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이사 장기부재란 KT 초유의 경영공백 사태가 해결의 9부 능선을 넘었다. LG유플러스 등에서 근무한 LG맨인 김영섭 후보가 최종 낙점돼 8월 말 선임될 예정이다. KT는 민영화 이후 사상 첫 통신경쟁사 출신이자, 재무전략전문가인 수장을 두게 됐다. 전임자들과 다른 결의 대표를 맞는 데다 올해 내부 상황도 크게 변화된 새로운 KT의 앞날과 내외부 시선을 정리해 본다
올해 하반기까지 이어진 KT의 경영공백 사태가 조만간 마무리될 전망이다. 3파전 끝에 LG CNS 대표이사 출신의 김영섭 후보가 최종적으로 낙점됐다. 8월말 정기주총으로 김 후보가 정식으로 대표 자리에 오르면, KT의 경영공백은 공식적으로 마무리된다. 김 후보는 38년 간 LG그룹 계열사에서만 근무한 정통 LG맨으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김 후보의 낙점은 전문성 외에도 앞선 경영공백 사태의 단초인 지배구조, 연임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관료 출신도 아닐 뿐더러, LG계열 경쟁사 출신의 업계인이란 점에서 정당성, 형평성 등에선 결격사유가 없다는 평가다. 이를 바탕으로 KT가 민영화 이후 외풍 등에 의해 겪었던 잦은 대표이사 교체에 대한 우려도 낮아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구원투수 등판한 38년 LG맨, 경쟁사 출신 배경 ‘약’ 됐다
KT 이사회는 최근 김 후보를 차기 KT 대표이사 후보로 확정하고 선임안을 주주총회 안건으로 상정했다고 밝혔다. 김 후보의 후보 선정 이유로는 기업경영 경험과 ICT 전문성, 기업문화 개선의지 등이 꼽혔다. 김 후보의 KT 대표이사 취임은 오는 8월말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처리될 예정이다.
김 후보는 익히 알려졌던 것처럼 30년간 LG그룹에 몸담았던 인물이다. ICT 계열사인 LG유플러스와 LG CNS는 물론 LG상사(現 LX인터내셔널) 등을 두루 거쳤다. 더불어 김 후보는 재직 시절 당시 LG그룹 내에서도 손꼽히는 재무전략통으로 불렸던 인물이다. LG와 다양한 계열사의 핵심 요직에서 활약한 이력의 배경이다.
이런 LG그룹 출신 이력은 김 후보에게 약에 가까울지 독으로 작용할지 분분한 의견을 낳았다. KT의 순혈주의는 통신 관련 업계에서도 공공연한 비밀에 가까웠 탓이다. 특히 김 후보는 KT와 회선 점유율을 놓고 다투는 LG유플러스에도 몸담았다. 이런 점에 취임 시 내부구성원 반발에 직면할 것이라 점쳐 선임 가능성을 낮게 잡는 시선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결과에서 보듯 김 후보의 LG그룹 출신 이력은 최소한 후보 낙점 과정에선 든든한 발판으로 작용한 것으로 귀결됐다. 업계는 올해 초유의 장기간 경영공백을 부른 ‘내부 카르텔 논란’의 부담이 인선에 크게 작용한 것으로 해석한다. 김 후보와 달리 박윤영 후보는 과거 KT사장을 지냈고, 차상균 후보는 최장기간 사외이사 직무를 수행하는 등 KT 관련 이력이 존재한다.
재계 한 관계자는 “김 후보가 다년 간의 기업 경험을 지닌 것은 사실이지만 다른 2인도 ICT, 경영 전문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크게 밀리진 않는다”며 “현재 상황의 단초를 제공했던, 내부인사에 대한 정치권 등 외부의 곱지 않은 시선이 KT 관련 이력을 지닌 다른 두 후보의 배제에 크게 작용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유분산기업 KT, 외풍 이은 짧은 대표임기 문제 끝낼까
KT는 국내 대표적인 소유분산기업이다. 소유분산기업은 타 주주대비 과도한 주식 비중을 가진 대주주나, 특정한 오너일가가 없는 지분구조를 보유한 형태를 말한다. 공기업인 한국통신으로 시작됐던 KT는 2000년대를 기점 삼아 민영화를 시도했다. 이후 정부 소유였던 지분의 매각 등을 거치며 현재의 소유분산기업 형태를 이뤘다.
소유분산기업은 표면적으론 이상적인 지배구조 체제로 평가 받는다. 지분을 다수에 분산한 만큼 특정 주주, 오너의 막대한 영향력 없이 이사회 주도로 깨끗한 기업 운영이 가능하다고 생각되어서다. 특히 국내 기업이 지배구조 개편 등 최근 운영에서 많이 참고한 미국식 경영의 대표사례라 더욱 그런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정작 KT는 공기업이었던 과거 정체성 등으로 외풍에 자주 시달렸다. 특히 매번 정권 교체기마다 정치권, 정부의 흔들기가 거셌다. 이는 결국 민영화 이전과 크게 다를 것 없는 잦은 선장 교체로 이어졌다. 대표이사 등 KT 최고결정권자의 임기는 민영화 전후로 나누어 비교하면 각각 햇수로 4년, 4.8년 정도로 큰 차이가 없다.
문제는 4년 내외에 불과한 최고결정권자의 임기가 기업 중장기 전략 설계와 실행에 매우 부적합하다는 점이다. 구 전 대표 시절 당시 시도됐던 디지코 등 KT의 탈통신 행보가 경쟁사 대비 한발 늦었던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통상 경영학계와 재계 등 관련 분야에서 제시하는 대표이사 등 기업 최고결정권자의 적정임기는 7~8년 정도다.
다행인 점은 이번 경영공백 사태를 거치면서 KT의 지배구조가 매우 많은 변화를 거쳤다는 것이다.이사진의 전체적인 변화와 더불어, 대표이사 연임 우선심사 등 외부에서 걸고 넘어질 부분 역시 상당수 제거됐다. 때문에 업계 일부는 벌써부터 김 후보의 대표이사 취임 후 연임 가능성을 낮지 않다고 보는 중이다.
통신 업계 한 관계자는 “김 후보는 낙하산 문제를 부를 수 있는 관료 출신도 아니고 순혈주의 논란에서도 자유로운 외부 업계인이기에 처음부터 정당성 자체는 확보했다”며 “이번 파동으로 KT에서 외부 지적을 크게 수용한 데다, 국민연금 스튜어드십 코드 행사와 정부 등 정치권의 관치 논란도 수면에 올랐던 만큼 외부 간섭도 과거 대비 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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