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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건설경기 호조 올라탄 두산밥캣

호실적이 주가 상승 이끈 사례…이익잉여금 1조 증가 배당확대 시사

이민호 기자  2023-08-29 17:31:19

편집자주

"10월은 주식에 투자하기 유난히 위험한 달이죠. 그밖에도 7월, 1월, 9월, 4월, 11월, 5월, 3월, 6월, 12월, 8월, 그리고 2월이 있겠군요." 마크 트웨인의 저서 '푸든헤드 윌슨(Puddnhead Wilson)'에 이런 농담이 나온다. 여기에는 예측하기 어렵고 변덕스러우며 때론 의심쩍은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주가의 특성이 그대로 담겨있다. 상승 또는 하락. 단편적으로만 바라보면 주식시장은 50%의 비교적 단순한 확률게임이다. 하지만 주가는 기업의 호재와 악재, 재무적 사정, 지배구조, 거시경제, 시장의 수급이 모두 반영된 데이터의 총합체다. 주식의 흐름에 담긴 배경, 그 암호를 더벨이 풀어본다.
◇How It Is Now

두산밥캣은 올해 눈에 띄는 주가상승률을 기록한 기업 중 한 곳입니다. 지난 7월 25일 두산밥캣 주가는 종가 기준 올해 연고점인 6만5600원까지 올랐습니다. 시가총액은 6조5000억원을 넘어섰죠. 지난해말 3만4600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주가상승률은 89.6%에 이릅니다. 다음날인 7월 26일에는 장중 6만7000원까지 오르기도 했죠.

최근 두산밥캣에 대한 시장의 주목도는 상장 이후 주가흐름을 살펴봐도 이례적입니다. 두산밥캣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것은 2016년 11월입니다. 신주모집 없이 9008억원 규모 전량 구주매출로 상장했습니다. 당시 최대주주였던 두산인프라코어(현 HD현대인프라코어)의 재무구조 개선과 재무적투자자(FI)의 엑시트 요구가 겹친 불가피한 선택이었죠.


두산밥캣은 상장 이래로 코로나19 영향이 불거지기 시작한 2020년 2월까지 종가 기준 4만원을 웃돈 적은 단 5일에 불과합니다. 그렇다고 3만원 이하로 떨어진 적도 없죠. 공모가액이 3만원이었고 상장일 시초가가 3만6000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주가가 얼마나 장기간 보합세에 있었는지를 알 만합니다.

두산밥캣에 대한 최근 주목도는 다른 두산그룹 계열사와 비교해도 두드러집니다. 두산밥캣은 ㈜두산→두산에너빌리티→두산밥캣의 지배구조를 갖추고 있습니다. 종가 기준 지난해말 대비 올해 연고점까지의 상승률은 두산에너빌리티가 25.3%, ㈜두산이 40.9%입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원전 주기기 공급 확대 기대감이, ㈜두산은 전기차 전자소재 PFC 공급 확대 기대감이 각각 주목받은 결과이지만 두산밥캣 주가상승률에는 미치지 못했습니다.

◇Industry & Event

두산밥캣은 두산그룹이 애지중지하는 계열사입니다. 두산그룹이 2021년 7월 두산인프라코어를 매각할 때 자회사였던 두산밥캣은 그룹 내에 남긴 것만 봐도 그 애정을 가늠할 수 있죠. 하지만 두산밥캣은 그동안 우호적인 이벤트 때도 주가 상승으로 연결짓지는 못했습니다. 2021년 7월 ㈜두산이 산업차량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해 설립한 두산산업차량 지분 전량을 두산밥캣이 7500억원에 인수하면서 사업역량을 끌어올렸을 때가 대표적이죠.

두산밥캣은 2014년 4월 설립 이후 단 한 번도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적이 없을 만큼 캐시카우로서 지위를 공고히 했습니다. 하지만 그룹 차원에서 재무구조 개선을 요구받은 시기였던 만큼 계열사 지원 창구로서의 활용 가능성이 존재하는 한 주가 저평가는 불가피했죠. 다행히 두산에너빌리티가 지난해 2월 긴급운영자금 3조원을 전액 상환하는 등 그룹 차원에서 비롯된 저평가 요인이 일정 부분 제거됐습니다.


