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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는 기업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이자 동시에 최고 감시감독기구다. 기업의 운명을 가르는 결정이 이사회에서 이뤄지고 이에 대한 책임도 이사회가 진다. 기업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주주와 임직원, 정부, 시민사회 등 한 기업을 둘러싼 모든 이해관계자가 이사회에 높은 독립성과 전문성, 투명성, 윤리성 등을 강력하게 요구하는 이유다. THE CFO가 이사회의 A부터 Z까지 샅샅이 살펴본다.
자산총계 2조원 이상 LG그룹 계열사들의 공통점은 사외이사 후보를 뽑는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에 지주사 LG의 주요 임원들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는 점이다. 경영진이 사추위에 포함될 경우 사외이사가 경영진을 향한 효과적인 견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7일 기준 LG를 비롯해 △LG전자 △LG화학 △LG에너지솔루션 △LG생활건강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LG유플러스 △LG헬로비전 등 LG그룹 주요 계열사들의 사추위에는 구 회장이 직접 이끄는 LG의 핵심 임원들이 참여하고 있다.
사추위는 자산총계 2조원 이상의 상장사일 경우 이사회 내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는 기구다. 사추위는 사내 경영진을 견제하고 감시하는 사외이사를 선발하는 과정에서 후보를 추천하는 역할을 한다. 상법 상 사추위는 과반 이상 사외이사로 구성돼야 한다.
LG그룹 계열사들은 공통적으로 2명의 사외이사와 1명의 비상근이사들로 사추위를 구성한다. 3명 중 과반인 2명을 사외이사로 구성했기 때문에 법에 저촉되지는 않는다.
△LG △LG전자 △LG화학 △LG에너지솔루션의 사추위에는 LG의 최고운영책임자(COO)인 권봉석 부회장이 있다.
△LG생활건강 △LG디스플레이에는 LG의 최고재무책임자(CFO)인 하범종 사장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LG유플러스 △LG헬로비전에는 LG의 경영전략부문장인 홍범식 사장이, △LG이노텍에는 LG의 전자팀장이었던 안준홍 전무가 있다.
각 사 사추위의 위원장은 공석이거나 사외이사가 맡고 있다. 공석인 계열사의 경우 작년 사외이사 선발 시기가 아니라 위원회가 개최되지 않았던 곳이다. 위원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면서 '최소한의' 독립성은 갖췄다는 평가다.
다만 각 사에 그룹 총수와 지근거리에 있는 집행임원들이 사추위에 소속돼 있다는 점은 이사회 독립성을 저해하는 요소로 분석된다.
한국ESG기준원은 2018년 보고서를 통해 "경영진이 사추위에 참여할 경우 사외이사는 후보추천에 영향을 미치는 경영진으로부터 독립적일 수 없고 그 결과 경영진에 대한 효과적인 견제가 어려워져 실질적으로는 유명무실한 기구에 그칠 수 있다"며 "특히 지배주주가 그 구성원이 될 경우 사외이사 후보추천 절차부터 선임에 이르기까지 지배주주의 영향력이 지나치게 커지고 일반주주의 보호가 취약해지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밝혔다.
기타 국내 대기업들의 경우 사추위의 구성이 가지각색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독립성 제고를 위해 사추위를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한다. 반면 SK와 현대차의 경우 총수인 최태원 회장과 정의선 회장이 직접 사추위에 참여한다.
LG는 지배구조보고서를 통해 "사외이사는 위원 3인 중 2인이 사외이사인 사추위를 통해 선임하고 있고 법적 결격사유 뿐만 아니라 회사, 대주주 및 기타 특수관계인과의 거래 또는 이해관계가 없는지 면밀히 검토 후 선임함으로써 사외이사의 독립성을 담보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