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웅 쏘카 전 대표이사가 ‘쏘카 2.0’ 전략에 힘을 실었다. 50억원에 가까운 개인 돈을 들여 쏘카 지분을 1%가량 사들였다. 사실상 최대주주인 이 전 대표가 책임경영을 표방하는 동시에 쏘카2.0 전략에 대한 시장의 신뢰를 제고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이밖에 이 전 대표가 최대주주로서 지위를 공고히 다지는 효과도 볼 것으로 전망된다.
쏘카 2.0 전략은 차량과 고객의 LTV(Lifetime Value: 생애주기이익), 다시 말해 차량과 고객에서 얻는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을 가리킨다. 이를 위해 쏘카는 앞으로 1년간 공격적 투자를 단행해 적자를 감수하되 2025년 영업이익 10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재웅 전 대표, 쏘카 지분 직접 취득…쏘카2.0 전략 ‘힘 실었다 23일 쏘카에 따르면 이 전 대표가 쏘카 지분을 장내에서 33만6000주 취득했다. 이 전 대표는 이달 15일부터 22일까지 6차례에 걸쳐 쏘카 주식을 장내에서 매수했다. 이로써 이 전 대표가 보유한 쏘카 지분은 1.01%가 됐다.
이 전 대표가 쏘카 지분 매입에 들인 돈은 적잖다. 그는 보유자금 48억371만7710원을 들여 쏘카 주식을 취득했다고 밝혔다. 다시 말해 개인 돈을 50억원 가까이 들여 쏘카 주식을 매입했다는 의미다.
이 전 대표는 “자동차를 소유가 아닌 이용 중심으로 재편하는 전략을 강화하고 규모의 경제와 플랫폼 파워를 입증해 수익과 성장,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계획을 지지한다”며 “창업부터 대표까지 역임했던 저 개인이 회사의 미래가치를 보고 투자하는 것이 쏘카 구성원의 계획을 현실로 바꾸는 데 보탬이 됐으면 좋겠다”고 주식매입 취지를 밝혔다.
이에 박재욱 쏘카 대표는 “전략적 투자를 단행해 여러 분기 간 성장통을 감내해야 하는 상황에서 경영진을 믿고 투자한 이 전 대표에게 감사를 표한다”며 “이 전 대표를 비롯해 롯데렌탈 등 주주와 이사회의 지지에 힘입어 독보적 모빌리티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으로 보답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이 전 대표가 법인을 통하지 않고 직접 본인 명의로 쏘카 지분을 매입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전 대표는 종전까지 본인이 최대주주로서 지분 83.33%를 보유하고 있는 유한책임회사 에스오큐알아이를 통해 쏘카 지분을 쥐고 있는 형태를 취해왔다. 에스오큐알아이가 보유한 쏘카 지분은 18.73%에 이른다.
이 전 대표가 쏘카 지분을 매입하면서 에스오큐알아이의 특별관계자 수는 종전 17곳에서 18곳으로 증가했으며 이들이 보유한 지분은 최종 39.17%가 됐다. 종전 38.18%에서 0.92%가 늘었다. 이는 최근 계열사 나인투원의 배지훈 대표가 쏘카 주식을 일부 판 것까지 포함한 수치다.
이 전 대표가 쏘카 주식을 매입함으로써 쏘카2.0 경영전략을 지지한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쏘카2.0 경영전략은 해마다 30%의 성장세를 구가해 2025년 영업이익 10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장밋빛 미래를 제시하고는 있지만 그때까지 감수해야 할 성장통이 적지는 않다.
카셰어링 비수기에 차량을 매각해 얻던 수익을 포기해야 할 뿐 아니라 쏘카 플랫폼으로 많은 고객을 추가 유치해 락인하고자 막대한 마케팅 비용도 투자해야 해서다. 이에 따라 쏘카는 올 3분기 적자전환했는데 앞으로 1년간 이런 상태가 지속될 수 있다고 밝혔다. 쏘카가 올해와 내년에 2년 연속 적자를 낼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의미다.
쏘카는 2020년 이래 지난해 한 해만 흑자를 냈고 당시 영업이익도 100억원에 못 미쳤는데도 대규모 투자를 감수하기로 했다.
◇롯데렌탈과 지분 격차 6%대로, 최대주주 입지 ‘공고’ 이 전 대표의 쏘카 지분 매입은 최대주주로서 지위를 공고하게 다졌다는 의미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 한때 쏘카는 롯데렌탈과 지분 격차가 크게 좁혀지면서 경영권 분쟁이 생기는 게 아니냐는 시선을 받았다. 쏘카는 이런 관측을 극구 부인했지만 지분 격차가 2%p(포인트) 미만으로 좁혀지며 투자자들의 우려가 가시지 않았다.
롯데렌탈은 8월 말 SK㈜가 보유했던 쏘카 지분 17.91%를 전량 매입하기로 계약을 체결했다. 내년 9월까지 두 차례에 걸쳐 주식을 모두 매입하면 롯데렌탈의 쏘카 지분은 10%대에서 최종 32.91%로 증가해 쏘카의 2대 주주가 된다. 9월까지만 해도 쏘카의 최대주주와 특별관계자의 보유지분이 35.39% 정도였던 점을 고려하면 지분 격차가 크게 좁혀진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박 대표가 개인 돈으로 쏘카 주식을 100억원어치 사들이자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했다는 시각이 고개를 들었다. 롯데렌탈과 지분 격차를 벌리기 위해 대규모 자금을 투입했다는 해석이었다.
이에 대해 최근 컨퍼런스콜에서 투자자의 질의가 나오자 박 대표는 “(롯데렌탈과) 우호적으로 계속해서 협력관계를 만들 계획”이라며 “쏘카 경영진의 전략 수행에 대해 모두가 지지해주고 있는 상황이며 앞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롯데렌탈과) 협력하고 경쟁할 것”이라고 말하며 이런 관측을 차단했다.
여기에 더해 이 전 대표까지 쏘카 지분을 매입해 롯데렌탈과 지분 격차는 6%가 넘게 벌어졌다. 다시 말해 이 전 대표가 쏘카 지분을 매입함으로써 최대주주 자리를 한층 공고하게 다졌을 뿐 아니라 경영권 분쟁의 불씨를 차단하는 효과까지 누렸다는 의미다.
이 전 대표는 “공개기업은 대주주나 특정 주주가 아닌 모든 주주의 이익, 더 나아가 사회 전체의 이익을 우선으로 여기며 경영해야 한다”며 “쏘카의 이사진과 경영진이 모든 주주에게 성장의 과실을 돌려주는 성장기업다운 경영을 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