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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CB 프리즘

'100억 조달' 성사된 쎄노텍, 짧은 만기·이자 부담 감내

①투자자 우위 구조 발행, 운영자금 명시…2회차 CB 풋옵션 '촉각'

정유현 기자  2023-12-14 14:55:35

편집자주

전환사채(CB)는 야누스와 같다. 주식과 채권의 특징을 모두 갖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의 지배구조와 재무구조에 동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CB 발행 기업들이 시장에서 많은 관심과 주목을 받고 이유다. 주가가 급변하는 상황에서는 더 큰 경영 변수가 된다. 롤러코스터 장세 속에서 변화에 직면한 기업들을 살펴보고, 그 파급 효과와 후폭풍을 면밀히 살펴보고자 한다.
코스닥 상장사 쎄노텍이 100억원 규모 전환사채(CB) 발행을 통해 현금 유동성 확보에 나섰다. 재무여건이 악화와 영업적자 전환 탓에 발행 조건은 발행사인 쎄노텍 측에 불리한 편이다. 만기가 짧고 이자 부담도 높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배터리 원료 초소형 세라믹 비드를 공급하는 점 등이 부각돼 메자닌 전문 운용사를 투자자로 모집할 수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쎄노텍은 13일 이사회 결의를 통해 100억원 규모 3회차 CB 발행을 결정했다. 전환가는 1563원이다. 3회차 CB는 BNK투자증권이 투자에 참여했으며 수성자산운용, 에이원자산운용이 인수해 운용하는 펀드에 소화할 예정이다. 15일 투자자들이 자금을 납입하면 발행 절차가 마무리된다. 전환청구는 1년 후인 내년 12월 15일부터 가능하다.


세부적으로 조건을 살펴보면 투자자 우위의 조건으로 발행이 진행됐다. 3회차 CB는 표면 이자율 2%, 만기 이자율 4%로 설정됐다. 발행 3개월 후인 2024년 3월 15일부터 이자를 지급해야 한다. 만기까지 12번 표면 이자를 내야 한다. 통상적으로 CB 발행 시 만기는 5년을 잡는데, 이번 건은 3년 후인 2026년 12월 15일이다. 표면 이자를 내야 하는 입장에서 만기를 짧게 잡는 것이 유리할 수 있지만 3개월마다 이자를 지불해야 하는 점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 개시도 발행 후 18개월 이후부터다. 풋옵션은 잠재 리스크가 예상될 경우 투자자들이 엑시트할 수 있는 창구다. 일반적으로 풋옵션은 발행 후 24개월로 정하지만 상환 안정성이 낮을 경우 발행 후 12개월 후로 정하는 경우도 있다. 투자자들은 쎄노텍의 사업 성장성에 베팅을 하면서도 안정성을 다지기 위해 풋옵션 기간을 18개월로 설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풋옵션 이자도 계단식으로 얹어줘야 한다. 투자자들이 1차 조기상환청구기간에 행사하면 103%, 3년 뒤의 경우엔 105% 수준까지 이자를 보장했다. 대주주 측의 자산 증식의 기회로 활용할 수 있는 콜옵션(매도청구권) 조건도 걸지 않았다.

발행 조건으로 미뤄볼 때 쎄노텍은 긴급하게 자금이 필요한 상황으로 보인다. 최근 주가가 하락하며 2년 전 발행한 175억원 규모 2회차 CB의 조기상환청구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주가가 전환가를 웃돌며 투자자들이 보통주 전환 청구를 통해 엑시트를 했지만 81억원 규모의 물량이 남은 상태다.

쎄노텍의 현금 유동성은 여유로운 편이 아니다. 3분기 말 기준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마이너스(-) 10억원 수준이다. -52억원 수준이었던 지난해 3분기 대비 마이너스 폭이 줄어들긴 했으나 운전자본 부담이 일시적으로 경감된 것일 뿐 현금 흐름의 근본인 당기순이익이 적자다. 작년 3분기 말 기준 당기순이익은 6억원 수준인데 올해 3분기 -32억원의 순손실을 내며 적자로 돌아섰다.

현금 곳간도 마찬가지다. 3분기 말 기준 현금성 자산은 14억원대에 그친다. 500억원대 유형자산을 보유한 영향에 자산총계가 910억원이 넘지만 현금성 자산 비율은 1%대에 그친다. 주가 하락세가 지속될 경우 오는 20일 개시되는 4회차 조기상환에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 펼쳐질 수 있기 때문에 미리 현금 곳간을 채우는 것으로 해석이 된다.

자금사용 목적은 운영자금으로 명시한 상태다. 쎄노텍은 국내 유일의 세라믹 비드 제조·판매 기업이다. 세라믹 비드는 깨지지 않는 세라믹 소재 설계 기술과 나노 분쇄 기술을 결합해 만든 제품으로 물질을 분쇄하는 데 사용된다. 분쇄·분산용 세라믹 비드 사업부(비드 사업부), 용접재료용 플럭스 사업부(플럭스 사업부), 분체 사업부로 구성돼 제품을 생산 중이다.

지난해 12월 중국 이차전지 배터리 원료업체향 초소형 세라믹 비드(제품명 CZY60)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주목을 받았다. 쎄노텍이 납품하는 세라믹 비드의 최종 수요처는 중국의 에너지 및 화학 분야 상장기업인 닝샤 바오펑 에너지 그룹이 2차전지 토탈 패키지 사업을 위해 설립한 닝샤 바오펑 에너지 저장 재료 회사다.

세라믹 비드 외에도 국내에서 처음으로 화학 공정용 촉매 담체 개발을 하는 등 신사업을 추진하며 성장을 도모하고 있기에 운영자금이 필요한 상태다.

쎄노텍은 자금 조달 목적에 대해 "경쟁력 강화를 위한 수입 원재료 매입, 공정개선 및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을 위해 사용할 계획이다"며 "내년에 60억원, 2025년 20억원, 2026년 이후 20억원을 활용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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