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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인터의 '자신감', 만기채 500억 현금으로 갚는다

번걸아 가며 상환과 차환…포스코에너지 합병 후 현금보유고 증가

이정완 기자  2023-07-19 14:31:19
포스코인터내셔널이 다음달 초 만기가 돌아오는 500억원의 공모채를 현금으로 상환한다. 올해 5월 공모채 수요예측에선 AA급 신용도를 바탕으로 만족스러운 성과를 얻었지만 이번에는 발행하지 않기로 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연초에도 이번처럼 자체 현금으로 공모채를 갚은 경험이 있다. 포스코에너지와 합병 후 늘어난 현금보유고를 기반 삼아 상환에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다만 조 단위 투자 계획을 세운 상태라 지속적인 상환 기조는 회사 입장에서도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5월 공모채 흥행에도 현금 상환 결정

19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인터내셔널은 다음달 6일 만기가 다가오는 회사채 500억원을 자체 보유 자금으로 갚을 계획이다. 2020년 포스코에너지가 발행한 28-1회차 공모채다. 회사 관계자는 "보유 현금을 활용해 상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올해 들어 현금 상환과 차환을 번갈아 하고 있다. 연초에는 상환을 우선적으로 택했다. 올해 3월과 4월 각 700억원, 1500억원 규모 공모채 만기가 도래했는데 이를 자체 자금을 갚은 것이다.

5월 들어서는 전략이 바뀌었다. 5월 말 2500억원 규모 만기 도래 공모채를 갚기 위해 2000억원 어치 공모채를 발행했다. 3년 단일물로 2000억원을 모집했는데 수요예측에서 모집액의 4배에 가까운 7700억원의 주문이 들어왔다. 금리는 개별 민평금리보다 2bp 낮은 4.176%로 정해졌다.

이는 2021년 후 2년 만의 발행이라 더욱 눈길을 끌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2016년부터 2021년까지 한 해도 빼놓지 않고 공모채를 발행했는데 지난해 기준금리 인상이 본격화된 이후 시장 복귀를 미뤄왔다.

◇1.7조 현금 쌓았지만…5조 투자 계획은 '부담'

다만 5월 차환 후 3개월 뒤 만기가 다가오는 공모채에 대해선 다시 한 번 현금 상환을 택한 셈이다. 이 같은 의사결정을 내린 배경에는 2조원에 육박하는 현금성자산이 있다.

포스코 계열 종합상사회사인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최근 수년 동안 미얀마 가스전에서 발생하는 안정적인 이익과 다각화된 사업 포트폴리오 덕에 현금 축적 기조를 지속했다. 지난해 미얀마 가스전에서 3500억원 가까운 영업이익을 벌었는데 이는 회사 전체 영업이익인 9025억원의 40%에 육박하는 비중이다. 지난해 상반기까지 철강 시황이 호조세를 보인 것도 수익성 개선에 도움이 됐다. 자연스레 현금 증가로 이어지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이와 더불어 올해 1월 초 포스코에너지 흡수 합병하면서 현금이 더욱 늘었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액화천연가스(LNG)를 중심으로 에너지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포스코에너지와 합병을 발표했다. 이 덕에 1분기 말 연결 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1조6966억원으로 지난해 말 1조5261억원 대비 10% 증가했다.

다만 현금으로 계속 회사채를 상환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 향후 발행 전략에 관심이 간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이 LNG 밸류체인 강화를 위한 대규모 투자를 계획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달 초 열린 에너지 사업 밸류 데이에서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지난해 인수한 호주 세넥스에너지 육상 광구 개발을 비롯해 LNG 터미널, 국내 LNG 발전 분야에 2025년까지 총 3조6000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2023 에너지 사업 밸류 데이' 발표 자료 중 투자계획(출처=포스코인터내셔널)
투자는 LNG 분야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그룹 차원의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식량과 이차전지 소재 분야에서 투자를 계획 중이다. 한국기업평가는 "철강 무역 위주에서 에너지, 식량소재 등 사업 포트폴리오 강화를 위해 2025년까지 5조원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며 "영업현금흐름을 상회하는 투자 부담으로 차입금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포스코인터내셔널 입장에선 투자금 확보가 필요한데 현금 곳간을 비우는 선택을 이어가기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연내 한 차례 더 공모채 만기가 다가오는 만큼 회사채 발행 여부가 주목된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오는 9월 2018년 발행한 800억원 규모 회사채를 갚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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