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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O 이사회 첫 합류…재무체력 회복 총력

유 CFO, 올해 투자조절·원가개선 추진...하반기 흑자전환 목표

정명섭 기자  2024-03-08 08:12:42
SKC
SKC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올해 처음으로 이사회에 참여한다. 기존에 지주사인 SK㈜ 투자·재무 전문가들이 채웠던 기타비상무이사 자리를 줄이고 CFO를 추가했다. 주요 사업인 화학과 배터리 소재 부문의 실적 둔화로 재무부담이 커지자 CFO를 내세워 리스크 관리에 나서려는 포석으로 분석된다.

◇SKC CFO, 이사회 첫 합류…"재무건전성 확보 기여"

SKC 사내이사 진용은 오는 26일 정기주주총회를 기점으로 달라진다. 기존에는 대표이사인 박원철 사장이 사내이사로, 김양택 SK㈜ 첨단소재센터장(현 SK머티리얼즈 사장)과 채준식 SK㈜ 재무부문장(현 SK에코플랜트 CFO) 2인이 기타비상무이사에 이름을 올렸다.

이번에는 사내이사 2인, 기타비상무이사 1인으로 구성이 바뀐다. 사내이사 2인으로는 박 사장 외에 CFO인 유지한 경영지원부문장이 신규 선임된다. 기타비상무이사는 SK㈜ PM부문장인 신창호 부사장이 맡는다.


유 CFO는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을 거쳐 2021년 SK그룹에 영입된 인물이다. 당시 SK실트론 사업개발본부장을 역임했다. 2022년 1월 SK수펙스추구협의회 투자2팀장으로 옮겨 신사업을 발굴하는 역할을 맡다가 작년 말 SK그룹 정기인사에서 SKC CFO에 선임됐다. 그는 지난달 SKC 2023년 연간 및 4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데뷔전을 치렀다.

SKC CFO가 등기임원에 오르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일반적으로 이사회에 CFO가 참여한다는 건 재무적인 지식과 경험을 의사결정에 활용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사회가 인수합병(M&A) 같은 전략적 결정 과정에서 재무적 측면의 조언을 받을 수도 있다. 재무성과를 개선하려는 목적으로 CFO를 이사회에 참여시키기도 한다. SKC는 후자에 해당한다.

SKC 측은 "CFO의 이사회 참여를 통해 재무건전성 확보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작년 화학·동박 부문 동반 침체로 재무부담 커져

SKC는 2020년부터 배터리·반도체 소재로 사업구조를 전환하기 시작했다. 1조1900억원을 들여 배터리용 동박사업 투자사 SK넥실리스(전 KCFT)를 인수한 시기가 2020년 1월이다. 2022년 12월에는 인더스트리사업부문(필름 사업)을 사모펀드 운용사 한앤컴퍼니에 매각했다.

배터리·반도체 소재 부문의 매출 비중은 2020년 28.3%에서 2021년 33.8%, 2022년 44.9%로 빠르게 늘며 주력인 화학 부문(2022년 매출 비중 54.3%)의 턱밑까지 따라왔다. 특히 동박 사업은 영업이익이 2020년 529억원, 2021년 795억원, 2022년 986억원으로 매년 빠르게 증가했다. 영업이익률은 10%를 상회했다.

그러나 2023년부터 분위기가 달라졌다. 화학 부문이 업황 둔화로 분기 영업손실을 내기 시작했다. 캐시카우였던 동박 사업마저 배터리 수요 둔화와 중국 기업과의 경쟁 심화 여파로 첫 적자(3분기)를 기록했다.

결국 SKC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1조5708억원, 영업손실 2163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4.2% 줄었고 영업이익은 적자 전환했다. SKC가 연간 적자를 기록한 건 1997년 기업공개(IPO) 이후 처음이다.


현금창출력은 낮아졌는데 배터리·반도체 소재 분야의 대규모 투자가 계속되다 보니 순차입금이 증가했다. 2020년 3469억원이던 자본적지출(CAPEX)은 2022년 7654억원, 2023년 9월 말 6978억원을 기록했다. 순차입금은 2020년 2조1535억원, 2022년 1조8470억원, 2023년 9월 말 2조5052억원이었다. 2022년 순차입금 감소는 그해 말 인더스트리사업부문 매각 완료로 1조2000억원의 현금이 들어오면서 나타난 일시적 변화였다.

차입금의존도는 2020년 47.8%에서 2023년 3분기 말 51.7%까지 증가했다. 부채비율은 2020년 182.5%를 기록한 이후 매년 170~180% 수준을 오갔다.


◇유 CFO, 올해 하반기 흑자전환 '중책'

SKC는 올해도 녹록지 않은 해를 보낼 것으로 보인다. 동박 사업과 화학 사업 모두 글로벌 경영 불확실성으로 단기에 실적 회복이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마라토너들이 반드시 겪는 격렬한 고비의 순간인 '데드 포인트'를 지나고 있다는 게 SKC의 진단이다.

유 CFO는 재무건전성 확보를 위해 투자 계획을 보수적으로 잡았다. 올해 CAPEX는 작년(1조5000억원)의 40~50% 수준이다. 투자비의 약 60%가 동박 생산능력 확보에 투입될 예정이다.

원가를 혁신하는 작업도 병행한다. 작년 말 가동하기 시작한 말레이시아 동박 공장의 생산비중을 늘려 실적을 개선한다는 복안이다. 현재 20% 내외인 가동률을 올해 말 90%까지 끌어올리는 게 목표다. 투자업계는 올해 4분기 이후에 본격적인 양산 체제가 마련될 것으로 보고 있다.

동박 생산원가의 대부분은 전기료다. 말레이시아 공장은 국내 공장 대비 전기료가 50% 이상 낮다. 말레이시아는 수력 발전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SKC는 지속해서 오르는 국내 물가와 전기료에 따른 원가 부담 등으로 2021년 7월부터 말레이시아에 생산 거점을 마련해왔다. 올해 2공장도 완공될 예정이다.

유 CFO는 올해 하반기 흑자전환을 겨냥하고 있다. 하반기는 기준금리 하락 가능성, 주요 완성차 브랜드의 전기차 라인업 확대 등으로 배터리 업황 회복이 예상되는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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