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라이프TV가 어두운 과도기를 보내고 있다. 합병을 계기로 ENA채널 중심의 콘텐츠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내놓았지만 수익이 신규 투자를 따라가지 못하는 모양새다. 회계추정 변경에 따라 무형자산 상각비가 급증한 비용 구조도 악재다. 투자를 늘리면 자산 비용화가 커지고 투자를 줄이면 성장이 멈추는 악순환에 빠졌다.
스카이라이프TV는 작년 순손실 447억원을 냈다. 2021년과 2022년 각각 108억원, 51억원 규모의 순이익을 냈는데 전년 갑작스레 적자로 돌아섰다.
일회성비용인 106억원 규모의 영업권 손상차손 영향도 물론 있었다. 스카이라이프TV는 2022년 11월 미디어지니를 흡수합병하면서 영업권 106억원을 인식한 바 있다. 당시 미디어지니의 식별가능 순자산 장부금액은 316억원 수준이었으나 422억원에 인수함에 따라 웃돈인 106억원을 자산인 영업권으로 인식했다. 하지만 향후 미래 현금흐름 예측 이후 회수가능액이 미미할 것으로 평가, 일 년 만에 영업권 전액을 손상처리했다.
영업권 손상차손은 적잖은 규모지만 일회성비용으로 이후 회계연도 재무제표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눈 여겨 봐야할 점은 지난해 스카이라이프TV의 매출총손실과 영업손실이다. 스카이라이프TV는 작년 매출총손실 220억원, 영업손실 386억원을 냈다. 일회성비용을 제외하고서라도 주력사업의 수익 구조가 악화했음을 알 수 있다.
스카이라이프TV의 콘텐츠 투자에 그 답이 있다. 스카이라이프TV는 미디어지니 합병을 기점으로 ENA채널 중심의 콘텐츠 제작과 편성을 일원화해 경영 효율성 및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또한 킬러 콘텐츠를 바탕으로 MPP 사업자에서 글로벌 IP(지식재산) 사업자로 거듭나 ENA 브랜드 가치를 1조원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포부도 보였다.
이에 따라 2022년과 2023년 콘텐츠 투자를 크게 늘렸다. 합병 전인 2021년엔 방송프로그램(무형자산)에 대한 자본적지출액이 200억원 수준에 그쳤는데 2022년엔 504억원, 작년엔 900억원으로 급증했다. 2021년 말 기준 방송프로그램 취득원가는 1891억원에서 2022년 말 2468억원(30.5%)으로, 2023년 말엔 3887억원(57.5%)으로 커졌다.
이로 인해 지난해 무형자산상각액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 방송프로그램에 대한 상각비용은 2021년 210억원에서 2022년엔 337억원, 작년엔 879억원으로 증가했다. 스카이라이프TV의 무형자산상각비는 99.7%가 매출원가에 배분되는 만큼 무형자산상각비는 곧 매출총손실과 영업손실로 이어졌다.
무형자산상각비용이 증가한 이유는 상각해야 할 무형자산 규모 자체가 커진 것도 있었지만 지난해의 경우 특히 내용연수 회계추정의 변경이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스카이라이프TV는 작년 무형자산 상각 내용연수를 5년에서 2년으로 변경했다.
방송콘텐츠의 경우 콘텐츠 자체가 방영 시기 당시의 트렌드를 반영하는데 최근 트렌드 변화 속도가 빨라짐에 따라 2년 정도가 지난 후에는 콘텐츠의 효용가치가 급격히 하락한다. 이에 방송업계는 콘텐츠 상각기간을 2년 이하로 설정하고 있다. 스카이라이프TV도 회계감사인의 권고에 따라 실질에 맞춰 지난해부터 제작 프로그램에 대한 상각 기간을 2년으로 변경했다.
다만 이는 앞으로도 쭉 적용해야 하는 회계처리로, 현재와 같은 방향성에 따라 콘텐츠 생산을 늘린다면 상각액 규모는 지금처럼 커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콘텐츠 생산을 줄이면 회사의 성장은 멈춘다. 결국 매출이 투자 이후의 비용을 커버해야 수익 구조가 정상화될 수 있다.
스카이라이프TV는 작년 매출이 소폭 뒷걸음질쳤다. 매출액 규모는 1008억원으로 18억원가량 감소했다. 지난해 경기 침체 영향으로 유료방송 시장이 전반적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면서 수익성이 흔들렸다. 남남, 유괴의날 등 드라마가 선방했음에도 스카이라이프TV의 지난해 광고매출이 전년 대비 12% 감소했다. 광고매출은 전체 매출의 60% 정도의 비중을 차지한다.
스카이라이프TV 관계자는 "투자에 대한 계획 및 매출 개선 방향은 내부적인 사업전략에 맞춰 운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