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편식 제조사 우양이 글로벌 시장에서 불고 있는 ‘케이푸드(K-Food·한국음식)' 열풍에 힘입어 주가가 상승하자 1회차 CB(전환사채) 투자자도 덩달아 웃고 있다. 1회차 CB의 발행 1년이 되자마자 투자자들이 차익실현을 염두에 두고 CB 보통주 전환에 나선 모습이다. 현재 주가가 잠시 조정을 받고 있지만 투자자들은 40%대의 평가 차익을 거둘 수 있는 상황이다.
우양 입장에서도 CB가 보통주로 전환되면서 자본총액 증가로 부채비율을 낮출 수 있어 긍정적이다. 다만 한 번에 발행주식 총수의 10%에 해당하는 물량이 시장에 풀리며 오버행(대량매물출회) 리스크가 생길 수 있다. 전환가 리픽싱 조항이 없어서 CB 수량에 변동이 없고 콜옵션 비중을 제외하면 이번 전환 후 남은 물량이 많지 않은 점은 긍정적이다.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우양은 지난해 10월 발행한 70억원 규모 1회차 CB 중 절반 이상의 물량에 대해 전환청구가 들어왔다. 전환청구권이 행사된 주식 수는 152만2754주로 45억5000만원에 해당하는 규모다. 전체 발행주식 총 1425만8000주의 10.68%에 해당한다.
우양은 지난해 10월 시설 및 운영자금 확보를 위해 상장 후 처음으로 70억원 규모 1회차 CB를 발행했다. NH헤지자산운용(20억원), 지브이에이자산운용(15억원), 포커스자산운용(15억원), 수성자산운용(10억원), 신한투자증권(10억원) 등 헤지펀드와 증권사가 CB를 인수했다.
1회차 CB는 발행사인 우양에 유리하게 조건이 설정된 편이었다. 쿠폰과 만기 이자 모두 0%로 책정됐고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도 통상적인 수준인 발행 후 2년 후로 정해졌다. 여기에 전환가 리픽싱 특약도 걸지 않았다. 전환가는 1주당 2988원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주가 하락에 따른 전환가가 낮아지면 향후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잠재 CB가 많아지기 때문에 이 조건을 선호하는데 조건을 삽입하지 않은 것이다. 전환가 리픽싱 특약을 넣지 않을 경우 이자를 받아 하방 안정성을 다지는데, 우양의 1회차 CB는 금리 조건도 없는 것이다. 투자자들은 우양의 주가 상승에 따른 차익 실현을 목표로 투자에 나섰는데 전략이 적중한 것이다.
1992년 설립된 우양은 간편식품 제조기업이다. 가정식사 대체식품(HMR·Home Meal Replacement)을 비롯해 즉석조리식품, 냉동가공식품을 생산한다. 최근 간편식 시장이 커지면서 우양도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수혜를 입었고 매출액도 해마다 늘어나는 양상이다. 올 상반기 매출액은 911억5301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65% 증가했다.
우양의 주요 매출처는 CJ제일제당과 풀무원, 스타벅스, 이디야, 할리스 등이다. 100개 이상 기업에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납품하고 있다. 전체 매출의 40%정도 가정간편식(HMR) 제품이고, HMR 매출은 대부분 핫도그 제품에서 발생한다. CJ제일제당의 ‘고메 크리스피 핫도그’, 풀무원의 ‘모짜렐라 핫도그’ 등이 우양이 OEM으로 납품한 제품이다.
최근 북미 시장에서 K푸드 열풍이 불면서 냉동김밥, 냉동 핫도그가 주목을 받고 있는 점이 부각되며 우양의 주가도 훈풍을 탔다. 고메치즈핫도그가 북미지역의 코스트코 매장에서 판매가 되면서 수출이 증가하는 추세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1월 2일 주당 2515원에 거래를 마치며 2023년을 시작한 우양의 주가는 지난 8월 6000원대까지 올랐다. 최근 조정을 받으며 주춤하고 있지만 연초보다 높은 4000원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전환가 2988원대비 최대 40% 높은 상태다.
현재 주가가 전환가액보다 높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남은 물량에 대해 추가적으로 전환청구를 행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CB 투자자들이 모두 경영권과 무관한 재무적투자자(FI)인 만큼 공격적으로 주식을 처분해 수익 확보에 나서는 데 무게가 실리기 때문이다. 우양의 사업 성장성에 베팅할 경우 주식으로 전환해 장기 보유할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다. 다만 발행 조건과 현재 주가 상황 등을 고려하면 차익실현에 나설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
1회차 CB가 우양에 유리하게 짜였지만 발행 당시 콜옵션 비중은 10%만 내걸었다. 권면 총액의 7억원 규모(23만4270주)만 우양 측이 사올수 있는 것이다. 우양의 6월 말 기준 최대주주는 이구열 대표이사로 지분율은 38.22%에 달한다.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아도 지배력을 위협받을 상황은 아니기 때문에 콜옵션 조건에서 힘을 뺀 것으로 해석됐다. 콜옵션을 제외하면 남은 물량은 58만5680주로 계산된다.
우양 관계자는 "이번 전환청구 물량에 콜옵션 비중은 포함되지 않았다"며 "매년 매출이 상승하고 있는 만큼 올해도 전년 보다 더 좋은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