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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C 사업재편 2.0

효과 보는 '자산 유동화'...문제는 수익성

③부채비율 170%, 안정적인 수준...SK넥실리스 등 신사업 영업 부진은 고민

이호준 기자  2023-07-13 15:18:16
SKC

편집자주

마냥 팔고 싶어서가 아니다. 어느 기업에게나 애써 키운 자기 사업을 지켜 나가고 싶은 욕심이 있다. 다만 도저히 전망이 보이지 않거나 밑 빠진 독에 물을 붓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땐 미련 없이 손에 쥔 사업을 놓아야 하는 것이 기업이 할 일이다. 최근 모태사업과 주력사업을 시장에 팔며 사실상 차포를 다 뗀 SKC의 상황이다. 그간 꾸준히 수익을 내왔더라도 돈이 되지 않으면 과감히 정리하는 것이 사업 재편에 유리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SKC의 베팅은 어떤 판단에서 이뤄졌으며 그 선택은 무슨 미래를 보여줄까. SKC의 현 상황을 더벨이 조명해 본다.
공격적인 투자 상황에서 볼 때 SKC의 재무상태는 미스터리라 할 만하다. 수년간 SK넥실리스(동박) 인수에 1조6000억원, ISC(반도체 후공정) 인수에 5225억원을 썼다. 이밖에 자회사 앱솔릭스 투자 등 2027년까지 예고한 자본적지출(CAPEX)만 최대 6조원에 달한다.

하지만 여전히 안정적인 재무를 유지하고 있다. 1조원 넘는 실탄이 쌓여 있고, 부채비율(170%)이 예전보다 다소 높아졌지만 여전히 위험 수준 아래에서 관리되고 있다.

바로 '자산 유동화' 덕분이다. 현금이 대거 빠져나가는 위기 때마다 비주력 사업을 매각해 돈을 구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모태인 필름 사업을 매각하며 1조6000억원을 얻었다. 올해에는 자회사 SK피유코어(5000억원)와 SK엔펄스 파인세라믹스 사업부(4000억원) 매각을 추진 중이다. 기타 비주력 자산에 대해서도 매수자들의 반응을 계속해서 주시하며 신사업으로 무게추 옮기기에 본격 나섰다는 평가다.

그런데 의도하고 있는 방향으로 실적은 아직 움직이지 않는 모습이다. 올해 1분기 SKC의 연결 재무제표를 보면 회사의 영업이익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적자 전환했고, 이 기간 잉여현금흐름(FCF)는 마이너스(-)4410억원으로 나타났다. 쉽게 말해 영업을 해서 번 돈보다 4410억원 많은 돈을 설비투자에 썼다는 의미다.

단위:억원, SKC

'기대주' SK넥실리스의 상황이 만족스럽지 않다. SK넥실리스의 1분기 영업이익은 단 3억원이다.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98% 감소했다.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동박' 사업을 영위하는 터라 성장성 자체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 다만 빠른 시일 내 회사의 신형 '주포'로 자리 잡을 거라던 안팎의 예상에 견줘 초라한 성적이다.

반도체 소재도 실적이 본궤도에 오르지 못한 모습이다. SKC는 세라믹파츠, CMP Pad 등을 생산, 판매하는 반도체 소재 사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점찍어 뒀다. 올 1분기 영업이익은 79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24%의 감소율을 기록했다. 미래 사업이라고는 하나 결과가 뒷받침되지 않다 보니 기대감과 현실과의 괴리가 상당하다.

이밖에 신규 사업도 따지고 보면 영업이 부담스러운 쪽이다. 반도체 글라스 기판을 생산하는 자회사 앱솔릭스와, 친환경 소재 사업을 영위 중인 자회사 에코밴스와 TBM Geostone 등이 신규 사업에 해당한다. 흑자는커녕 올 1분기 71억원의 적자를 낸 상황이니 아직은 회사의 믿는 구석이 될 수 없다.

결국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이는 신사업들을 감안할 때 SKC는 재무 활동 등으로 얻을 재무구조 개선 효과, 실탄 확보 등에 더욱 집중하는 수밖에 없다. 이달 초 SKC는 투자자 대상 '인베스터 데이'를 열고 10조원의 재원 계획을 발표하며 영업현금으로 4조원, 자산유동화로 1조8000억원 등을 조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마땅히 캐시카우가 없는 만큼 자산 유동화에 먼저 방점을 찍은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또 다른 화학 자회사 SK피아이씨글로벌을 매각 실사를 거치고 있는 SK피유코어에 얹어서 파는 식으로 딜 규모를 키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재무 건전성 유지를 위해 유상증자 등으로 자본 확충에 나설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실탄 확보가 최우선인 SKC에게 당장 돈을 벌어다 줄 사업이 없다는 점이 활발한 재무 활동을 이끄는 요소"라며 "다만 M&A라든지 자산 유동화라든지 결국은 결과가 기업 입장에선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에 SKC도 굉장히 조심스럽게 매각과 인수 작업에 접근 중인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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