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카 경영진과 롯데렌탈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지분을 늘리고 있다. 롯데렌탈이 에스피오오엔지의 풋옵션(주식매수청구권) 행사에 따라 쏘카 주식 일부를 추가 취득하면서 지분 격차가 또다시 좁혀졌다. 앞서 쏘카 경영진은 롯데렌탈이 SK㈜ 지분을 취득하는 데 맞춰 150억원어치 자사주를 매입하며 지분 격차를 벌렸다.
롯데렌탈의 이번 지분 매입은 당초 예고됐던 사항이다. 롯데렌탈은 SK㈜ 지분 매입 이후 기존 투자자의 풋옵션 행사 등에 따라 쏘카 지분을 추가 매입할 가능성이 있다고 앞서 밝혔다.
눈에 띄는 점은 롯데렌탈의 쏘카 지분 매입 가격이다. 롯데렌탈은 쏘카 주가의 3배에 가까운 돈을 들여 쏘카 주식을 샀다. 롯데렌탈은 쏘카 지분을 맨 처음 확보할 때부터 계속 웃돈을 얹어 쏘카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롯데렌탈, 쏘카 주가의 세 배 들여 추가 지분 확보 27일 롯데렌탈에 따르면 유한회사 에스오피오오엔지의 풋옵션 행사로 쏘카 주식을 58만7413주 취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는 쏘카 주식의 1.79%에 해당한다. 롯데렌탈이 에스오피오오엔지 지분을 인수하고나면 쏘카 지분을 모두 34.7% 보유하게 된다.
에스오피오오엔지는 실상 이재웅 쏘카 창업자의 회사라고 봐도 무방하다. 이 창업자는 쏘카의 최대주주인 에스오큐알아이의 지분 88.3%를 보유해 최대주주에 올라 있다. 그리고 에스오큐알아이는 에스오피오오엔지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다. 에스오큐알아이와 에스오피오오엔지 둘다 이 창업자의 회사나 다름없는 셈이다.
롯데렌탈이 에스오피오오엔지 지분을 매입하는 가격에 이목이 쏠린다. 롯데렌탈은 쏘카 주식을 주당 4만5172원씩에 사들이기로 했다. 이번에 쏘카 주식 매입에 쓰는 돈은 총 265억원 정도다.
롯데렌탈은 올 8월에도 에스오피오오엔지의 풋옵션 행사로 지분 3.21%를 주당 4만5172원에 샀는데 이번에도 해당 조건에 따라 쏘카 주식을 샀다.
롯데렌탈이 에스오피오오엔지의 지분을 상당한 돈을 들여 매입한 배경은 지난해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롯데렌탈은 당시 쏘카의 지분 13.3%를 1746억원에 매입했다. 동시에 에스오피오오엔지가 최대 5%까지 롯데렌탈에 지분을 추가 매각할 수 있다는 내용의 풋옵션 계약을 맺었다. 이번 지분 매입도 당시 맺은 풋옵견 계약에 따라 이행됐다.
롯데렌탈은 계속 웃돈을 들여 쏘카 지분을 사모으고 있다. 롯데렌탈은 앞서 SK㈜가 보유한 지분도 1차 매입가격으로 2만2500원, 2차 매입가격은 2만2500~2만7300원에 사겠다고 밝혔다. 쏘카 주가가 1만5000원대를 오르내리는 점을 고려하면 롯데렌탈이 시세의 2~3배에 해당하는 가격으로 쏘카 주식을 사는 꼴이다.
롯데렌탈이 지난해 3월부터 올 12월까지 쏘카 주식을 매입하는 것은 모두 네 차례로 모두 3808억원 규모에 이른다. 올 8월 말 공시한 SK㈜ 지분 인수가 올해 9월과 내년 9월 두 차례에 걸쳐 이뤄지면서 매매 가격이 변동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롯데렌탈이 쏘카 주식 매입에 쓰는 돈은 최대 4000억원이 될 수 있다.
쏘카 시가총액의 60%에 해당하는 거금을 들였지만 롯데렌탈이 실상 손에 쥐는 지분은 34.7% 정도라는 의미가 된다.
◇경영권 분쟁 관측 차단하며 지분 확대? 롯데렌탈이 에스오피오오엔지의 풋옵션 행사로 추가 지분을 손에 쥐면서 앞서 이 창업자가 쏘카 지분을 취득한 것에 대해서도 해석의 폭이 다양해졌다.
이 창업자는 그동안 법인을 통해 지분을 취득하던 것과 달리 직접 쏘카 지분을 장내에서 33만6000주 취득했다. 이는 쏘카 주식의 1.1%에 해당하는 규모로 이 창업자가 들인 돈은 모두 50억원 정도다.
이 창업자나 박 대표가 표면적으로 내세운 쏘카 지분 매입 취지는 쏘카2.0 경영전략에 대한 지지다. 쏘카2.0은 2025년 영업이익 10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청사진 아래 1년간 공격적 투자를 감행, 적자를 감수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그러나 에스오피오오엔지의 풋옵션 행사에 따라 롯데렌탈이 추가 지분을 취득할 것을 염두에 두고 이 창업자가 지분을 확대해 최대주주 자리를 공고히 다졌다는 해석에도 무게가 실린다. 이 창업자가 최근 쏘카 지분을 매입하면서 최대주주 에스오큐알아이의 특별관계자가 보유한 지분이 최종 39.17%가 돼서다. 롯데렌탈과 지분 격차는 약 4.47% 정도다.
이는 두 달 전과 확연히 다르다. 두 달 전인 9월 중순까지만 해도 쏘카의 최대주주와 특별관계자의 보유지분이 35.39% 정도였다. 만일 박 대표와 이 창업자가 쏘카 지분을 추가 취득하지 않았더라면 롯데렌탈과 지분 격차가 불과 1%p(포인트)도 나지 않을 뻔 했다.
에스오피오오엔지의 풋옵션 등은 이미 계약되어 있던 사항인 만큼 롯데렌탈의 지분 확대는 이 창업자 등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다. 이에 따라 롯데렌탈의 지분이 35%에 육박할 것을 염두에 두고 이 창업자와 박 대표가 서둘러 지분을 매입, 최대주주 자리를 공고히 다졌을 수도 있다.
다만 쏘카와 롯데렌탈 등은 지분 매입 경쟁에 따른 경영권 분쟁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선을 긋고 있다. 박 대표는 최근 컨퍼런스콜 등 공식석상에서 “(롯데렌탈과) 우호적으로 계속해서 협력관계를 만들 계획”이라며 “쏘카 경영진의 전략 수행에 대해 모두가 지지해주고 있는 상황이며 앞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롯데렌탈과) 협력과 경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번 지분 매입도 사전에 순서를 조율했을 수 있다. 박 대표와 이 대표가 지분을 확대한 다음 에스오피오오엔지의 풋옵션을 행사해 롯데렌탈이 지분을 늘리는 구도를 갖춰 최대주주 지위가 흔들리는 모양새를 취하지 않으려 했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