두산밥캣은 호실적이 주가를 끌어올린 '바람직한' 사례입니다. 두산밥캣은 북미, 유럽, 중동, 아프리카, 아시아, 라틴아메리카 지역에 건설장비 생산판매 종속기업을 두고 있는 외국기업 지배 지주사입니다. 두산밥캣의 연결 기준 매출액은 2021년 5조8162억원에서 지난해 8조6219억원으로 급증했죠. 당기순이익도 3859억원에서 6441억원으로 큰폭 늘었습니다. 올해 상반기에도 매출액 5조772억원, 당기순이익 5155억원으로 호조를 이어갔죠.

호실적에는 북미시장의 건설경기 호조가 결정적이었습니다. 미국 바이든 정부의 인프라 투자에 더해 주택 건설 프로젝트가 활기를 띄면서 건설장비 수요가 급증했죠. 이 때문에 농업·조경용 소형장비(GME)를 포함한 소형 건설기계(Compact Equipment), 포터블파워(Portable Power), 지게차를 포함한 산업차량(Industrial Vehicle) 등 두산밥캣 전 제품군에서 판매량이 증가했습니다.

두산밥캣 측은 지난달 발표한 2023년 2분기 기업설명회(IR) 자료에서 "미국 건설지출은 비주택부문이 가파른 증가세를 유지 중이며 주택부문도 반등 조짐을 나타내고 있다"며 "미국 수주잔고(order backlog)는 공급망 제약의 해소로 소폭 하락했지만 전 제품군에서 매출 성장세가 지속됐다"고 설명했죠.

*출처: 두산밥캣 2023년 2분기 기업설명회(IR) 자료

여기에 배당 확대를 앞세운 주주친화정책 강화가 주가 상승을 부채질했습니다. 두산밥캣은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자본잉여금인 주식발행초과금 중 1조원을 이익잉여금으로 전입하는 안건을 통과시켰습니다. 이에 따라 올해 6월말 별도 기준 이익잉여금이 1조2218억원으로 큰폭 확대되면서 배당재원을 확보하는 효과를 얻었죠. 이 결정은 이후 장기간에 걸친 주가 상승흐름의 실질적인 신호탄이 됐습니다.

올해 7월 피크를 찍은 두산밥캣 주가는 8월 한 달간 하락하면서 숨고르기에 들어갔습니다. 지난 28일 종가는 5만3800원으로 연고점에 비해서는 하락한 상태죠. 하지만 지난해말에 비해서는 여전히 55.5% 높은 수준입니다. 북미시장 호실적이 꺾일 가능성에 대한 우려와 함께 두산에너빌리티가 신성장 투자재원 확보를 위해 두산밥캣 지분 일부인 4.99%(500만주·2760억원)를 지난 6월 21일 시간외대량매매(블록딜)로 처분한 것이 시장에 부정적인 신호를 던진 것으로 보입니다.

◇Market View

그럼에도 증권가는 두산밥캣 주가의 추가 상승 가능성을 높게 전망하고 있습니다. 최근 3개월간 두산밥캣에 대한 투자의견을 제시한 증권사는 7곳으로 모두 투자의견을 '매수(buy)'로 제시했습니다. 목표가는 7만5000~8만4000원으로 형성됐습니다. 올해 장중 최고가인 6만7000원보다도 높은 수준이죠.


8만4000원의 가장 높은 목표가를 제시한 곳은 삼성증권입니다. 삼성증권은 두산밥캣 주가에 대해 정점을 찍고 하락을 시작하는 피크아웃(peak out)에 대한 우려는 과도하다고 봤습니다.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시장의 하반기 컨센서스가 이미 매우 보수적인 수준에서 설정돼있다"며 "해당 이익전망에 기반한 밸류에이션도 여전히 경쟁사들 대비 할인 중"이라고 말했죠.

목표가를 8만1000원으로 제시한 IBK투자증권은 특히 두산밥캣의 제품군 다변화 흐름을 긍정적으로 봤습니다. 두산밥캣은 GME 생산 확대를 위해 997억원을 들여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스테이츠빌 공장 증설을 지난해 10월 완료했습니다. 이번 증설로 포터블파워에 집중됐던 스테이츠빌 공장에서 농업·조경용 소형장비 생산이 가능해졌죠.

