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억대 보수를 받는 '연봉킹' 회장이 아니라면 사실 오너 경영인에게 급여와 성과급은 경제 사정을 좌지우지할 만한 규모는 아니다. 2022년 처음으로 등기임원이 돼 2년째 연봉을 공개한 정의선 HD현대그룹 부회장도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오너 경영인의 보수액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이유는 내부의 경영 성과 평가가 연봉이라는 지표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정 부회장은 직전년도 대비 지난해 연봉을 높여 받으며 내부적으로도 경영 능력을 인정 받았다. HD한국조선해양의 흑자전환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HD현대와 HD한국조선해양은 21일 사업보고서를 공시하고 정기선 부회장이 지난해 수령한 연봉을 공개했다. HD현대가 6억2612만원을, HD한국조선해양이 8억1190만원을 지급했다. 2023년 정 부회장은 근로소득으로 14억3746만원을 벌었다.
지난해 처음으로 공개된 정 부회장의 연봉은 11억1487만원이었다. HD현대에서 5억8935만원, HD한국조선해양에서 5억2552만원을 받았다. 직전년도 대비 지난해 수령액은 3억2259만원 늘었다.
정 부회장의 보유 주식 수나 그 외의 재산을 따져보지 않아도 3억2000만원은 큰 금액이 아니다. 재산이 아니라 한해 정 부회장이 배당수익으로 벌어들이는 금액과도 비교가 안 된다. 하지만 경영 성과에 따른 급여액이 상승했다는 점에는 의미를 둘 만하다.
HD현대는 정 부회장의 급여로 약 3억8700만원을, 상여로 약 2억4000만원을 지급했다. HD한국조선해양은 급여로 약 2억9700만원을, 상여로는 2억2900만원을 책정했다.
산정 기준으로는 정 부회장의 직위와 직책, 위임 업무의 성격과 회사의 기여도 등을 반영했다고 명시했다. 상여는 매출액과 영업이익, 회사의 경영 실적 달성을 위한 리더십과 업무에 대한 전문성 및 책임 등을 따졌다.
HD한국조선해양이 3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하는 등 호실적을 기록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해 영업이익 2823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21조2962억원으로 23.1% 증가했다. HD한국조선해양은 2021년 1조3848억원, 2022년 3556억원의 적자를 낸 바 있다.
지난해 수주 실적도 좋았다. 고부가가치 선박 계약을 따내며 수주의 질도 개선됐다. 지난해 카타르 에너지 프로젝트를 포함해 대형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초대형 가스운반선(VLGC), 암모니아운반선(VLAC) 등 총 158척, 약 212억달러를 수주했다. 전체 목표의 157%를 달성한 셈이다.
고문으로 물러난 가삼현 HD한국조선해양 부회장은 퇴직금을 반영해 약 58억원을 수령했다. 급여 9억2078만원, 상여 2억2050만원, 퇴직금 46억4887만원이다. 안광헌 HD한국조선해양 전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해 급여 6억827만원, 상여 1억4700만원, 퇴직금 14억7539만원으로 모두 22억3066만원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