 및 수익성이 개선됐다.
삼성SDI는 2분기 점진적으로 업황이 나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인공지능(AI) 붐이 기대감을 높인다.
손미카엘 삼성SDI 부사장은 "AI 성장은 데이터센터 전력수요 증가로 이어지는데 2030년까지 현재 규모 대비 2배 이상 늘어날 것"이라며 "이에 따른 전력용 ESS, 데이터센터 백업을 위한 무정전전원장치(UPS) 수요가 크게 증가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삼성SDI는 투자 속도를 늦추지 않기로 했다. 김종성 삼성SDI 부사장은 "전기차 성장세가 단기적 둔화를 겪고 있으나 중장기로는 성장세가 이어질 것"이라면서 "기확보된 수요 대응을 위한 헝가리, 말레이시아 증설과 미국 JV 신공장 공사는 차질 없이 진행 중이다. 신제품 투자도 적극적으로 기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 투자 규모는 전년 대비 상당 수준 증가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배터리 핵심 소재인 양극재 내재화 작업도 속도를 낸다. 자회사 에스티엠이 생산능력(캐파) 증대를 공식화한 상태다. 김윤태 상무는 "양극재 수급 안정성과 가격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일정 비중 내재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에스티엠을 통한 중장기 내재화율 수준을 유지하고자 한다"
◇고객 관심 늘어난 '46파이·전고체전지', 반도체 소재 기대 차세대 원통형 배터리 '46파이'와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전지' 사업화도 한창이다.
조한제 삼성SDI 부사장은 "작년 상반기 다양한 높이의 46파이 전지를 생산할 수 있는 라인을 셋업했다. 다수 고객에 샘플을 전달했다"면서 "업계 최고 에너지밀도와 고출력, 장수명, 급속충전 측면에서 차별화된 46파이 기종을 개발 중으로 연내 양산 준비를 마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SDI는 46파이를 전기차뿐만 아니라 모빌리티 등 다양한 응용처에 활용하는 방안을 고객과 논의 중이다. 이와 관련 2025년 양산 프로젝트를 예고했다.
전고체전지 역시 지난해 6월 파일럿 라인이 설치된 후 다수 완성차업체에 샘플이 납품된 상황이다. 기존 협의 중인 고객 외에도 여러 곳에서 샘플 요청이 오고있다는 후문이다.
손미카엘 삼성SDI 부사장은 "올해 생산공법과 라인 투자 계획을 확정하기 위해 검토 중"이라며 "주요 소재 양산성 확보를 위한 기술검증 및 공급망(SCM) 확보에 나서 2027년 양산에 돌입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반도체 소재는 메모리 등 주요 제품 반등으로 전망이 밝다. 고방열 EMC, EUV 소재 등 유력 제품 중심으로 전년 대비 20% 이상 매출 성장을 이뤄내겠다는 목표다. AI 반도체 등 고부가 칩 확산에 따른 추가 성장도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