이상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건설장비보다 GME 장비가 경기에 덜 민감하므로 GME 증설은 제품군 다변화를 넘어 사업 변동성을 줄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주택 외에 상업시설, 인프라, 조경, 농업 등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있는 점은 긍정적인 변화"라고 말했습니다.

가장 최근(이번달 24일) 투자의견을 낸 한화투자증권의 진단은 어떨까요. 한화투자증권은 목표가를 8만원으로 제시했습니다. 배성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스테이츠빌 공장 생산능력(Capa) 확대와 딜러망 확대를 통한 경쟁력 강화로 GME 사업이 하반기에도 핵심 성장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미국 내 팩토리 붐과 물류센터 지게차 수요 증가로 북미 산업차량 사업에서의 호실적이 지속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Keyman & Comments

두산밥캣이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하고 있는 만큼 풍부해진 현금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고민도 미래를 준비하는 데 중요한 요소일 것입니다. 거듭되는 호실적을 앞세워 올해 6월말 연결 기준 현금성자산이 1조3266억원으로 불어났으니 말이죠.


이 중책을 짊어진 인물이 조덕제 대표이사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입니다. 1970년 11월생인 조 부사장은 질레트(Gillette)와 P&G 등에서 초기 경력을 쌓은 후 2010년 두산인프라코어에 GFA(Global Financial Analysis)팀장으로 입사했습니다. 이후 두산밥캣으로 이동해 2014년부터 Finance & PIT Controller 상무를 역임하고 2018년부터는 EMEA(유럽·중동·아프리카) 지역 재무담당 상무로 활약했죠.

조 부사장이 두산밥캣 CFO에 선임된 것은 2020년 7월부터입니다. 동시에 전무로 승진했죠. 이듬해인 2021년 3월 스캇성철박 최고경영자(CEO) 부회장과 함께 각자대표이사에 선임됐고 동시에 부사장으로 또 한 번 승진했습니다. CEO와 CFO가 각자대표이사를 맡는 것은 두산그룹의 전통입니다.

두산밥캣은 2023년 6월 반기보고서를 통해 △제관·조립 품질 향상용 설비 개선 △양산시설 구축 △R&D 설비 구입 등 유·무형자산 투자에 올해 2억4585만달러, 내년 2억7260만달러, 2025년 2억7740만달러를 순차적으로 투입할 계획을 밝혔습니다. 여기에 주식발행초과금 1조원의 이익잉여금 전입으로 배당 확대가 예상되는 만큼 현금 관리의 중요성은 더 커진 상태죠.

조 부사장은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지난해는 2021년에 이어 다시 한 번 최대 실적을 경신하며 높은 성장을 기록한 해였다”며 “올해는 공급망 제약과 지정학적 변수 등 대외 여건의 변동성이 여전히 높지만 차별화된 경쟁력으로 경영목표 달성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습니다.

더벨은 두산밥캣 IR팀에 대한 서면질의를 통해 현재 주가 상황에 대한 진단과 향후 주주가치 제고 방안에 대해 들을 수 있었습니다. 두산밥캣 IR팀은 건설기계 업종 전반에 대해 피크아웃 우려를 보이고 있는 현재 시장 상황을 인지하고 있었습니다.

두산밥캣 IR팀 관계자는 "두산밥캣 뿐 아니라 HD현대건설기계와 HD현대인프라코어를 포함한 건설기계 3사 모두 전고점인 7월 25일 이후 20% 내외의 낙폭을 기록하고 있다"며 "3분기 실적에 대한 시장의 컨센서스도 2분기 실적보다 낮게 형성돼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두산에너빌리티의 두산밥캣 일부지분 블록딜과 관련해서는 주가에 대한 영향이 크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해당 블록딜은 이미 6월에 끝난 이벤트이고 블록딜 이후 주가가 반등했기 때문에 현재 주가에 영향을 주는 요소로 보지 않는다"는 의견입니다.

두산밥캣 IR팀은 비록 대략적이지만 향후 주주가치 제고 계획도 밝혔습니다. 그 핵심에는 역시 배당이 있었습니다. 해당 관계자는 "배당을 통한 주주환원을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있다"며 "시장과의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주주가치를 제고할 계획"이라는 뜻을 전달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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