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SK그룹 내 중간지주사로 올라선 SKC는 직접 사업을 하는 대신 계열 투자사를 관리하며 인수합병(M&A)·투자를 통해 사업을 확장했다. 2020년 인수한 SK넥실리스(동박)를 비롯해 앱솔릭스(글라스기판), 에코밴스(친환경 생분해 소재) 등이 그 사례라 할 수 있다.
SKC의 투자 전략을 세우고 자회사 재무 현황까지 꿰뚫어야 하는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자리는 그만큼 무거울 수밖에 없다. 특히 SKC CFO는 회사가 이차전지·반도체·친환경 소재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다시 짜는 과정에서 비주력 자회사를 정리하는 역할도 수행했다.
이러한 과제를 수행했던 최두환 CFO가 SKC 자회사 SK피아이씨글로벌(화학사업) 대표로 이동하며 SKC는 유지한 SK수펙스추구협의회 투자2팀장(
사진)을 새로운 CFO로 선임했다. 유 신임 CFO는 정통 재무라인 출신이라기보다 투자 전략을 수립·수행하는 사업가 스타일의 인물로 평가받는다.
7일 SKC는 2024년 임원인사를 통해 SK피아이씨글로벌 대표로 최두환 경영지원부문장을 선임하고 신임 SKC CFO로 유지한 SK수펙스추구협의회 투자2팀장을 선임한다고 밝혔다. 유 CFO는 지난해 1월 SK수펙스추구협의회 투자2팀장으로 영입된 지 2년 만에 SKC로 자리를 이동하게 됐다.
유 CFO는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을 거쳐 SK그룹에 영입됐다. 2009년부터 2014년까지 삼성의 컨트롤타워였던 미래전략실에서 근무하며 경영진단팀 담당부장을 역임했고 2015년부터 2020년까지 삼성물산 상사부문에서 임원(상무)으로 산업소재팀장 및 중국총괄을 담당했다.
이후 2021년 SK실트론 사업개발본부장으로 영입되며 SK그룹에 발을 딛게 됐다. SK 입사 1년 만인 지난해 1월에는 SK수펙스추구협의회 투자2팀장으로 선임돼 그룹의 신사업을 발굴하는 역할을 맡았다.
유 CFO의 행보는 박원철 SKC 대표(사장)와 유사하다. 박 사장 역시 보스턴컨설팅그룹, 하나자산운용 등에 몸담다가 2018년 SK그룹에 영입되며 SK동남아투자법인 대표를 맡아 글로벌 투자를 주도했다. 특히 2020년부터 2년 동안 SK수펙스추구협의회 신규사업팀(2022년 투자2팀으로 조직명 변경)을 맡아 그룹 신사업 밑그림을 그렸다. 박 사장이 2022년 초 SKC 대표로 이동하며 발생한 신규사업팀장의 빈자리를 채운 인물이 바로 유 CFO였다.
다만 SK그룹이 SK수펙스추구협의회 아래에 있던 투자 기능을 전부 SK㈜로 이관하기로 하며 자연스럽게 유 팀장도 그룹 계열사로 자리를 이동하게 됐고 그 행선지가 박 사장이 있는 SKC로 결정됐다. 유 CFO가 경영진단 및 해외영업, 투자분석 등 다양한 사업 이력을 갖춘 만큼 박 사장과 직접 호흡하며 산하 계열사의 사업 역량까지 관리하는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SKC는 계속되는 사업 전환 속에서 실적 악화를 경험하고 있다. 핵심사업이었던 필름사업을 지난해 매각하고 이차전지·반도체 등 신성장동력 사업에 투자하며 재무부담도 이어지는 중이다. 지속되는 대외 업황 불확실성 속에 SKC는 투자전략을 재점검하며 고부가 포트폴리오를 확충하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