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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성 풍향계

'아픈 손가락' 신송산업의 자본확충 견인차 신송홀딩스

'대여금 출자전환' 방식 조력, 신송산업 500억 결손금 해소 안간힘

박동우 기자  2023-09-04 14:11:19

편집자주

유동성은 기업 재무 전략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 중 하나다. 유동성 진단 없이 투자·조달·상환 전략을 설명할 수 없다. 재무 전략에 맞춰 현금 유출과 유입을 조절해 유동성을 늘리기도 하고, 줄이기도 한다. THE CFO가 유동성과 현금흐름을 중심으로 기업의 전략을 살펴본다.
신송그룹은 간장, 고추장, 밀가루 전분 등 식품을 생산하면서 입지를 다진 중견기업이다. 주요 계열사 가운데 신송산업은 그룹의 '아픈 손가락'이었다.

타피오카 전분 생산 등 신사업을 모색했지만 순탄치 않았고 한때 자본잠식을 겪기도 했다. 순이익 실현이 여의치 않은 탓에 신송산업의 결손금은 500억원 넘게 쌓이면서 이를 줄이는 과제가 대두됐다.

그룹 지주사 신송홀딩스가 신송산업의 자본 확충을 돕는 견인차 역할을 수행하는 모양새다. 최근 대여금을 출자 전환하는 방식으로 신송산업의 200억원 규모 증자에 참여한 사례가 방증한다.

◇신송산업 '타피오카' 신사업 난항, 한때 자본잠식 겪기도

신송홀딩스는 신송그룹의 지주사로 출범 시점은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물적분할을 계기로 신송산업 투자부문이 떨어져 나오면서 '신송산업홀딩스'라는 간판을 달고 출범했다. 같은 시기 신송식품 투자사업도 분리되며 '신송식품홀딩스'를 발족했다. 2010년에 신송산업홀딩스가 신송식품홀딩스를 흡수 합병하면서 지금의 신송홀딩스로 재편했다.

지주사가 거느린 핵심 계열사는 신송식품과 신송산업이다. 신송식품은 △간장 △된장 △고추장 등 장류 제품을 생산하는데 잔뼈가 굵은 업체다. 신송산업은 글루텐과 소맥전분을 만들어 국내 기업에 납품하는데 특화됐다. 하지만 2016년에 부적합한 밀가루를 원료로 투입해 제조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당국이 조사에 나섰고 실적이 위축됐다.


신송산업은 실적 저하를 타개하는 취지에서 사업 포트폴리오 확장을 노렸다. 타피오카 전분 양산에 뛰어든 사례가 대표적이다. 2017년 캄보디아에 생산 공장을 설립하면서 300억원을 투자했다. 연간 5만7600톤의 물량을 만들어 국내외 제과업계 수요에 대응하는 밑그림을 그렸다.

기대와 달리 타피오카 전분 생산은 순탄하지 못했다. 캄보디아에 병충해가 발생하면서 원료를 수급하는데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신송산업은 해마다 순손실을 겪었고 2020년에는 자본잠식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재무적 위기에 처한 신송산업의 구원투수로 신송홀딩스가 나섰다. 2020년 9월에 신송산업이 단행한 130억원 규모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당시 신송홀딩스는 기존에 빌려줬던 대여금 90억원을 출자 전환하고 나머지 40억원의 현금을 납입했다. 덕분에 신송산업의 자본총계는 2020년 6월 말 마이너스(-) 6억원이었으나 같은 해 12월 말에는 116억원으로 바뀌었다.


◇'자금유출 방지'와 '계열사 재무개선' 유념한 신송홀딩스

신송홀딩스는 2020년 이후 3년 만에 신송산업을 겨냥해 추가 지원을 단행했다. 최근 신송산업 이사회는 200억원 규모의 자본 확충을 결정했다. 증자 참여에 앞서 신송식품이 신송홀딩스에 현물배당을 단행했다.

현물자산은 신송산업에 빌려줬던 실탄 200억원에 대한 채권이었다. 대여금 채권을 넘겨받은 신송홀딩스는 이를 고스란히 출자 전환했다. 올해 6월 말 114억원으로 집계된 신송산업 총자본은 증자에 힘입어 300억원을 웃도는 수준으로 불어났다.


자본 확충 의제가 부각된 건 결손금 해소 필요성과 맞물렸다. 2018년 이래 신송산업의 재무제표를 살피면 해마다 이익잉여금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결손금은 2018년 235억원에서 2019년 504억원으로 2배 넘게 불어났고 계속 500억원대를 유지했다. 지난해 말에는 511억원으로 집계됐다.

신송홀딩스가 신송산업을 겨냥한 재무구조 개선책을 실행하면서 실제 투입한 현금은 없다. 자금 유출을 수반하지 않는 방안을 모색한 건 신송홀딩스의 열악한 자금 사정과 맞닿아 있다. 현금성자산, 당기손익 공정가치 측정 금융자산 등을 더한 유동성은 연결 기준으로 2018년부터 작년까지 한 해도 100억원을 넘기지 못했다.


자체 현금을 창출하는 역량도 계열사를 직접 지원하기에는 부족한 수준이었다. 영업활동 현금흐름(NCF)은 지난해 47억원에 불과했다. 잉여현금흐름(FCF) 역시 23억원 순유입에 그쳤다.

반면 외부에서 끌어다 쓴 빚은 급격히 불어나 있었다. 2020년 말 334억원이던 신송홀딩스 총차입금은 2021년 말 1047억원으로 1년새 3배 넘게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 말에는 1075억원으로 집계됐는데 만기가 1년 안에 도래하는 금액이 588억원으로 전체 차입금의 54.7%를 차지했다. '자금 유출 방지'와 '계열사 재무구조 개선'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충족해야 하는 상황에서 출자 전환이 최선의 방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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