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개발(R&D) 본진을 분할한 일동제약은 어떤 성장 스토리를 만들까. 그간 R&D가 적자실적의 원흉으로 꼽히긴 했지만 미래성장동력을 그릴 유일한 무기가 됐다. 따라서 R&D를 떼어낸 일동제약의 성장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도 당연하다.
오너부터 경영진까지 이 같은 고민에 대한 해법을 'ID 4.0'이라는 이름의 전략으로 수립 중이다. 핵심은 기존 역량의 '빌드업', 이를 위해 이기는 조직을 만드는 데 있다. 그간 R&D에 집중하느라 놓쳤던 헬스케어 사업 등의 사업 경쟁력을 높이는 데 집중한다.
◇11월부터 신약 R&D 없는 일동제약 구축, 재건 프로젝트 'ID 4.0' 일동제약은 R&D 거점으로 유노비아를 11월 1일자로 분할한다. 유노비아를 분할하자마자 곧바로 흑자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단순추산으로 올해 상반기 기준 R&D 비용 제거 후 약 165억원의 영업이익으로 전환된다. 324억원 적자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꽤 고무적이다.
자체동력으로의 R&D가 쉽지 않다는 걸 뼈 아프게 깨달은 일동제약은 유노비아를 분할하고 외부투자 유치를 통해 자금마련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를 떼어낸 일동제약은 흑자전환에 성공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새로운 성장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사명을 안게 됐다.
일동제약은 내부적으로 'ID 4.0'이라는 슬로건으로 새로운 전략을 수립 중이다. 3번의 위기를 돌파하고 도약한 후 4번째 또 다른 변신을 준비하고 있다.
일동제약이 보는 버전 1.0은 창립시기인 1941년부터 시작됐다. 그리고 2.0은 IMF 위기 때 워크아웃 관리체제를 극복한 이후인 2001년이고 버전 30.0은 일동제약 기업분할 및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2016년부터다. R&D 부문 분사 및 유노비아 신설 이후인 올해부터는 4.0의 시대가 도래한 셈이다.
◇기존사업의 경쟁력 확대, 신제품 강화 '부설연구소' 조직 버전 4.0의 핵심은 '이기는 조직'을 만드는 데 초점이 맞춰진다. 신약에 집중했던 몇년 간 다소 소외됐던 기존사업의 턴어라운드에 역량을 밀집한다는 계획이다. 매출 기준으로 보면 일동제약은 전문의약품(ETC) 비중이 54%, 일반의약품·헬스케어(CHC)가 43%이다. 이 가운데 당장 늘릴 수 있는 CHC 분야부터 본격적인 재건을 추진하겠다는 그림이다.
우선 CHC 사업은 △주력 브랜드의 마케팅 강화 △신제품 개발 확대를 통해 단기 수익을 확보한다는 목표다. 이를 통해 확보된 수익을 사업에 재투자해 매출과 이익 등 실적기반을 다진다는 전략이다. 특히 아로나민 시리즈에 대한 라인업 확대, 마케팅·광고 캠페인 등이 예정돼 있다. 이들 제품의 해외진출을 노리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 볼 지점이다.
두번째 목표는 원가 혁신 등 생산성 제고에 모아진다. 생산에 대한 원가경쟁력과 가동률 증대에 전사적인 역량을 쏟는다는 계산이다. 규모의 경제가 원가 및 가동률 효율성의 핵심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 역시 외형확대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세번째 전략은 신제품 개발 및 출시 활성화에 있다. 시장에서 단기적으로 즉시 매출을 올리고 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제품군을 육성한다는 목표다. 컨슈머헬스케어 신제품, 제네릭 및 복합제, 그리고 코프로모션 품목 등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간 개량신약 및 제네릭 개발에 미온적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큰 변화다. 기존 제약사들과 경쟁구도를 이루면서 앞서나갈 기반을 다지겠다는 포부다.
네번째 전략인 '이기는’ 조직문화 확립'은 경쟁상대 및 벤치마크 대상을 분명히 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일동제약 내부적인 목표가 아닌 시장을 대상으로 한 경쟁상대와 시장성 등을 냉정하게 평가하고 타깃해 속도감 있게 목표를 달성해나가겠다는 얘기다. 이외 ETC 사업 강화, 글로벌 성과 창출 등의 전략도 함께 추진한다.
이를 뒷받침 할 R&D 역량이 필요하다는 판단으로 일동제약 자체적으로 부설연구소도 마련했다. 신약개발 R&D는 유노비아로 일원화 하지만 개량신약 및 제네릭, CHC 신제품 개발 등은 모두 부설연구소가 맡는다. 정규호 이사가 부설연구소장으로 총괄한다. 4개 팀으로 구성되고 인력은 약 20명 규모다. 허가 및 PV, 대관 업무 등 신제품 개발과 관련한 모든 기능을 맡는다.
일동제약 고위 관계자는 "유노비아 분사 후 일동제약은 ID 4.0 프로젝트를 통해 재도약을 추진할 계획"이라며 "이기는 조직을 만드는 것, 성과 중심 조직을 구축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