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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성 풍향계

두산밥캣, 북미 수요 대응전략 효과 '현금 1조 돌파'

가동률·제품가격 함께 높여 볼륨·수익성 극대화… 상반기 영업현금흐름 7825억 창출

강용규 기자  2023-09-12 07:54:37

편집자주

유동성은 기업 재무 전략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 중 하나다. 유동성 진단 없이 투자·조달·상환 전략을 설명할 수 없다. 재무 전략에 맞춰 현금 유출과 유입을 조절해 유동성을 늘리기도 하고, 줄이기도 한다. THE CFO가 유동성과 현금흐름을 중심으로 기업의 전략을 살펴본다.
두산밥캣이 올해 들어 호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주요 시장들 중 북미 시장에서의 높은 건설기계 수요를 바탕으로 유럽 시장의 불확실성을 상쇄하는 모양새다. 공장 가동률과 제품가격을 함께 끌어올리며 '물 들어올 때 노를 젓고' 있다.

이에 두산밥캣은 올해 영업에서 높은 현금 창출력을 보이고 있다. 현금성자산 보유량은 어느덧 1조원을 넘어섰다. 애초 부채 부담이 크지 않았던 만큼 보유 현금성자산 증가는 그대로 순차입금 부담 완화로 이어지는 중이다.

두산밥캣은 2023년 상반기 말 연결기준으로 현금 및 현금성자산 보유량이 10억534만달러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보다 82.3%, 4억5377만달러 급증한 수치이며 한화로 환산하면 1조3414억원가량에 이른다.

6개월간 두산밥캣의 현금성자산 증가는 영업활동에서 창출한 7825억원의 순현금흐름에 기반한다. 이를 바탕으로 투자활동과 재무활동에서 각각 1017억원, 1014억원씩 발생한 마이너스 현금흐름을 상쇄했다.

업계에서는 특히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5226억원에 이르는 순이익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본다. 회계적 조정효과보다 순수한 실적 성과로 만들어낸 현금이 더 많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북미에서의 사업 호조가 순이익에 기반한 현금흐름을 지탱한 것으로 분석된다.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상반기 두산밥캣은 유럽 건설기계시장의 침체를 마주했다. 유럽에서는 건축허가와 건설생산 등 주요 건설지표가 1~2월을 정점으로 내리막을 걷고 있다. 건설 심리지표 역시 하락세를 보이며 2분기 중 기준점인 0포인트를 밑돌기 시작했다.

그러나 북미에서는 5500억달러(734조원가량) 규모의 예산이 편성된 인프라투자 및 일자리법(IIJA)의 2021년 11월 시행 이후로 비주택부문 건설투자가 가파른 상승세를 유지 중이다. 주택부문 투자 역시 지난해 2분기 피크를 찍고 하락세를 보이다 올해 2분기부터 반등하는 모양새다.

유럽에서의 건설기계 수요 둔화요인과 북미에서의 수요 증가요인 중 두산밥캣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친 것은 후자로 파악된다. 두산밥캣은 해마다 매출의 70%가량이 북미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는 전체 매출 39억2073만달러 중 75%에 해당하는 29억3309만달러가 북미에서 나왔다.

실제 두산밥캣은 상반기 공장 가동률을 높이며 북미 중심의 건설장비 수요 증가에 대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소형장비(콤팩트 이큅먼트)와 포터블파워(컴프레서와 발전기 등 이동식 장비) 제품의 생산공장 가동률이 각각 74.5%, 27.2%로 집계됐는데 올해는 상반기 동안 83.8%, 33.3%를 기록했다.

게다가 두산밥캣은 제품가격을 높이며 제품수요 증가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두산밥캣 소형장비사업의 대표 제품인 'S590' 로더는 지난해 5100만원에서 올해 상반기 5500만원으로 가격이 높아졌다. 산업차량사업에서도 소형-중형-대형별 대표 기종의 가격이 3300만원-7000만원-1억5060만원에서 3400만원-7300만원-1억5500만원으로 각각 올랐다.

이처럼 북미 건설장비 수요에 대한 전략적 대응이 효과를 거두며 두산밥캣의 재무구조도 개선되고 있다. 이미 80%대의 준수한 부채비율을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차입 부담의 축소다.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두산밥캣의 총차입금은 올해 상반기 10억7700만달러로 지난해 말과 큰 변화가 없다. 그러나 보유 현금성자산이 늘어난 덕에 순차입금은 5억2000만달러에서 6700만달러로 급감했다. 순차입금비율도 13.1%에서 1.5%까지 낮아졌다.

두산밥캣의 원화 환산기준 총차입금은 상반기 말 891억원이다. 지금과 같은 영업에서의 현금 창출능력을 1개 분기만 더 유지해도 현금성자산이 총차입금을 넘어서는 '실질적 무차입' 전환도 불가능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다만 두산밥캣 측에서는 북미 건설장비시장의 수요가 점차 둔화할 것으로 본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진 공급 지연이슈가 해소되면서 시장이 점차 수요자 우위로 옮겨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두산밥캣은 북미와 유럽 등 주요 시장에서 딜러 영업망을 더욱 강화해 리테일(소매) 판매를 확대한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상반기 말 기준 두산밥캣은 딜러를 통한 판매 의존도가 85.5%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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