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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er Match Up현대차 vs 테슬라

오너와 거리두기 못한 이사회라는 '공통점'

[이사회]⑤현대차, 이사회 의장과 대표 겸직…테슬라 CEO와 사외이사 '물의' 일으켜

양도웅 기자  2024-02-06 14:33:14

편집자주

'피어 프레셔(Peer Pressure)’란 사회적 동물이라면 벗어날 수 없는 무형의 압력이다. 무리마다 존재하는 암묵적 룰이 행위와 가치판단을 지배한다. 기업의 세계는 어떨까. 동일 업종 기업들은 보다 실리적 이유에서 비슷한 행동양식을 공유한다. 사업 양태가 대동소이하니 같은 매크로 이슈에 영향을 받고 고객 풀 역시 겹친다. 그러나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태생부터 지배구조, 투자와 재무전략까지. 기업의 경쟁력을 가르는 차이를 THE CFO가 들여다본다.
현대자동차와 테슬라는 이사회 독립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꾸준히 받는다. 오너로 일컬어지는 지배주주 정의선 회장과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를 견제할 만한 '거리'를 이사회가 확보하지 못했다는 비판이다. 양사가 지배구조 부문에서 글로벌 평가기관으로부터 평균 이하 등급을 받는 배경으로 풀이된다.

현대차 이사회가 비판받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이사회 의장을 대표이사인 정의선 회장이 맡고 있다는 점이다.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 분리는 한국거래소와 금융위원회 등 당국이 정립한 '기업지배구조 핵심지표 준수사항' 중 하나다.

당국이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 분리를 요구하는 건 권력 집중을 막기 위해서다. 이사회 의장은 매분기 열리는 정기 이사회와 별도로 이사회를 소집할 권한을 유일하게 갖고 있다. 뿐만 아니라 대표이사와 함께 이사회 심의 안건을 직접 올릴 수 있어 이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자리로 꼽힌다.


때문에 이사회 본연의 역할인 대표이사를 포함한 경영진에 대한 감독을 제대로 하려면 감독하는 자와 감독받는 자의 분리가 필요하다는 게 당국의 판단이다. 하지만 현대차 이사회에서는 대표이사인 정 회장이 의장을 맡고 있다.

현대차 측은 사업보고서와 기업지배구조보고서 등에서 "(정 회장은) 급변하는 자동차 산업과 경영 환경에 효율적이면서 신속하게 대응하고 책임경영을 실천하기 위해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됐다"고 설명하고 있다.

현대차 이사회가 비판받는 또 다른 이유는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에 대표이사인 정의선 회장과 장재훈 사장이 소속돼 있다는 점이다. 이사회 구성원 가운데 사외이사는 특히나 감독 대상인 지배주주(정의선 회장 등 일가)와 경영진으로부터 독립이 요구되는 자리다. 그러나 현대차 이사회는 감독받는 경영진이 본인을 감독하는 사외이사를 추천한다고 의심받을 수 있는 구조다.

MSCI ESG 지수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현대차는 가장 낮은 등급인 'CCC'를 부여받았다. 세부 영역인 제품 안정과 품질, 노무관리 등은 업종 평균 수준(Average)이었지만 지배구조는 낮은 수준(Laggard)으로 평가됐다. MSCI는 이사회와 보상 관행 등이 투자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지배구조를 평가한다.


테슬라 이사회는 어떨까. 지배주주인 일론 머스크 CEO가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지 않고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와 유사한 역할을 하는 지명·지배구조위원회(Nominating and Governance)에도 머스크 CEO가 소속되지 않은 점은 현대차 이사회보다 비교 우위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속내는 그렇지 않다.

최근 미국 현지에서는 머스크 CEO가 텍사스에서 '마약 파티'를 연 자리에 테슬라 사외이사인 조 게비아 에어비앤비 창업자가 동석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더불어 머스크 CEO와 테슬라 사외이사들 사이에는 개인적이면서도 재정적인 유대 관계가 있다는 비판적 보도도 있었다. 이사회가 머스크 CEO를 비롯한 경영진을 견제할 거리를 두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현재 테슬라 이사회는 머스크 CEO를 포함해 총 8명이다. 머스크 친동생인 킴벌 머스크 전 치폴레 이사와 JB 스트라우벨 테슬라 공동설립자이자 전 테슬라 최고기술책임자(CTO)도 이사회 일원이지만 사외이사는 아니다. 현 테슬라 경영진에서는 머스크 CEO만이 이사회에 참여한다.


'독립 이사(Independent Director)'로 직역되는 사외이사는 총 5명이다. 감사위원회와 지명·지배구조위원회, 공시통제위원회, 보상위원회 등 이사회 내부 위원회를 모두 사외이사로만 구성하고 있다. 머스크 CEO와 그의 특수관계인들을 견제할 조직 구성을 갖춘 것처럼 인식됐지만 최근 보도들로 충분하지 않다는 게 확인됐다.

테슬라의 MSCI ESG 지수는 지난해 7월 기준 'A'로 현대차보다 4계단 높다. 단 지배구조 영역은 업종 내 경쟁사와 비교해 평균 수준으로 평가됐다. 머스크 CEO에 대한 과도한 보상, 머스크 CEO가 지난해 'X(구 트위터)'를 인수하기 위해 약 400억달러의 테슬라 주식을 매각했음에도 이사회 설명이 없던 점 등은 이사회의 부족한 독립성을 보여주는 사례들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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