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섭 KT 대표이사 후보는 재무전문가 출신으로 과거 LG유플러스 최고재무책임자(CFO) 등을 역임했던 바 있다. 오는 8뭘 말 김 후보를 최종 선임 시, KT는 민영화 이후 2대 수장인 남중수 전 대표 이후 15년만에 CFO 출신 대표를 두게 된다.
현재 KT의 재무상태는 양호한 수준이다. 타 경쟁사 대비 유동비율과 부채비율 모두 안정적이다. 다만 디지코 전환, 그룹사 기업공개(IPO)를 모색한 만큼, 재무전문가인 김 후보 선임의 장점은 퇴색되지 않을 전망이다. 특히 김 후보가 과거 비용효율화, 인건비 유지를 모두 잡은 재무개선에 성공한 만큼, 업계 내외부는 이후 KT 재무전략에 관심을 보인다.
◇15년만 재무전문가 출신 CEO, LGU+ 시절 이상적 재무개선 성공 KT는 민영화 이후 구현모 전 대표까지 총 5명의 수장을 뒀다. 이들은 대부분 관료 출신, 또는 연구원 출신이었다. 민영화 KT에 첫 이름을 남긴 이용경 전 대표는 엑슨, AT&T 벨(Bell) 연구원 출신이다. 3대 이석채 전 대표는 행정고시를 거쳐 대통령 경제비서관, 재정경제원 차관 등을 지냈다. 경제전문가이나 CFO처럼 기업 재무를 다룬 경험은 없다.
가장 장기간 KT 대표이사를 역임한 4대 황창규 전 대표도 연구원 출신이다. 삼성전자 반도체연구소 이사, 기술총괄 사장 등을 거쳤다. 구 전 대표는 경영기획부문장을 맡았던 바 있다. KT 재무라인을 가깝게 뒀으나 직접적으로 재무실장을 맡아 본 적은 없다. 결국 재무, CFO 경험을 가진 이는 2000~2001년 KT 재무실장을 맡은 2대 남중수 전 대표뿐이다.
최종 낙점된 김 후보는 과거 LG유플러스 CFO를 지냈던 바 있으며, 최종적으로 대표를 맡았던 LG CNS에서도 과거 재무개선팀장을 맡았던 바 있다. 김 후보를 정상적으로 선임할 시 KT는 남 전 대표 이후 약 15년만에 재무전문가 대표를 수장으로 두는 셈이다. 김 후보의 선임은 8월 말 정기주주총회에서 결정된다.
김 후보는 LG유플러스 CFO로서 재무전략을 주도했던 2014, 2015년 당시 나름의 성과를 냈다. 유동비율을 72.2%에서 77.5%, 부채비율을 192.8%에서 168.7%로 모두 개선시켰다. 판관비 효율화도 꾀해 이중 판매수수료를 2013년 2조3380억원에서 2015년 1조3532억원으로 절반 가까이 줄였다. 반면 같은 기간 인건비는 6636억원에서 7203억원으로 늘렸다.
판매수수료, 인건비는 통상 판관비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항목 중 하나다. 따라서 구조조정, 재무개선 시 주된 타겟으로 선정된다. 하지만 인건비는 과도한 절감 시 인재 유출, 내부구성원 불만 등으로 이어져 기업의 중장기 경쟁력을 훼손할 수 있다. 따라서 재무개선전략은 인건비를 최대한 보전, 증가시키면서 판매수수료 등에서 비효율성을 제거하는 것을 이상적으로 본다.
◇디지코 전환·비용효율화·통신불균형 해소, 3마리 토끼 잡을까 현재 KT 재무상황은 양호하다. 유동비율 118.5%, 부채비율 122.5% 등 유동성 관련 지표가 적정 기준 대비 우수한 것은 아니나 기업 규모를 감안하면 정상적인 범위다. SKT나 LG유플러스 등 국내 통신 경쟁사 대비로는 오히려 더 좋은 상태를 보유 중이다. SKT는 같은 기간 유동비율 89.7%, 부채비율 157.6%를 기록했다. LG유플러스는 유동비율 104.7%, 부채비율 133.9%였다.
여기에 현금 및 현금성자산도 2조5000억원에 육박한다. 이익잉여금도 14조원을 가뿐히 넘기는 만큼 당장 대규모 조달을 단행해야 할 필요성도 낮다. 위와 같은 KT의 재무적 지표와 이에 기반한 신용등급(AAA)를 봤을 때, 일견 재무전문가 출신인 김 후보의 부임은 그다지 특별하게 느껴지지 않을 수 있다.
다만 KT는 현재 탈통신, 디지코 전환을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 구 전 대표 시절부터 비용효율화와 계열사 정리, 신규 기업 인수 등을 시도했던 바 있다. 더불어 밀리의서재, 케이뱅크 등 산하에 IPO를 목표하는 그룹사 역시 존재한다. 이런 상황에서 재무전문가인 김 후보의 존재와 식견은 KT의 기업 구조 재편과 계열사 IPO 전략 등 중장기 경쟁력 모색에 힘을 실어 줄 수 있다.
또한 지난 구 전 대표 시절 KT는 비용효율화, 탈통신 등에 박차를 가하며 영업이익을 1조1000억원 선에서 1조6000억원까지 키웠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본업인 통신 분야에 소홀하다는 비판을 받았고, 인터넷 품질 문제 이슈 등을 겪기도 했다. 이에 KT 내외부에서 비용 효율화와 탈통신, 통신 품질 유지 간 균형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진 상황이다.
업계가 LG CNS 대표로 근무하며 성공적인 DX 전환을 주도한 김 후보의 선임을 기대하는 이유다.통신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를 포함해 최근 KT에서 통신 장애가 다수 발생했다 보니, 내부에서도 이를 우려하는 것으로 안다”며 “인재 배치 편중도 심해 불만이 누적된 상태라 이를 대표 교체 어떤 방향으로 조정할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